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 : 하은수
방송국 외주 구성 작가. 방송국의 PD 주승모와 연인사이이며,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는 여자.
- 남주 : 최무형
평소에는 느릿하지만 승부처에서는
날카로운 감각을 드러내는 발군의 투수.
잠자리는 갖지만 마음은 바라지 말라고 하며 여자를 갈아치운다.
"승모 여잡니까?"
"주승모 피디와 사귀는 건 맞는데요....
누구 여자, 그렇게 불리는 건 상당히 거북하네요."
......
"안잤어요?"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무형/은수
무형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급의 투수이자,
번듯한 외양으로 꽤 잘나가는 여자들과의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입니다.
그런 무형을 인터뷰 차 만나게 된 은수.
그녀의 애인인 승모의 고교동창이자 인터뷰 대상이었던 무형은
은수에게 초면에 매우 무례하게 굽니다.
그것도 모자라 민망할 정도로 그녀를 집요하게 쳐다보던 무형.
그런 무형을 처음만났지만,
어쩐지 그의 남보다 커다란 손이
자꾸 낯이익어 소름이 끼치는 은수는 혼란스러워하며
무형과의 첫번째 인터뷰를 마칩니다.
무형의 집요한 시선은 다음의 만남에도 계속됩니다.
마치 그녀를 과거에 알고 있었던 듯한 말투.
"그렇게 사람을 빤히 보는 최무형 씨의 시선,
처음엔 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것 같아요.
나한테서 뭘 찾아내려는 것 같아요.
혹시 날 아세요?"
"정말... 기억을 못 하는군요."
- 은수/무형
은수는 자신의 기억에 없는 기억을 떠올리는 무형.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그녀를 괴롭혀오던 악몽의 편린들.
그 악몽의 끝에 등장하는 커다란손...
은수는 무형의 커다란 손이 악몽에서의
그것과 닮음을 인지한 순간,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도대체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는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
은수는 12년 전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되찾게 되고,
자신을 망쳐놓은 그날의 일에 관련한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무형도 포함이 되었고,
무형은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묵인하고
오히려 그녀의 복수를 돕습니다.
그게 자신을 향한 복수일지언정.
그 과정에서, 은수는 아무리 막아보아도
그에게로 흐르는 자신의 마음에 절망해버립니다.
이 뱀의 심장을 가진 남자에게
자신의 순정따위야 티끌만도 못한것을.
한편,
그간 여자들을 통해서
단순히 새로운 자극과 쾌락을 얻고자 했던 무형은
은수에게서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좀더 가슴 깊은 곳에서의 갈증을 느끼며
그녀의 복수를 흔쾌히 지켜보고,
그녀를 보는 것이 기분 좋아집니다.
이같은 마음을 단순히 욕정의 산물이라 치부하는 무형.
무형은 그녀의 칼날이 그를 향하고 있음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그녀를 품고 있지만
그녀는 칼자루를 쥐었음에도 베이고 있었다.
어쩌지, 그를 사랑하나 봐,
은수는 이 어리석은 게임을 시작한 것을 자책했다.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이제 둘의 아슬아슬한 감정은
그렇게 종국으로 치닫게 될 수록 어긋나기만 합니다.
은수와 무형.
은수는 무형에 대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형과 알수 없는 악목으로 불안해 하는 은수의
초반 내용에서는 스릴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거의 내비치지 않는 남자인 무형은 흡사 사이코패스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무형의 불투명한 속내는 보는 저마저도 은수의 불안함에 이입하게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남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한다면..
그 불안함은 어마어마 하겠죠.
초반부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은수의 기억이 돌아와 진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분노가 됩니다.
그 기억의 주범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참혹한 진실의 방관자에 대한 분노.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방관자에 대한 분노가
왜 주범에 대한 분노보다 더했는가 였습니다.
솔직히 저라면,
주범에 대한 분노가 더했을텐데 말입니다..
방관자였지만 그래도 그때의 은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사람인데 말이죠.
물론 그 뒤에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그의 성정이라면, 타인의 일에 그리 깊게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
그의 입장에서는 그의 침묵이 이해가 갔었습니다.
은수는,
그의 도움을 애써 잊은 채
어쩌면 원망할 대상을 찾다가 결국 방관자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수가 그렇게 원망하는 대상에 빠져들면서,
자괴감이 들면서도 그와 있음에 행복해하는
그 이질감에 괴로워하는 은수와
겉으로는 변함없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변화해갔던 무형의 심경이 대비되어
또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이러니 했고,
또 그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읽는 내내 계속되어
작품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잠깐의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장면 조차도
불안해 하면서 보게되는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12년 전의 사건으로 영혼이 부서져버린 은수와,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영혼으로 살아온 무형은
그들이 만날 수 있었던 최악의 조합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어딘가 고장난 이들끼리의 끌림같아서
어찌보면 그들은 운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한번 부서진 그녀의 영혼은 다시 이어 붙여보았지만
결국 파괴되어 버렸고,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그의 영혼은
채워짐의 충만함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다시 비어버렸습니다.
그들의 결말은 예견되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둘은 솔직하지 않았고(못했고)
그랬기에 어긋나버린 그들의 감정은 결국 파국일 수 밖에 었었기에,
남여주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저는 이 소설의 결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상세한 대화나 장면의 서술 없이
마치 신문지면상의 기사처럼 나열된 무형과 은수의 마지막 행적이
꼭 그들의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 양, 제 삼자의 눈으로 비춰지게 되면서
생경하면서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전해듣게 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더 부각되었고,
무형의 무심한 속내같은 마지막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녀는 결국 무형에게 최고의 복수를 했고,
무형은 한결같았던 그의 태도대로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달게 받았네요.
이정도면 제게는 최고의 후회남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용서받지 못하고
여주에게서 구원받지 못하는 남주가 최고(최악?)의 후회남 아닐까요.?
언제고 다시 읽으면서,
그들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보고싶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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