728x90

- 남주 : 서윤

미국 스탠퍼드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유명 애널리스트, M사 데이터관련 팀장.

업무에는 냉정하며 철저하고, 연인에겐 더할 나위 없이 다정다감한 카리스마 넘치는 볼매남

- 여주 : 정원주

K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활동중 스폰서와 결혼, 이혼녀.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걸로 아픔을 삭여내는 상처녀

- 출처 : 리디북스


- 열 여덟, 열 아홉의 그날들.

윤이 원주의 옆 집에 이사 온 것은 그녀가 고 3을 막 올랐을 무렵이었습니다. 

이삿짐 트럭이 들어오지 못하는 좁고 가파른 달동네의 비탈길을 오가며 묵묵히 짐을 나르던 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말을 붙여온 원주에게 윤은 생 날라리라며 퉁박을 줍니다. 

 

날라리인 자신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인정받는 착실한 범생이 윤.

 

둘은 원치 않게 물려받은 가난이 죽도록 싫었고, 이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이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팔자라...... 그건 어떻게 펴는 건데."
"내가 봤을 때 대한민국의 여자는 새 인생 살 기회가 한 번 더 있거든.
그게 뭔지 알아?"
"몰라"
"바로 결혼할 때 돈 많은 놈을 무는 거야."
....
"아아. "
"왜. 들어가게?"
"가서 공부해야지. 너는 남자 꼬드기고, 나는 공부로 인생 리셋."
"......그래. 우리 둘 다 파이팅이다."

- 그날들 中

철딱서니 없다 여길 법한 원주의 말에도 윤은 비난의 기색이 없이,

그녀가 찾아낸 삶의 목표를 존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그녀는 새벽녘의 빛처럼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렇게라도 벗어나고픈 가난의 무게가 자신도 짓누르고 있기에,

윤은 원주에 대한 마음이 커져감에도

자신은 그녀의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섣불리 고백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옆집 이웃이 된 그들,

그와 그녀 사이에는 수많은 [그날들]이 존재했습니다. 

 

술취한 아버지가 착각할 만큼 도망간 어머니와 닮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욕설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날,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대문 밖에서 떨던 원주와 그 옆을 지킨 윤. 

담배 한개피씩 피워내는 연기 사이로 나눴던 둘의 시렸던 겨울 날. 

 

담배 검사를 하는 교문 앞에서 원주의 담배를 윤이 자신의 가방 속에 숨겨주고, 

답례로 원주가 김치를 가져가져다 주던, 묘한 기분이 오갔던 그날.

 

그네들의 아버지들의 생사가 갈렸던 날,

건조한 눈으로 상주를 맞이하던 윤 대신 눈물을 쏟아내던 원주. 

그리고 포기해야 했던 원주가 인정받았던 단 하나의 재주. 그림.  

 

마침내 윤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열화와 같은 감정을 터트려내던 날,

윤의 원주에 대한 마음을 가시돋힌 말로 위장하여 고백할 수 밖에 없던 그날.

그리고

그 고백을 알고서도 윤을 위해, 서로를 위해 위악을 떨어대었던 원주의 날들.

 

"잘 살아. 정원주. 행복하게."

그리고 철거 결정이 난 그들이 살던 달동네에서

유치한 불행겨루기 끝에

마지막으로 윤이 건넨 다정한 인사. 그리고 다정한 입맞춤. 

그렇게  담담하지만 무력한 이별을 하던, 그날들..

 

원주는 그것으로 되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그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버거웠기에. 

 

그들은 그렇게 약속도 기약도 없는 이별을 합니다. 

 

- 서른하나, 서른 둘의 그날들.

당시의 그녀에게 너무도 무거워서 밀어내었던 윤의 고백은

이제 그녀의 무의식 속에서 꿈이 되어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다 말할 수 있는 결혼을 한 지금에도.

 

그녀가 어린시절 생각한 조건에 부합하는 결혼이었지만, 

7년의 결혼생활 동안 그녀는 몰랐던 사실을 절감합니다.

그네들의 세계에서 살면서  '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수용하고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녀를 죽이고, 낮추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남편의 외도까지도. 

 

남편의 외도 대상인 내연녀를 독대하고 나서는 카페에서

원주는 13년만에 윤을 우연히 마주칩니다.

 

"헛똑똑이."

 

내연녀와의 대화를 들었는지

서늘한 눈매로 예전과 같이 날카로운 말을 남기고 돌아선 윤.

 

그들의 [그날들]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윤은 어른이 되었다 여겼으나

원주를 우연히 만나게 된 순간,

때아닌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가버린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신답지 않은 분노, 좌절, 치기, 욕망. 

이 모든 것이 향해 있는 원주를 향해 이제는 성큼 걷기 시작합니다. 

 

그날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지만 빛났던 정원주.

그러나,

그 빛이 꺼져버린 채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정원주.

 

13년간 치열하게 살면서도,

무시로 떠오르고 침잠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나 잊지 못했던 그녀를 앞에두고

윤은 이제 그의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것 봐. 정원주. 네가 다시 나를 소년으로 만들었어."

그의 잃어버린 유년, 사춘기, 그리운 그날들.

거기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기에.


학교마다, 반마다 한두명씩 있었던 

깻잎머리에 똑딱핀을 꼽고 치마를 접어입고 껌을 씹어대던 여자애.

 

그리고 

전교에서, 나아가 전국에서 순위권인 공부 잘하는 범생이 남자애.

 

이 엮이기 힘든 둘이 엮이게 된 공통점은 가난이라는 피할 수 없는 굴레였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그들은 각자의 희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냅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도,

자신을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게 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도 할 새 없이,

비빌 언덕도 빽도 없는 그들이 이 녹녹치않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미래를 꿈꾸면서 말입니다.

