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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권무진

정원식품 본부장. 회장 아들. 무심한 건조남


- 여주 : 민서하

요식업 프랜차이즈 [코리안 푸드] 전략기획실장. 대표 회장 막내딸. 상처투성이 의지녀

- 출처 : 리디북스


- 그녀. 민서하.

두 재벌가 자제의 구태의연한 맞선자리.

 

서하는 몇 번째일지 모르는 이 맞선자리에 오늘도 먼저 나와 앉아있습니다.

"민서하 씨는 몇 번째 입니까?"

- 무진

무심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는 남자의 앞에서 말없이 일어서는 서하.

테이블을 짚고 몇 걸음을 떼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 빨리 가 주세요.
부탁드려요."

- 서하

자신의 결점인 다리의 장애를 내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웠지만

사랑없는, 비지니스뿐인 결혼 보다는 낫다 여긴 서하.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맞선, 이제 서로 그만 끝냅시다."
"합시다, 결혼."


- 무진

처음으로 서하의 장애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

권무진.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염려와 강권으로 시작한 이 맞선 행렬은

서하는 그렇게 무진과의 혼사로 끝이 나게 됩니다.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지만, 이왕이면,

그녀는 그래도 잘 살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한부의 아버지, 아버지가 일군 회사,

그리고 철없는 오빠.

무심한 남편.

휘청이는 서하의 걸음에 더욱 무게를 더하는 것들이었지만,

서하는 기꺼이 그녀 어깨의 짐을 감내하려 합니다. 

 

그러나, 겨우 스물일곱.

그저 가정을 꾸려 행복하고자 했던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 그. 권무진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혼시장에 나오게 된 무진.

 

무진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무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아버지는 절대적이었고,

무진은 어머니의 죄 아닌 죄를 대신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맞선도 지겨워 지던 차. 

사랑했던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았던 무진은,

다분히 충동적인 제안을 서하에게 건넵니다. 

 

결혼. 

 

그렇게 한 결혼에 성의가 있을리 없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도 살아있다는 자책감과

아버지의 폭언, 그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

무진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그의 아내 자리를 자신의 연인 대신 차지한 서하에게 애정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서하가 이 비지니스 결혼에 정성을 쏟는 것을 보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서하에게 제안합니다.

 

 

"기회를 주겠습니다. 혼인신고,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이 결혼,
무르고 싶으면 물러도 되는 기회 말입니다."

- 무진

 

무진은 자신과 결혼한 죄밖에 없는 서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자신의 고된 인생에서 서하를 빼내주고싶습니다.

그의 제안을 서하는 선뜻 수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상호 동의 하에 끝을 정한 결혼생활이 계속 될 수록

무진은 서하에 대한 감정을 동정이라 여기기 위해 애써보지만

자꾸만 이 여자가 눈에 밟힙니다.

그녀의 현명한 행동들이, 작은 배려가 자꾸만 맘에 걸립니다.

 


작가님의 후기에는 후회남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요의 후회남에 비하면 많이 순한맛의 남주였습니다.

 

오히려 상처남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로 

기구하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무진이었기에,

애정없는 결혼으로 서하를 외면했던 시간도 이해가 갔고,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나서 어떻게든 서하를 지키고자 했던 것 또한 

무진을 짠하게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이다(!)라 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이 

무진을 통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일까요?

 

부모의 정을 끊어내지 못해 결국 자멸을 계획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심성을 지닌 무진에 비해

서하는 신체가 불편할 뿐, 재벌가의 자제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아버지와 오빠를 대신해 회사의 수장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다 알고도 시댁의 악행을 눈감아 주는 아량까지..

연약할 지언 정말 똑부러진 여주였습니다. 

 

무진 또한 극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곧고 착한 그답게 자신과 부모의 업보까지 모두 청산하고 난 뒤,

빈손이 된 그가 택한 것은 서하였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무진이 한 선택도 이해가 갔습니다.

 

오히려 그가 서하의 곁에 남기로 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무능력(!)한 남주처럼 보이겠지만,

무진의 성격이라면 그가 애증으로 매여있던 아버지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아버지가 이룬 모든 것을 전부 흩어 버리고 

오롯이 자신 하나 만으로 서하에게 간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결심이 아니었을까요?

 

남편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혼자가 된 그를 가족으로 따스히 받아준 서하는 

그야말로 배포가 어마어마한 여장부임에 틀림없고 말이죠.

