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봐, 리베로가의 미친년이다." 나는 리베로가의 장녀 티테 리베로! 성도 제일의 미녀이고 재녀라고!
그래, 한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떠들어 대는 저 소리에 아무런 타격없이 자신만만했을 때가 있었지. 모든 것은 내 발 아래 있는 것 같았고 내 사랑도 이런 나를 거부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어. 나는 티테 리베로, 가문, 명예, 외모! 무엇하나 빠지지 않던 사랑스러운 영애였으니까!
벼락처럼 시작된, 처절했지만 후회없던 내 사랑, 잘 지켜봤어? 그래, 너도 이제 알겠지? 그도 나를 사랑해 나도 그를 사랑해.
조금 힘들었던 내 사랑이었지만 나는 후회가 없어.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 나는 들을 수 있었거든. 내 육체가 스러져가는 그 순간에 그의 외침을.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순간에도 똑똑히 들렸다구. 순간, 나는 입을 움직일 수있었다면 외치고 싶었어. 숱하게 외치던 그말. 내가 미친년이 되더라도 외칠수 밖에 없던 그말.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와 나는 많이 달랐던거야. 그의 사랑과 나의 사랑이 달랐을 뿐. 어쩌면 성신과 마족만큼, 정확히 반대의 사랑이었던 것 같아. 이제 조금은 알것 같더라구.
그래서 그럴까. 마지막에 그에게 했던 말이 조금 신경쓰여. 그가 그 말에 상처받길 바라면서도 내 사랑은 아무 상처없길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들었거든.
그래.. 이제는 내가 아닌, 그가 선택한 세상속에서 행복하길 바라. 난 내 사랑을 이루었으니까.
나는 이제 영원히 그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까! 나와 그의 사랑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회자되겠지.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고. 난 그거면 됐어. 그거면...
딱 하나 아쉬운건.. 생각해보니 요한에게 제대로 말한 적이 없더라구. 그의 눈을 보고 말하고 싶어. 사랑한다고. 그말로 인한 그의 떨리는 눈을 다시한번 보고싶어.
그렇게 외쳤던 사랑인데 그의 마음만 보여달라고 고집부리고 진심을 담아서 고백한 적이 없었네.
사랑해요. 요한. 나의 성하.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거에요. 영원히..
티테가 너무 안타까워서.. 티테시점에서 써봤어요. 티테는 결국 원망하는 맘을 접었을거에요. 요한은 티테를 사랑하니까. 티테는 그걸 아니까.
최근에 읽은 "차연은 놀잇감을 사랑한다"와 제목이 비슷해서 읽었던 작품입니다.
어떤 분의 리뷰에서 이 작품은 맑은날, 행복할때 읽어야 한대서 묵혀뒀다가 아무래도 그런 날이 요원할 것같아..(ㅠㅠ) 장편읽고 쉬어가는 맘으로, 아무생각없이 펴들었다가 한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170여 페이지의 짧은 글에 이런 복잡한 심경이 들게하다니.. 눈물까지 찔끔나게했던 작품. 제목이 전부인 작품.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였습니다.
자신의 동생을 짝사랑하고 있는 신우서에게 반하여 마음을 숨기던 중에 링이 발현하고, 그로 인해 눌러놨던 감정이 폭발한다. 신우서에게 동생과 닮은 자신을 마음껏 이용하라며 다가가서는 차근차근 신우서를 옭아매는 계략집착공.
*수: 신우서. 친구인 강지석을 5년째 짝사랑해왔다. 강지석의 형인 강지건과 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되자마자 이를 이유로 강지석이 자신을 멀리할까봐 필사적으로 숨기기 위해 노력한다. 보답받지 못하는 오랜 짝사랑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어느새 마음 한구석을 파고든 강지건이 자꾸만 강지석의 자리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관계의 고리"는 링버스물입니다. 어느날,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손가락에 붉은 색의 링이 발현하게 되면, 그 상대와 닿지 않으면 수면을 이룰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 링의 상대와 좀더 깊은 사이가 된다면 링의 상대가 없어도 잘 수 있지만, 애초에 사랑 유무, 성별의 다르고 같음과 상관없이 발현되는 터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동성간의 결혼 또한 조금씩 인정이 되는 사회가 되어가죠.
5년째 친구를 짝사랑중인 신우서는 어느날, 링의 발현을 겪게 되고 그 상대가 자신의 짝사랑 상대인 지석의 형인 지건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이를 숨깁니다.