 

재능도 꿈도 사랑도 접어둔 채,

그에 대한 아쉬움도 느낄 새 없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눈부신 청춘에 끼어든 풋사랑을 모른척 해가며, 차마 내색하지 않으며 

그저 눈앞의 삶에 고군분투했던 그들..

 

기어이 가난을 벗어날 기회가 와서 잡았고,

윤과 원주의 선택이 옳았던 옳지 않았던, 그들은 어릴때 결심했던 것처럼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하긴 합니다.

단지 그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그들의 삶, 

특히 원주의 삶이 참 위태롭고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던 윤과는 달리

결혼이라는 형태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벗어 던진 가난은

또 다른 굴레가 되어 그녀를 옥죕니다.

 

질기게 붙잡고 있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하루하루 말라가던 그녀를 만난 윤이 느낀 분노는 

잘 지내지 못했을 그녀의 과거에 자신이 없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 안타까움으로 그녀의 삶을 전부 껴안고 싶지만

윤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온전히 그녀를 가지기 위해,

그녀의 의사로 그에게 다가오기까지 차분히 기다려 줍니다. 

 

분명히 윤도 힘든 순간과 무너져 내렸던 순간이 있었을텐데..

이렇게 혼자의 힘으로 강하고 단단해진 윤이라는 남자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남자가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진국인 것...!!

 

연상연하(한살차이지만)에

그녀의 이혼한 상처와 자격지심까지도 모두 이해하며

그녀를 기다려주고 존중해주었던 어른 남주,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을 내리고 내 여자에게는 한없는 이해심을 가지지만

그녀와의 관계에서 어떤 불순물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발 물러서서 그녀를 기다려줄 줄 아는 남자. 

집 비밀번호 3141592.(원주율....)

도어락 비밀번호조차 원주에 대한 사랑이었던 이 이과감성 남자!

심지어는 헤어져있던 13년간 아무도 안만난 동정남!!

(여기서 원주가 부담스러운 감정도 마구 이해가 갔어요.. 너무...부담스러운데 너무 좋아...ㅠㅠㅠ)

윤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오윤 서윤...

윤이들은 왜들 다 매력적인걸까요....

 

심지어는 그녀의 개차반 전남편을 대면하고도

그 분노의 대상을 헛갈리지 않아 더더욱 멋졌던 서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둘을 그린 짧은 외전이지만, 

외전을 읽다보니 서윤 역시 원주만큼이나 외로웠음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서

이 잘난 남자가 안쓰러움 혹은 가여운 모습까지 보여

더더욱 매력을 더해버렸습니다.

 

"예쁘지, 그럼. 내가 아는 원주는 모두 아름다워."

 

평생을 한 여자만 바라보았던 이남자, 서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 하나의 원주랑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728x90
728x90

 

*남주 : 박기현

세융 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M 기업 대표. 과거에 민주를 먼저 떠났던 남자. 다시 만난 민주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여주: 차민주

어머니의 병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 기현과 재회하고 말도 안 되는 계약에 묶이게 된다.

- 출처 : 리디북스


밀린 월세에 대한 사정을 하고자 새로 바뀐 건물주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민주는 돈없고 감정만 진득했던 스무 살의 첫사랑, 박기현을 만납니다. 

그녀와 마찬가지였던, 아니 그녀보다 더 빈털터리였던 남자. 

박기현이 바로 민주의 새로운 건물주, 임대인이었던 것이죠.

 

세련된 옷차림과 비싸보이는 차...

과거와 달리 성공한 듯 보이는 과거의 첫사랑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지만

그러기엔 민주의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아버지의 비명횡사로 집안이 몰락하고, 

뒤이어 도박빚만을 남기고 자살한 오빠.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져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는 엄마.

 

다니던 대학까지 제적되어 버린 탓에 변변한 직장 없이 알바를 전전하는 고된 삶...

대출도 한도까지 끌어쓰고 도무지 솟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

민주는 이제 턱끝까지 차오는 현실에 숨이 막혀옵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현은 한가지 계약조건을 제시합니다.

"아이 좀 낳아 줘."
"못 낳으면?"
"...중간에 유산된다거나, 아예 생기질 않는다든가....."
"그럴 일 없어."
"......"
"생길 때까지 할 거니까."
- 임신계약 中

선금 1억. 첫 관계시 2억. 임신하면 3억 추가. 출산까지 마치면 4억 추가. 

모멸감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곧 현실에 주저앉아버린 민주는 기현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임신계약.

 

애정이라고는 한톨 없는 계약관계임에도 기현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자꾸만 민주의 의식주를 신경쓰고, 

아이를 핑계로 그녀를 과하게 돌봅니다. 

그녀를 치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항상 곁에 두려하며 그녀와 헤어졌던 지난 과거를 질투합니다.

 

이미 그녀의 첫사랑은 산산히 부서져버렸는데.

이제와서...?

이제 민주는 기현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정말 그는 그녀에게서 아이만을 바랬던 걸까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후회남을 만났습니다. 

"모든 후회남은 금쪽이"

라는 국룰(제맘대로...ㅋㅋㅋ)에 따라 

이 작품의 금쪽이 박기현도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요,

그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감싸 안아주고 따뜻하게 위로가 되어주는 여주를

역시나 길가에 돌멩이, 세상편한 호구 취급을 해버립니다. 

 

왜 어린시절의 첫사랑은 왜 다들 그모양일까요.

 

처음이니까 서툴어서, 

이게 사랑인줄도 몰라서.

 

여주 민주은 자신의 자존감마저 깎아먹으며 다 퍼주는 사랑을 했고, 

남주 기현은 그 사랑으로 살아가면서도 그게 귀한줄을 몰랐습니다. 