 

거기에 서하의 오빠인 준하가 점점 철이 들어가는 모습에,

후일담에 짤막한 준하의 연애담을 보면

어쩌면 무진보다도 더 잘 먹히는(!!!!)  재벌 남주가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신체는 조금 불편해졌지만,

교통 사고에서 살아남은 서하는

비슷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무진에게는 어쩌면

기적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살아 남아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조금 심심했지만,

올곧고 착해서 상처가 많았던 짠했던 남주 무진과

그 무진을 사랑으로 감싸 안은 서하의 이야기,

 

잔잔한 여운이 있던 그런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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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이언조

웨스턴 바 사장 / 소유욕이 강한 남자, 까칠한 매력이 돋보이는 남자, 상처 있는 남자, 바람둥이

- 여주: 윤서진

착한 여주인공, 일편단심녀, 당찬 여주인공


망나니, 개차반, 양아치 이언조.

있는 것은 돈과 시간. 그리고 여자를 홀리는 외모.

술마시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

명함이라도 하나 내세우자 싶어 만든 바에서 친구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연일 파티를 여는 나날..

언조는 주변에 항상 가득한 사람들로 부족함없이 지냅니다.

 

10년만의 동창회,

친구 승오가 고딩시절 자신의 순정을 뻥 차버린 여자애,

지영을 보겠다고 끌고 간 그곳에서

지영의 옆에 묻힌듯 서있는 여자. 서진을 만납니다.

그리고 남자들만의 치기어린 호승심.

"안녕."
"나, 기억나?""
-언조

 

정공법으로 지영에게 다가가는 승오와는 달리,

서진에게만 아는 척을 하는 이남자.

장수를 노리려면 그 말을 노리라 했던가요.

 

지영은 이런 언조를 알아채고는 못마땅해 뾰족한 가시를 세웠지만,

언조는 이제 승오가 아닌 지영과 서진을 놓고 게임을 시작하고 맙니다.

누가 봐도 자신을 좋아하는 티가 나는 이여자.

게임은 너무 쉽게만 흘러갑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언조는, 지금부터야."

-서진

 

단지 사람 마음을 놓고 벌였던 유치한 장난이었을 뿐인데..

그녀, 서진은 언조를 똑바로 바라보고 다가오는 여자였습니다.

 

진심으로 부딪쳐 오는 그녀를 피하고자 했지만.

그녀의 커피향기,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도 이제는 점점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그녀를 알아 갈수록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았던 마음이 생겨납니다.

이 생소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럽지만...

이 감정은 이언조, 이 남자를 점점 달라지게 합니다.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던 그녀. 윤서진.

10년만의 동창회.

그 시절의 첫사랑이었던 이언조와의 우연한 만남.

자신을 기억하냐는 말에 서진의 세상이 흔들립니다.

 

그에게 풋정을 품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

서진의 연애의 기준이 되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곁을 맴돌았던 그 남자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자신이기에 그 마음도 평범해질까

다른 여자애들처럼 언조를 좋아하는 티 한번 못냈던 자신인데.

그런 그가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걸다니..

그녀는 동창회 이후 울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서진에게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던, 감히 다가갈 수 없던 사람이

그녀의 곁을 맴돌다니..

그는 여전히 멋졌고, 10년 전의 감정이 소환되기라도 했는지

서진은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듭니다.

 

그러나... 

그녀도 알고 있습니다.

더 사랑하기에 보이는 그의 마음.

그는 서진의 마음보다 한참 더딥니다. 

이 둘의 어긋난 속도를 서진은 감내해내고자 했지만,

그 한계가 목끝까지 차오르면서

이미 끝이 뻔히 보이기만 합니다.

 

서진은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 이 사랑을 지켜낼지, 

아니면.

끝내 현실을 직시하고 이 사랑을 멈춰야할지.


라페스타, MP3, 배터리 교체형 핸드폰, 일산 호수공원, 홍대...

이 책의 초판 출간년도가  2011년임을 감안했을 때,

책을 읽어가며 그 시절을 소환해가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슴 한켠에 자신의 연애 기준으로 남아버린 첫사랑과 조우한 여주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읽는 내내 설렜고,

그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갖은 용기를 끌어내 다가가는 서진이 기특했습니다.

오랜만에 올곧고 지고지순한 여주를 만나니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애 초반의 설렘뿐만이 아니라, 

연애를 시작하면서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더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감정적 을이 되어가면서

그녀가 느껴가던 감정들도 생각보다 현실적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현실 연애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또한

숱한 연애를 거쳤지만 피상적인 연애에 그쳤던 남자가 단 한번,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 

그 감정을 부정하고, 다시 인정하기까지의 과정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후회남은 몸만 큰 금쪽이...여주는 남주한정 오은영쌤...)