"우서야." "긴말하지 않을 테니까, 잠깐 실험 좀 하자." "...예? 실험요?" "1시간만 자보자."
졸린데 자지 못하는 불면의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지건에게 들키게 된 우서. 지건은 자신에게 필요한 잠을 자게 해주는 대신 지석을 좋아하는 우서에게는 지석과 닮은 외모로 지석과 하고 싶은 것은 다 자신에게 해도 좋다는 제안을 우서에게 하고, 우서는 이를 수락합니다.
점차 자신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자신의 외로웠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지건에게 우서는 점점 마음을 열게되고 그런 우서에게 지석은 예상치 못한 고백을 해옵니다.
지건과 우서, 지석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짝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하고, 그 짝사랑의 대상도 그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 보이는 상태.
그런 승산이 매우 적은 싸움에도 지건은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조심스럽게 둘 사이의 견고함에 균열을 만듭니다. 조그만 균열을 만들고 또 만들고.. 그러나 절대 조급하게 굴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지독하게 소유하고 자신만 보게 하고 싶지만 지건은 그렇게 우서에게 다가가고싶지 않습니다.
우서의 깊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바라기 때문이죠. 그것을 위해 지건은 참고 또 참으면서 계략을 세웁니다.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계략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 어리숙한 우서와 지석이 점차 생겨나는 균열을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도록 조작하고, 그렇게 쌓인 서운함이 기어이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합니다.
"나 불쌍하지. 불쌍하지. 우서야." "더 힘들어해 줘. 그래야 네가 날 더 필요로 해 주지."
한편으로 지건은 자신의 희생을 우서에게 자랑하듯, 칭찬받듯 감추지 않습니다. 짝사랑을 오래 해온 우서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지건의 짝사랑의 아픔이 선명히 보이니까요.
사소한 행동에서 비롯되는 그 서운함같은 감정들, 동병상련에서 비롯된 동질감 내지는 안쓰러움을 작가님은 잘 알고 계신듯 합니다. 그것을 소재로 잘 활용해주셨네요.
한 사건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시점으로 전환하여 사건을 꼼꼼하게 곱씹게 만드는 것 역시 글의 흐름을 방해하기 보다는 둘의 심리의 변화가 보이므로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문 그룹의 오만하고 겁없던 미친개. 그리고 그림자처럼 내게 따라붙는 오명. 서출. 혼외자. 그 오명을 입에 담은 녀석을 반쯤 죽이고 유배처럼 내려온 가일에서 나는 그녀를 만났다.
"진짜 지랄이네 저거." 겁도 없이 대드는 게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악에 받쳐 이마에 핏줄까지 세운 여자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서라.
"얼굴값 잘하게 생겼네." "싹수도 없어 보이고."
온 동네 남자들의 눈요깃거리가 되고 바보가 된 아버지를 봉양하며 구질구질하게 사는 얼굴만 예쁘장한 깡마른 여자애.
이 심심한 동네에서 나의 유일한 놀잇감이 된 그녀. 부표처럼 흔들리는 너의 인생에 내 구미가 당겼다.
그 여자애, 이서라의 인생은 충분히 지옥이었고, 나는 그녀의 인생을 조금쯤은 구원해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열여덟의 치기는 오만했지만 또한 무력했다.
내 앞에서 간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눈을 모를리 없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았다.
"간다."
고작 반년 간의 유희였고, 서울로의 부름을 받고 올라가서는 조금씩 그애를 잊었다. 그애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일까.. 혼외자를 낳고 이 지옥같은 가일로 도망쳤던
나의 어머니처럼 이서라가 살지 않길 바랬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뿐이어야 했는데..
그렇게 지난 세월이 13년. 나는 치기어렸던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다. 삶은 언제나처럼 무료했고, 그녀에게 가졌던 죄책감은 조금씩 희석되는 것 같았다. 그녀, 이서라를 운명처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했고 아직도 너의 불행을 바란다.
"진심이야. 네가 뭘 하든 잘됐으면 좋겠어. 그러면서도 항상 불행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이서라 네가 날 찾을테니까. 내가 너의 구원이 될테니까. 너는 나 없으면 안되니까.
이서라.
나고 자란 곳이지만 지긋지긋한 가일이 싫었다. 바보가 된 아버지를 데리고 도심으로 나갈거야. 그곳에서 다 잊고 보란듯이 살거야.