 

그 사랑이 사라져버리자

서로 다른 형태로 무너져버린 둘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미 한번 무너신 사랑을 다시 덧그리는 데

그런 방식으로 재회했었어야만 했나..싶었습니다. 

 

민주가 자신을 사랑할 리 없으니 말도 안되는 계약이라도 해서 

그녀와 엮이고 싶다는 심산이었을 텐데,

결국 기현은 그렇게 삐뚤어진 사랑만 할 수 있었던 거죠.

이래서 어린시절의 애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얻게 됩니다. 

 

기현이 사랑받고 자라서 민주를 만났다면,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애정이고 그게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사랑이라는 걸 처음 받아 본 우리 금쪽이 기현이는 그걸 몰랐던 거죠.

 

어른들의 사정에 휘둘려 애정하나 못받고

그대로 몸만 커버린 아이를 본 것 같아서...

박기현이가 헛짓거리에 미친언사로 업보를 계속 쌓는데도

등짝 스매싱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돌볼 줄 아는 고운 심성의 민주와,

 늘 애정에 목말랐다가 민주가 자신에게 주는 진실된 애정 한줌이 기꺼운 기현.

둘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게 복선이었나...

몸만 큰 불쌍한 아이였던 기현의 내면을 민주가 알아보고

기현에게 결국 애정을 내어준 게 아닌가 싶네요.

 

기현의 진득한 집착과  애정에 대한 절절한 갈구가,

민주를 다시한번 살게 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결국 기현도 진짜 사랑이 어떤 것인지 긴 시간을 돌아 알게 되었으니...

민주한테 잘해라 박기현!!!!


가독성 참 좋았던 작품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고구마 거의 없이

남주, 여주의 사연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데 흥미진진하게 읽혔습니다.

 

거기에 여주 민주의 친구 혜경이!!!!

내가 하고 싶은말 다 해주는 걸크러시 친구!!!

이친구 덕분에 남주 욕을 좀 덜하면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친구가 왠만한 욕은 다 해줬거든요 ㅋㅋㅋㅋㅋ

다시봐도 너무 사이다!!!!

민주는 친구도 잘뒀지 암!!

 

 

728x90
728x90

- 남주 : 윤채겸(28) 

연희수의 첫사랑.
수려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을 지녔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기 어렵다.
“표정이 왜 그래, 희수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  남주 : 정지혁(24)

떠오르는 신예 배우.
직진하는 성격으로, 연희수와 섹스 파트너 이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누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요. 나 바람맞히고 남자 만났어요?”


-  남주 : 고해성(30)

화려한 외모에 바람둥이 기질을 보유한 남자.
신랄하지만 연희수에게만은 변덕처럼 다정하다.
“너는 네가 여우처럼 군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넌 모든 게 다 너무 어설퍼. 그래서 자꾸 신경이 쓰여.”


- 남주 : 이수림(35)

도시적인 외모와 상반되는 가학 성향 보유.
연희수에게 두 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세 번째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오늘 이곳에서 아픔만 얻어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목구멍까지 열어서 제대로 삼키는 게 좋을 겁니다.”



- 여주 : 연희수(28)

예쁘지만 잘 휩쓸리고, 쾌락에 약한 여자. 윤채겸과 재회한 후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 출처 : 리디북스


 

안정적이지만 무료한 직장,

제법 루틴있는 삶. 

그리고 

그것에 여흥을 더하는 세명의 섹스파트너.

 

적당한 성적 긴장감만을 취하고

감정의 교류는 허용되지 않는 관계.

희수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상처도 받지 않는 

현재의 삶에 만족스러워합니다.

 

마치 심심할 때 꺼내먹는 사탕과도 같은 남자들.

남자들의 어렴풋한 진심이 느껴졌지만, 

희수는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한 채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진심이 되어버리면,

희수의 회피적인 성향 상 상대에게 의존하고 맞추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적 휘둘림이 그저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희수는 힘들었던 학창시절에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첫사랑,

윤채겸을 우연히 조우합니다.

 

지금껏 연애했던 남자들,

현재의 섹스파트너와는 사뭇 달랐던 채겸과의 만남이 거듭될 수록

희수는 채겸에 대한 애정이 다시 되살아 나는 것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합니다.

그러나 채겸은 방관할 뿐 희수에게 손을 먼저 내밀지 않습니다.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본 적이 극히 드문 희수는

이런 채겸의 모호한 행동이 헛갈리기만 합니다.

 

그냥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에게 바라는 바를 명확히 해주었으면..

정말로 채겸이 자신을 원한다면, 좀더 강렬히 자신을 원했으면..

그러나 채겸은 희수의 바램과는 달리 일정한 선 밖에서 희수를 관망합니다.

 

채겸과의 지지부진한 관계가

파트너였던 세 사람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희수의 변화를 감지한 세 남자는 그들의 방식으로 

희수에게 부딪혀옵니다.

 

이제, 희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채겸이 선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던지던 무언의 압박.

이제는 자력으로 채겸에게 와주길 바라는 진심.

 

그러나 희수는 온전히 자신의 진심을 내던지기에는 겁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 인생에 다시 없을 이 사랑을 놓을 수도 없던 희수.

 

희수와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 스포주의!!

리뷰에 다량의 스포가 함유되어있습니다.

참고하여 읽어주세요!!

 

웹툰으로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은 케이스입니다.

웹툰도 참 좋습니다. 네.. 좋아요!!

url미쳤어 ㅋㅋㅋㅋㅋㅋㅋ 컴온 맨???!!!!!

잔치다 잔치..!!!

https://www.bomtoon.com/comic/ep_list/comeon_man

 

봄툰

순정, 로맨스, BL 장르가 가득한 여성 독자를 위한 프리미엄 웹툰

www.bomtoon.com

일단 키워드 확인 바랍니다.

