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 남주 : 권희재
제성 그룹의 사생아. 어릴 적 이복형, 권중혁에게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한 까닭에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긋지긋해한다. 권중혁의 사망으로 대표직에 오르게 된 그는 이연과 권중혁의 사이를 의심하고 그녀를 쳐내려고 하지만 뜻하지 않게 휘감긴다.
- 여주 : 정이연
제성 그룹의 후원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화가 "연". 슬럼프, 그리고 후견인 권중혁의 죽음이라는 위기가 갑작스레 도래한 가운데 저를 이복형의 애인으로 의심하는 권희재와 묘한 기류가 생긴다.
Review
몽슈님의 귀한.. 첫 현대물입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아묻따 구매했지요.
저는 몽슈님 특유의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과 씬의 조화를 참 좋아합니다.
으른 남주들이지만 지문으로 풀어지는 남주들의 생각의 흐름은 아이 같은 면이 있는 몽슈님의 남주들.
그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몽슈님의 남주들을 좀 찌질하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역으로 사랑에 미쳐 보이게도 합니다.
여주 이연은 학대받던 보육원에서의 삶에서 건져내어져 권희재의 이복 형 권중혁의 후원을 받았던 대가로,
제성 그룹의 돈세탁을 위한 그림을 그려오며 자신의 삶을 제성에 온전히 의탁한 상태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재능있는 불행한 고아에서 잘나가는 화가의 삶을 살게 해준 권중혁이 고맙지만
제성의 주인을 바뀌었고, 자신은 끈떨어진 연이 된 신세.
어떻게든 새 주인에게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해내야만 하지만 긴 슬럼프로 인해 그림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남주 권희재는 이복 형의 집요한 살해 위협과 학대에 시달리다
결국 죽으라고 보낸 홍콩에서의 무자비한 환경에 내던져져
살고자 했던 욕망만으로 살아 남아야 했던 그답게 누구보다 욕망에 충실합니다.
이복 형의 죽음으로 홍콩지사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룹(조직)을 장악한 그는
이복 형 권중혁의 흔적을 지우려 하던 차에, 그의 애인으로 의심되었던 이연을 만납니다.
이연을 잘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건만.
"단정해."
"얌전하게 생겼어.'
....
그래, 그런 여자들이 딱 권희재의 취향이라는 말이었다.
죽은 이복 형의 애인으로 의심되는 이연에게 끌리는 자신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 감정에 대한 정의도 의심도 없이
대놓고 여주 이연에게 신경을 쓰고, 발정하고, 추근대고, 놓지 못합니다.
"권희재는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난제 같은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있었다.
공격적이고 거친 방식, 깡패짓이나 하는 조폭.
진한 혈향이 어울릴 듯한 악랄한 인상.
그 분명한 사실을 알고 봐도 사라지지 않는 어떠한,
관능적인 무언가."
권희재를 만난 뒤 자신의 안위를 위협함과 동시에 강렬한 무언가를 느꼈던 이연은
그 자극으로 인해 슬럼프를 극복하게 되고,
결국 권희재가 보이는 거침없는 욕망에 못지않은 강한 끌림을 받았던 이연도 휩쓸려
두 사람은 그들 사이의 불편한 진실을 모른척 한 채 서로의 몸에 몰두하게 됩니다.
가끔씩 보이는 균열속에 엿보이는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채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사람.
죽은 이복 형이 만들어 내는 의심과 균열은 메꿀 새 없이 끊임없이 두 사람을 위태롭게 합니다.
사랑을 받아본 적도 준 적도 없는 두 사람은 서툴게 부딪혀가며
그들 사이에 놓여진 균열을 메꾸어가며 자신의 진심을 조금씩 드러내게 됩니다.
듣기 좋은 말들,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정제된 말들이 아니라,
흔히 연인들의 싸움에서 감정에 못이겨 툭 던지는 해서는 안되는 말들,
그것에 상처받고 밉지만 또 상대를 놓기는 싫으니 잡게되는 모순.
지극히 평범한 사랑싸움들을 통해서 말이죠.
어떠한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사랑은 보편적인 것이고,
사랑싸움은 유치하기도 하고,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더욱 단단해 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일련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 되는 것.
저는 몽슈님의 이런 감정선들을 참 좋아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는 둘의 발걸음으로 묘사되는데요.
처음에는 정박이 아닌 엇박자로 걷던 그 발걸음이,
권희재가 이연의 발걸음을 따라 밟게 되고
결국은 온전히 겹치는 그 과정이
이 작품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권희재가 살던 세상 속의 인물들은 모두 이중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그 자신 마저도 이연에게 감추는 모습이 있었으니,
권희재가 이연에게 가졌던 의심은 그의 세상에서는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의심을 파고들수록 감춰진 모습 없이 하나의 모습만 보였던 이연에게
권희재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자신은 글렀다. 글러먹었다.
그녀에게서 빠져나오는 건 죽고난 이후에야 가능하리라.
어쩌면 다른 의미로 파멸일지 모를 이연을
품에 가둔 채로 폭우처럼 쏙아 내는 감정은 그토록 노골적이었다."
이연역시 뿌리없이 흔들렸던 그녀를 단단히 땅에 붙잡아 준 권희재를 놓을 수 없을겁니다.
그녀가 처음 가졌던 온전하고, 완벽한 애정이었으니까요.
과거 이복 형 권중혁과 권희재 사이의 반목과 서사,
이연이 겪었던 과거에 관한 상처나 그에 대한 감정
그리고 권희재의 집착적인 면모를 조금 더 보고싶었는데
둘에게 벌어지는 사건의 수습과
현재 진행되는 그들의 연애 서사만으로 지나가 버렸던 게 조금 아쉽네요.
좀 더 늘여서 써주셨어도 좋았을것 같아요.
네, 그만큼 작품 끝나는게 아쉬웠다는 말입니다. ㅋㅋㅋ
이 작품은 외전이든 뭐든 꼭 더 보고싶네요!
야만적이지만 그녀에게만은 야만적이지 않은,
내여자 한정 다정남 권희재였습니다. ㅎㅎ
몽슈님의 다음 작품도 현대물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것도 역시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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