그런 다짐만이 이 지옥을 버티게 했다. 나는 고작 18살이고 할 수 있는 건 단순한 아르바이트. 나를 짓누르는 돈. 빚. 가족. 동네 아저씨나 동창 남자애의 음흉한 눈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 눈빛을 알고도 나는 그들에게 싫은 내색을 할 수 없다. 나는 힘도 돈도 없으니까. 이렇게 불쌍한 내 삶은 동네사람들의 좋은 안줏거리
혹은 놀잇감이 되었다. 죽은 듯이 살면 언젠가는...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남자애가
자꾸 내 삶을 흔든다.
신차연.
유희거리로 나를 도와준다지만, 어차피 너는 금방 갈거잖아. 니가 가고 나면 나는.. 네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반작용을 그대로 뒤집어 쓸텐데. 왜 내 인생을 힘들게 해. 왜 날 신경써..
"정말 그 애에게 온 마음, 영혼을 바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순전히 그녀가 마을 사람들의 홀대를 받는 게 싫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신차연을, 서라는 마음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첫사랑이었다."
결국 나는 너를 마음에 담았고, 너는 떠났다. 내 말이 맞았잖아. 너는 그렇게 훌쩍 가버리고 나는 혼자 남았다. 그렇게 13년.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어. 처음에는 널 원망했지만 내 앞에 놓인 삶은 녹록치 않아서 널 잊어가더라. 우리 그렇게 그냥 서로에게 잊혀지자. 그게 맞아. 맞는데..
이 작품은 한 사건에 대해서 남주, 여주의 시점이 번갈아 나와 조금 지루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그들의 심리나 상황이 세밀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작가님이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볼 수 없던 단어들을 사용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조금 더 거북하고 낯설게 만들었던 것도 역시 좋았습니다.
차연이 죄책감이라 치부했던 감정들, 그리고 풋정이라 생각해 눌러뒀지만 사실은 그의 황폐한 내면에 단 하나 뿐이었던 사랑. 이서라를 지키고자 그의 방식으로 아등바등하는 모습,
다 가졌지만 정작 그 손에는 아무것도 없던 차연에게 서라가 전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과정들, 그 내밀한 심리묘사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차연은 그녀를 소유하고 구원하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점점 옭죄어가는 광기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역시 번뇌하고 고민합니다.
아직도 자신은 손에 제대로 쥔 것 없는 재벌가의 혼외자일 뿐. 서라를 지키고 싶지만 자꾸만 외부의 압력에 이지러지는 상황에 괴로워하면서도 서라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습니다.
"...나 때문이야?" "맞아 너 때문이야."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에게 심리적으로 부채감을 지우고 가스라이팅을 일삼지만 그역시 서서히 망가져갑니다. (아니, 이미 망가졌는지도 모르죠. 서라에게 가진 감정의 실체조차 제대로 알아 챌 수 없어서 13년이나 서라를 놓쳤던 녀석이니까요.)
서라역시 점점 그에게 길들여져가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지만 초반에 그와 재회했을 때는 제법 단호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차연을 밀어내고 밀어내고..
그 과정에서 서라를 놔두고 떠난 차연이 꼴좋다하면서 살짝 시원한 사이다를 한모금 마신뒤, 둘이 연애(!)를 하면서 먹었던 달달한 사탕이 녹기도 전에 시작되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들의 상황 전개와 서라를 향한 차연의 가스라이팅에 드디어 피폐물의 진면목이 시작되는구나!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오히려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둘의 관계와 서라가 망가져가면서 차연역시 내면이 무너지는 그 과정이 담겼던 후반부가 너무 좋았습니다.
거기에 차연이 완벽한 재벌집 자제가 아니라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항상 그의 자리를 위태로워하고, 그에게 주어진 일들을 힘들어하고 그러면서도 서라를 위해서라면 진창에 빠져도 기꺼워하는 차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요.
내면이 망가진 녀석의 사랑은 안타깝지만 그역시 망가질 수 밖에 없는거죠. 그런 사랑을 볼 수 있어서 (나는 그런 사랑은 하고싶지 않지만..) 시간을 더 들여서 아껴봤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대로 그가 가일에 남았다면, 10여년의 공백 없이 서라의 곁을 좀더 빨리 지켰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신차연은 미친놈이니까 결론은 뭐, 서라를 자신만 보게 하는 과정이 비슷했을거라 생각하지만 서라는 조금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