출처 : 리디북스

 

이건 작가님이 종합 선물세트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다있어요!!

연상, 연하, 대형견남, SM플레이, 계략남, 다정남, 능글남, 애샛기남

어휴... 

읽는 내내 즐겁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세 남자와의 씬들이 각각의 특색이 있는지..

그러나 그 씬들이 각자의 서사를 위한 씬이라

그렇게 과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초반에는 세 파트너와의 일상이 그려졌다면, 

중후반에는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었던 채겸의 등장으로 

서서히 부서져가는 희수의 견고했던 세상과,

이에 혼란스러워하는 희수의 심리가 잘 묘사되었는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주는 아니었지만

감정을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채겸을 향한 강한 끌림을 어쩌지 못하는 희수의

촘촘한 심리묘사에 나도 모르게 희수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굉장히 화가 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제 삼자의 눈으로 보면 정말 문란한 여주라 할 수 있겠지만,

감정적인 교류는 배제한 관계이고,

그것이 나름의 심리적 도피처였던 것을 다 알면서도 

그 관계를 묵인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당사자인 남자들!!!

아니 

여주랑 서로 감정을 배제하고 만난다는 데 동의했으면서

여주가 파트너가 몇이든 이제와서!!!! 마치!!!!

바람난 본처를 대하듯 화를 내는게 

도저히 이해 불가였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희수와 몸부터 섞는 그런 관계를 하지 말던가,

관계를 맺고 나서도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가!

 

그저 그녀가 보이는 호의에 안주했던 거면서 말입니다.

같이 즐겨놓고서 본인이 진심이 되었다고 피해자인 양 구는것,

니가 원해서 몸만 맞댔는데 너 힘들때 감정적으로 굴었다며 

여주를 걸레취급하는 남자들..

 

거기에 그들의 진심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겠다는 여주....

정말 보살이다 보살...

이것도 희수의 성장이 돋보이는..

뭐 그런 장치라고 이해합니다. 

엉망진창이었던 마지막을 제대로 잘 수습하려는 희수,

정말 대단했습니다. 

장하다, 연희수!!

 

그 전까지는 정말 매력터지는 남주들이었지만,

푸시식 식어버렸습니다.

지들은 뭐 그렇게 잘났다고.

 

그리고 시종일관 의뭉스러웠던 윤채겸.

역시나 계략남이었네요!!

 

16~17세의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을

28세까지 무려 11년간 실패한 첫사랑을 곱씹고

다시한번 재회를 한다면 희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희수를 감정적으로 몰아갔던 이남자.

제일 음습하고 무서운 녀석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희수는 그런 채겸이라는 남자를 통해

내적으로 한단계 성장하게 되었고,

채겸은 결국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쟁취하게 되었네요.

서로 윈윈이면 뭐..매우 꽉찬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ㅎㅎ

 

뒷맛은 씁쓸했던 퇴장에도 불구하고 

누구랑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매력터지는 남자들,

저의 픽은 고해성이었습니다....(망)

 

728x90
728x90

- 남주 : 이수완(32세)

교수. 배우 뺨을 후려 패는 외모, 모두를 녹이는 언변, 타고난 여유, 매너로 주변의 관심을 받기 싫어도 받았던 남자. 

모든 것이 쉬웠지만 아쉬울 것도 없던 인생이었다. 신중하지만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거침이 없다. 

 

- 여주 : 최은수(28세)

유아 피아노 심리치료 강사. 아담한 키에 마른 체격. 수수하고 단아한 얼굴. 

자신 가정사에 대한 상처로 자격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의 움직임이 남보다 느린 여자. 

 


■ 루시드 드림(Lucid dream) :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

은수는 몇 달 째  같은 남자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은수는 그와 다정히 눈을 맞추고, 가까워지고 사랑을 합니다. 

깨고 나면 공허해지는 이 감각. 

 

"내가 널 만나러 갈게."

 

처음으로 꿈 속의 연인은 현실에서의 만남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은수에게 놀랄 일이 생깁니다. 

바로 꿈 속의 그 남자가, 그녀에게 찾아온 것이죠. 

그녀는 혼란스럽습니다. 

꿈 속의 그는 다정한 연인인데

현실의 그는 완전한 타인이며 직업상 마주친 보호자일 뿐입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은수는 처음만난 꿈 속의 그, 수완에게 싸구려 작업같은 멘트를 해버립니다. 

이에 자신에게 대시하는 수많은 여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은수에게 실망하는 수완.

"내가 차은수 씨 취향에 맞았는지 모르지만, 난 아닙니다. "
"저, 그게......"
.
.
.

"꿈을 꿔요!"

- 밤의 연애 中

차갑게 밀쳐내려는 차, 은수의 한마디에 수완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입니다.

 

"나도 그래요."

 

타인과는 공유할 수 없는 꿈의 공유.

이에 은수에게 동질감과 위안을 느낀 수완은 이 여자가 궁금해집니다.

 

■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 : 사랑의 어원.

상대방을 생각하고 헤아리는 정도에 따른 사랑의 깊이. 

그것이 수완이 정의한 사랑이었습니다. 

 

수완의 꿈에서 나온 그녀는 깨고 나면 그 외양도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만은 그의 가슴 속에 남았습니다. 

수완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대로라면,

그는 꿈 속의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깊이.

시시때때로 머릿 속에 그녀를 담고 있었으니까요. 

 

 

꿈에 대한 은수의 고백을 듣자, 그제야 시야가 환해집니다. 

은수가 그녀였습니다. 

이제 수완은 자신의 현실에 나타난 그녀가 뭘 하든 예뻐보입니다. 

수완은 이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대응합니다.

 

"나 이제 몰입."
"네?"
"다 걸 거라고요."

그러고 싶어졌어요. 
뒷말은 삼키며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다 걸어서 꿈을 현실로 만든다. 

- 밤의 연애 中

 


우선, 사전 정보 1도 없이 펴들었던 이책의 제목,

"밤의 연애" 때문에 왜 위에 빨간딱지가 없지?? 하면서 펴들었던 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주 많이 정화(!!)되었습니다.  

 

책 제목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한다.. 를

다시한번 느끼며 머쓱함을 내게 안겨준 작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용으로 돌아와서.

 

한 번 정한 마음에 거침없이 직진하는 이남자. 이수완씨..

대체 뭔가요???

이렇게 완벽한 남주가 있다니요!!!

 

절판된 이 책을 소장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이렇게 내 아들을 키우고 싶다는 지침서(!!)로 활용하고 싶은 것이 

그 첫번째 입니다.

 

자존감 높은 이의 특유의 여유로움과, 배려.

거기에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성정.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속도에 맞지 않는다고 안달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인내. 

상대방의 비참함을 목도했음에도 의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의 짐을 덜어내는 재치아량.

그러면서도 상대에게는 어떠한 마음의 짐도 지우지 않는 섬세함.

교수로서, 꽃구경 가라고 자체휴강 해 주는 이 남자. (대학생때는 이게 최고임!!)

대체 부족한게 뭡니까??? 

....아.. 쓰다보니 너무 많네요. 

 

나에게 이 책은 수완과 은수의 사랑이야기이자, 

은수에게 빙의하여 읽어 내려갔던 나에게 전해지는 위로같은 글이었습니다. 

 

누구나 있을 자신만의 크고 작은 그늘을, 타인이 이토록 감쌀 수 있을까요?

 

수완은 은수가 가진 그늘에 대해 완벽한 공감이라는 오만보다는

그녀의 일상을 그로 채울 수 있도록,

그 자신이 그녀의 인생에 한줌 햇살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그가 그녀의 인생에 내비치는 사랑으로 그늘을 몰아내고자 합니다.

 

그로 인한 상처가 아니었기에 이미 마음에 난 생채기를 어찌 할 순 없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그는 은수의 상처까지도 보듬습니다. 

 

그렇게 수완은 은수 혼자 감내해왔던 상처를 하나하나 꺼내어 

후후 불어 말려주고, 거기에 빨간 약까지 정성스레 발라줍니다.

 

흉터는 남겠지만 수완은 그 마저도 기특하다고 은수의 머리를 쓰다듬겠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던 은수가 점점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수완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당당히 받아들이게 되는 그 순간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언뜻 일상의 한순간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그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수만 바라보는 수완은 당연히,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격해합니다.

수완 역시 그의 평탄했지만 큰 자극없던 인생에 은수가 들어옴으로써

전해지는 그 다채로운 감정들을 만끽합니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 했던가요.

수완은 그 말의 뜻을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남자였습니다.

함께 온 은수의 상처도, 외롭던 그녀의 인생도

그는 기꺼이 사랑해 마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이 책 중에서 가장 제가 좋았던 구절입니다.

수완의 설렘이 오롯이 느껴지는 구절이라서요.

 

마음이 급해졌다. 보고싶다. 꽃이.
금세 지고 말 것을 걱정했지만
사실 내일 당장 푸른 잎사귀가 맺힌대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급한 이유는 보고 싶은 꽃이 
나무에서 핀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피어난 것이라 그렇다.

서둘러 교수실을 나섰다.
제게서 결코 질 리가 없는 은수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밤의 연애 中

 

 

뿌뿌, 아가, 솜이, 강아지.

사랑하는 이에게는

세상의 어여쁜 단어들을 애칭으로 불러주고

온갖 유치한 대사들을 태연히 읊어대는,

언제나 내 여자의 편인 이 남자.

 

이수완씨를 이 봄에 만나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728x90
728x90

◆ 비밀을 간직한 그녀, 이자온.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

틈틈이 글을 쓰며 밤낮 가리지 않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왼쪽 가운뎃 손가락의 반짝이는 반지는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이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내는 광고계의 미다스, 최운.

'비 오는 날의 초대'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

불운한 천재 만화가였던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추억으로만 남았던 그 집에 자온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제안을 한다.

 

◆ 슈트핏마저 완벽한 잘나가는 전문 변호사, 지건영.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여자 친구의 절친이었고, 그 다음엔 동창의 애인이었고, 마지막엔 사랑하게 된 자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만 관계.

그는 지독한 인연이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뒷표지 발췌.


"나 한 시간만 잘 테니까 해장국 좀 끓여 주라."
"나한테 왜 이래요?"
"밥값 낼게. 잔다."
...
"이렇게 오는 거 다신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나는 무작정 너에게 들이닥쳐 해장국을 요구해도 되는 그런 사이야.

건영은 그렇게라도 자온의 식어버린 마음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다소 무례하지만 그만의 방식입니다.

 

치기어렸던 20대,

자온의 친구와 사귀고 그 연애의 기승전결을 자온에게 모두 보여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창까지 소개시켜준 건영.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제는 도무지 어떤 관계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와 자온의 관계..

건영은 어떤 형태로든 자온의 인생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온은 첫사랑이었던 그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한끼를 차려냅니다.

그러나 그뿐.

그가 식사를 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습니다. 

건영은 다만 식사를 차려내고 들어가버린 자온의 방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자신과 마주보며 식탁에 앉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였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니가 하고 싶은 연애는 어떤 건데?"

"......감정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는 사랑.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보고 베낀 것처럼 닮은 모녀의 첫사랑.

 

엄마는 첫사랑에 성공했지만 불행했고, 자온은 지리멸렬한 첫사랑에 끌려다닙니다.

자온이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자온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혼까지 갔던 남자와도 파혼하고 이후 만난 남자에게도 자신의 자식같은 시나리오를 빼앗겨 버리고..

그녀의 마음은 무심했던 건영에게 이미 짓밟히고 무시당한 지 오래인데..

남자에 치일대로 치인 자온에게 이제와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이 남자, 건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결혼 한 척 하려 왼손 중지에 끼운 반지로 자신을 방어하며 헌책방, 술집 알바를 전전하던 자온.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신기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 발 앞서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늘 뻔한 눈빛으로 빤한 말만 해대는 남자들과는 달랐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최운. 

헌책방 주인의 지인이었던 남자는 자온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몇번 보지 않았지만 자온에게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온이 싸온 음식의 레시피를 궁금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남자.

 

그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온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합니다.

 

"4주만, 한달도 아니고 딱 4주만. 저 옥탑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뭐랄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겐 너무 과분한 가사 같지만 부러웠어요."
"뭐가요? 모차르트? 왕자?"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 이 여자 뭐지? 
.
.
"제가 그쪽 이름을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두 글자 최 씨에, 완 아니면 운이었던 것 같은데."
"최운이에요."
"혹시 운이 좋으라고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어떤 완벽함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최고로 운 좋은 남자" 가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최운.

 

그의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여자가 있습니다. 

 

지인의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바지런한 품성으로 헌책방을 쓸고닦던 여자.

그녀의 점심으로 싸온 음식을 그에게도 선뜻 내어주는 여자.

 

그녀만의 삼단 주먹밥, 샌드위치.

그녀만의 커피 레시피.

그녀가 추천했던 스텐 진공컵.

 

함께 헌책방에서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은 점점 유부녀인 그녀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이렇게 절대로 이 여자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런 그녀가 제안한 4주간의 동거아닌 동거.

최운씨는 안무섭다고 말갛게 웃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녀가 이사가버리면 영영 인연은 끊기게 되는건데, 

운은 그것은 그것 대로 싫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그녀가 있는 생활.

그저 호감이었던 감정이 그녀와 함께 할수록 몸집을 불려만 갑니다.

그녀의 본 적 없는 남편을 질투하면서.. 

 

한 번도 여자를 소유의 상대로 여겨 본 기억이 없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한 적도 없다. 
정 붙이는 게 두려워 애완 동물조차 기르지 않는 그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2권 中

 

짧은 4주간의 동거가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로 더 짧아지는 순간, 

그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자온."

"미쳤다고 해도 좋은데.......한 번만 안아 보자."


이 작품의 키워드는 "영화" 와 "음식"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행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배가 됩니다.

 

팟캐스트에서 운과 두겸이 나누던 영화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 묻어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또 운과 자온이 함께한 음식에는 그들의 염려와 따뜻함,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운과 자온은 동거아닌 동거하는 내내 서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와 그녀를 위한 음식을 해서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차려내는 밥상.

그 위로 오가는 큰 의미 없지만 온기어린 대화들.

그리고 배불리 먹고나서 편안한 자세로 보는 영화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온과 운은 운의 집에서 보내는 식사와 시간들로

마음과 육체에 살이 오르고 보기 좋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자온이 건영에게, 그리고 자온의 엄마가 자온의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서로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의 표현으로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엄수하기 위해 서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시절 음식들을 먹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절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은

이미 그들의 미래에 서로를 넣어두고 있었음을 둘만 몰랐네요.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어른들의 연애는

이렇게 사소한 거짓말로도 오해가 쌓이고,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둘을 다시 만나게 했고, 

결국은 그 둘이 바라 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자온이 바라던 모든 걸 다 퍼붓는 사랑. 

운이 바라던 온전한 가족.

 

이들이 일구어낸 운명은

서로를 위해 차린 음식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을겁니다. 

 

이 작품에는 죽일 듯이 미운 악역도 비련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어느 곳이든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있을 법한 사람들.

적당히 속물적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

가끔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찌어찌 사랑하는 이와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온이네 친가는 제외... 그렇지만 그들도 어딘가 존재할법한 시짜들이었죠. ^^)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능글맞아지고 좀더 유치해진 운과, 

속마음 하나 드러내지 않던 무심했던 자온이 종알종알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것을 느끼며,

1권에서 무감했고 냉소적이었던 자온과 운이 다시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네요^^

 

종이책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깊이 음미하고 싶은 표현도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고,

팟캐스트 '비오는 날의 초대'에서 두겸이랑 운이 나누는 대화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외전은 이북으로만 있어서 외전만 이북으로 봤는데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잘 해먹고 사는 둘, 아니 셋이었습니다.

 

덧.

본편 최고의 사이다 장면하나 소개합니다. 

 

 

728x90
728x90

* 남자주인공: 차강혁

지하조직 비강의 실세. 소유욕 쩌는 마초남


* 여자주인공: 정수민

룸싸롱 [나인]의 여종업원.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순진녀

- 발췌 : 리디북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를 둔,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여주 정수민.

 

비리에 연루된 아버지, 그의 자살.

그리고 남겨진 막대한 빚과 어머니의 암 발병.

 

사방이 가로막힌 막막한 상황에서 수민은 막막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살아갑니다.

 

유복하게만 자라온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몇 없었습니다. 

편의점 알바, 식당 서빙알바...

빚이나 엄마의 병원비로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벌이..

 

자신의 외모를 보고

룸살롱 취직을 권유했던 편의점의 손님들에게 받은 명함이 

오늘따라 묵직하게만 느껴집니다.

 

숱한 고민 끝에 수민은 룸살롱에 취직을 결심하고,

그곳에 출근한 첫날, 

한 남자를 만납니다. 

 

차강혁.

손님으로 온 그에게 지명받은 수민.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한동안 그녀의 2차를 독점합니다.

 

"넌 오늘 밤은 날 벗어나지 못해.
내가 샀으니까."

- 소유욕, 이서한

 

그렇게 한동안 그녀의 밤을 괴롭히던 강혁은 홀연히 사라졌고,

그 사이 수민은 다니던 룸살롱을 그만둡니다.

강혁와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난 내가 갖고 싶은 건 가져."
"네가 좋든 싫든 관계없이. 가질 거라고."

-소유욕, 이서한

 

다시 수민의 앞에 나타난 강혁.

싫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자꾸만 강혁에 속절없이 끌려만 가는 수민.

수민은 감정에 혼란스러워집니다.

 

강혁이 이끄는 조직의 반대 세력과의 세력 다툼이 거세지는 가운데,

수민은 새로운 강혁의 약점으로 노출되게 되고

강혁역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자꾸만 그녀가 거슬립니다.

지켜주고 싶은 연약하지만 맑은 눈빛의 여자.

자신의 세계랑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여자.

 

강혁은 그녀를 놓아주기로 합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낸 수민이 찾아옵니다.

수민은 강혁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강혁과 수민의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요?


도미넌트의 여주, 세린의 언니 이야기입니다.

 

초반에는 그저 수민의 2차를 독점하다가도

일이 있으면 버려두고 떠날 가벼운 집착이었다가,

수민이 룸살롱을 그만 두고 나서야 그 소유욕을

온 몸으로 터뜨리는 남주..

그러면서도 또 수민을 놓아주고 

참아보다가 결국 수민 앞에 나타나고...

 

혼자서 입덕부정기를 매우 길게 겪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인 수민은 

그런 남자에게 크게 반항 한번 못하고 

찾아오는 그를 계속 받아줍니다. 

이그 답답이..

 

하지만 수민의 성격이 저러해서

강혁이 더욱 혼자 안달을 냈던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오면 오는거고.. 자기가 먼저 연락할 생각도 못하는,

아니 연락처도 못물어보는 소심한 수민이었으니까요.

 

결국 강혁에게 육체적으로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져

그를 받아들이던 수민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를 생각하는 게 몸 때문인지,

아니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그의 태도 때문인지..

 

두 사람의 감정선은 위와 같은데,

이게 씬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씬에서 느껴지는 감정선도 조금 아쉬웠고..

처음의 감정없이 몸만 섞던 씬과

나중에 감정을 가진 씬이 잘 분리가 안된달까?

 

음..

그냥 강혁이는 거친 관계를 좋아하는 남자인가 봅니다.

 

조금은 올드한 표현도 있어서 가끔 멈칫,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술술 읽히는, 

씬의 묘사도 매우 농밀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습니다.

728x90
728x90

- 남주 : 차재익(37세)

껍데기는 CL그룹의 전무인 로열패밀리, 하지만 사실은 조폭 집단의 소두목.
세련된 외모와 재력으로 돈을 주고 여자를 사거나 도구처럼 함부로 대한다.
오직 야망만으로 이루어진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



- 여주 : 강리인(27세)

전시회에서 만난 재익을 첫 순간부터 사랑했다.
잠시 신데렐라를 꿈꾸었으나 단 하루 만에 돈을 받고 몸을 주는 여자로 낙점된다. 그래도 괜찮았다.
차재익은 모든 여자에게 그러니까, 조금도 상처받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변했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인해서.
-출처 : 리디북스


- 스포가 있으니 리뷰읽으실 때 참고 부탁드립니다.


여기, 하나의 로맨틱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오만한 한 남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었으며,
평범한 회사로 위장했지만
실상은 지하세계의 조직인 곳의 정점에 선 덕에
인간을 애정으로 대하기 보다는 수단으로 여기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항상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믿었던
승승장구하는 삶.
원한다면 취하지 못하는 여자가 없었던 그에게 여자는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여자.

그녀의 올곧은 눈빛은 그의 삶을 반추하게 했고,
그녀의 밝음은 그의 더러운 일면을 백일하에 드러나게 합니다.

한 번도 부끄럽지 않았던 당당했던 자신의 삶이 그녀 앞에서 부끄러워집니다.
괴로워하던 나날.
결국 그는 인정하고야 맙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사랑.
자신이 한껏 비웃어왔던 그 말랑한 감정에 그는 휘둘리게 되고,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무가치해집니다.
그의 인생은 이제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그는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과거를 정리합니다.
그녀의 옆에 떳떳하게 자리하고 싶으니까요.

그녀만 있으면,
그녀가 있는 밝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열망뿐.
다른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이제 그는,
그녀로 인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과연 해피엔딩일까요?
여주와 남주에게는 그렇겠죠.
그러나 조금만 비틀어 시선을 돌리면,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은 그들만의 로맨틱한 이야기에서 한줄도 못되는 조연,
위의 이야기에서 수단, 과거로 통칭할 수 있는
남주의 과거이자, 그가 부끄러워했던 과거로서 존재하는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리인은 단 하나만 원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차재익의 곁에 있는 것.
그의 입맛대로 자신을 더럽혀도 좋으니
그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녀가 일말의 자존감도 없이 추락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내려온 만큼,

그가 그녀와 함께 해주기만을 바랍니다.

"나는 모든 순간의 그를 수용했고,
그의 부름은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으며,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반항하지 않았다."


그 간절한 바램은 이렇게 비틀린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그런 그녀의 이면에는 꽤 복잡한 과거의 서사가 존재합니다.
비참했던 첫 경험부터, 비틀려버린 이성과의 관계들.
더러워진 자신에 대한 자책과 체념으로
사랑에 주체적이지 못하게 된 그녀가

사랑하게 된 그를 위해 그를 바꿔가기 보다는
순응을 택하는 것은 역시나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넘볼 수 없었던 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놓아버립니다.

그녀가 그를 붙잡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바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그가 원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자신을 내던집니다.
망가지는 그녀를 향해
소리없이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내면을 무시한 채.


남주의 절절한 로맨스를 지켜본 이들을 말할겁니다.
강리인 당신이 했던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너는 그저 차재익의 장난감이자 소모품이었을 뿐이라고.

그저 여주를 만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을 뿐이라고.

당신도 속물처럼 차재익의 돈을 탐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끝까지 그녀는 그녀가 했던 것을 부득불 사랑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끝까지 이어갑니다.

 

그가 가르쳐준 방식으로 말입니다.


숭고하지도 절절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속물적이고 더럽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사랑은 있었습니다.

"붉은 립스틱과 란제리,
홍등가의 조명, 그리고 정육점에 널린 고깃덩어리."

페릴린 마룬.
그녀를 상징했던, 그녀가 생각해왔던 그녀의 이미지.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혹자는 돌을 던질 그녀의 사랑에
조용히 그녀가 바래왔던
푸른 장미를 하나 놔주고 싶은.
짧지만 여운이 상당했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
로맨스 소설이라는 무대의 뒷편을 훔쳐본 느낌이었습니다.

728x90
728x90

이것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아가씨와, 그를 지키는 기사의 이야기.

“헤이든, 나는 이번에야말로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헤이든의 주군, 레오닐라 후작가의 아네스는
오로지 황후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몇 년 전, 황태자와의 약혼이 무산된 이후 그의 우울은 깊어졌다.
이어지는 네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실패.
모두가 아가씨의 곁을 떠나고
오직 아가씨의 호위기사인 헤이든만이 곁을 지키고 있다.

‘헤이든, 그거 알아? 흔히 자살을 시도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은 생의 소중함을 알고 힘차게 살아간다고들 하지.’

‘…네, 다들 으레 그런 말을 하곤 하죠.’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야.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말이야,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죽음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아, 오늘도 나의 주인께서는 죽음을 갈망하신다.

- 리디북스 발췌


남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후작가 영애 아네스의 평민출신 호위기사로서,

자신의 연심을 감추고 그저 아네스의 곁을 지키는 헤이든.

 

자신의 목숨보다도 귀한 아가씨의 호위기사로서,

그가 지켜내야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아가씨 자신으로부터 아가씨를 지켜내야 합니다.

 

태중에서부터 정해진 황태자와의 혼약을 위해

살아왔던 아가씨의 인생은,

단 한 발자국을 남긴 채 스러지고

그 때 부터 아가씨의 자살 시도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황태자가 발표한 평민 출신 여인과의 러브 스토리에

온 국민들은 열광하고, 

그 자리의 원주인이었던 아네스, 아가씨는 

귀족출신의 악역 영애로 전락해버립니다.

 

평생의 목표를 잃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던 아네스는 황태자와의 혼약이 깨어지던 날,

결혼식 때 입으려고 준비해둔 새하얀 드레스를 찢어 목을 멥니다.

그것이 첫 번째 자살시도.

헤이든은 그렇게 죽음을 갈망하는 아가씨를

애타는 마음으로 붙잡고 싶지만.

 

그저...안타까워할 뿐.

자신의 위치와 신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헤이든은,

결국 생의 의지를 잃고 죽음만을 바라는 아가씨를

그저 바라보며 지켜냅니다.

 

그저 살아 있으시라 기도할 뿐.

그녀에게 그의 기도는 닿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로맨스 소설이니까.

두 주인공의 사랑으로 어떻게든 이 지독한 우울과 절망을

어떻게든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습니다. 

 

"나는 아가씨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아가씨를 구원하는 것만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네스에게 절망을 안겨준 황태자와의 파혼은 

그녀의 고고함, 자존감 나아가 존재 이유에 대한 말살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은 그녀는 멈출 수 밖에 없었던 것.

또한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헤이든이기에,

그녀의 숱한 자살시도를 막아서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의 연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녀에게 자신이 감히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우직하게, 고집스럽게 아가씨의 곁만을 지키는 호위기사와,

죽음을 갈망함에 있어 막아서는 이 없는 아가씨.

 

이 둘의 출구 없는 감정들은 작품의 피폐함을 더해갑니다. 


삶의 의지가 꺾인 채,

절망이라는 병에 잠식되어가는 아가씨에게 

헤이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면,

천한 출신의 호위기사와 귀족영애의 추문일지언정

아가씨는 좀더 살 의지를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알고 있는 이에게는

그조차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던 일이겠죠.

 

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헤이든은

자신의 내면에 아가씨에 대한 열망을

단 한점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꼭 잠근 채

그저 우직하게 아가씨를 지킬 뿐입니다. 

 

아네스와 헤이든에게 선고된

죽음과 삶.

 

죽음을 원할 정도의 지독한 절망을

시련으로 던져준 신에 대한 원망,

이 세상에 대한 불공평함에 희망이 꺾인 이의

결론이 그의 죽음일 지언정,

 

남겨진 이들 또한 겪어내야 하는 상실의 고통으로

삶을 놓아버리고 싶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이어가야만 하는 삶에 대해 이 작품은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기에.

 

사랑하는 이의 흔적이 남겨진 이 세상에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는,

그 슬프고도 잔인한 의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상이 사라져도 사랑은 지속되니까.

이것 또한 로맨스라 할 수 있겠네요.

아주 슬픈. 


책장을 덮고나니 먹먹해졌습니다.

누구라도 필연히 겪을 수 밖에 없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영영(永永)한 부재.

그 때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한번쯤은 생각할 가치가 있는,

저에게는 짧지만 제법 무거운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지난 뒤 다시한번, 좀 여러번..

헤이든과 아네스의 감정선을 따라 정독하고 싶네요.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