 

남주인 언조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이 놀림감이 될까봐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을 인정해 버리면

지금껏 구축해왔던 그의 세상이 뒤집혀 버릴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감정을 대면하기 두려웠을 이 남자의 방어기제였겠죠.

 

얄미운 여자 조연 역시 불쑥불쑥 나타나서 

작품의 감칠맛(!)을 더했고, 

그들의 친구들 역시 그들의 연애사에 톡톡한 몫을 해냅니다.

 

게다가 이북 외전에서는 

그들 친구들의 으른 연애 스토리까지..!!

이북 외전 안읽었으면 이 책을 끝맺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콘판나."
"그거 드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
달콤한 크림 때문에 방심하고 있다가 아주 큰코 다치거든요.
그래도 드시겠어요?"

-서진/언조

 

달달한 크림 뒤에 숨어있는 쓴 에스프레소 같았던 둘의 사랑.

어쩌면 ,

그들은, 우리들은

그 달콤함을 맛본 기억으로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견뎌내는 사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조의 말처럼, 서진의 신념처럼

달콤한 크림 뒤에

어쩌면,

쓴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더욱 더 달콤한 에스프레소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저는....쓴 에스프레소 당.첨. 아..쓰다...ㅠㅠ)

 

어떻게 보면 지금의 후회남의 기준에서는 조금 못미치는,

그저 생소한 감정의 부정으로 사랑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던 남주었던 이언조.

그리고 그런 그를 품어주었던, 곧게 그를 바라보았던 서진.

 

크나큰 사건 없이 오롯이 둘의 감정에 집중된,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을 소환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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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박기현

세융 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M 기업 대표. 과거에 민주를 먼저 떠났던 남자. 다시 만난 민주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여주: 차민주

어머니의 병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 기현과 재회하고 말도 안 되는 계약에 묶이게 된다.

- 출처 : 리디북스


밀린 월세에 대한 사정을 하고자 새로 바뀐 건물주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민주는 돈없고 감정만 진득했던 스무 살의 첫사랑, 박기현을 만납니다. 

그녀와 마찬가지였던, 아니 그녀보다 더 빈털터리였던 남자. 

박기현이 바로 민주의 새로운 건물주, 임대인이었던 것이죠.

 

세련된 옷차림과 비싸보이는 차...

과거와 달리 성공한 듯 보이는 과거의 첫사랑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지만

그러기엔 민주의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아버지의 비명횡사로 집안이 몰락하고, 

뒤이어 도박빚만을 남기고 자살한 오빠.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져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는 엄마.

 

다니던 대학까지 제적되어 버린 탓에 변변한 직장 없이 알바를 전전하는 고된 삶...

대출도 한도까지 끌어쓰고 도무지 솟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

민주는 이제 턱끝까지 차오는 현실에 숨이 막혀옵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현은 한가지 계약조건을 제시합니다.

"아이 좀 낳아 줘."
"못 낳으면?"
"...중간에 유산된다거나, 아예 생기질 않는다든가....."
"그럴 일 없어."
"......"
"생길 때까지 할 거니까."
- 임신계약 中

선금 1억. 첫 관계시 2억. 임신하면 3억 추가. 출산까지 마치면 4억 추가. 

모멸감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곧 현실에 주저앉아버린 민주는 기현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임신계약.

 

애정이라고는 한톨 없는 계약관계임에도 기현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자꾸만 민주의 의식주를 신경쓰고, 

아이를 핑계로 그녀를 과하게 돌봅니다. 

그녀를 치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항상 곁에 두려하며 그녀와 헤어졌던 지난 과거를 질투합니다.

 

이미 그녀의 첫사랑은 산산히 부서져버렸는데.

이제와서...?

이제 민주는 기현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정말 그는 그녀에게서 아이만을 바랬던 걸까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후회남을 만났습니다. 

"모든 후회남은 금쪽이"

라는 국룰(제맘대로...ㅋㅋㅋ)에 따라 

이 작품의 금쪽이 박기현도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요,

그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감싸 안아주고 따뜻하게 위로가 되어주는 여주를

역시나 길가에 돌멩이, 세상편한 호구 취급을 해버립니다. 

 

왜 어린시절의 첫사랑은 왜 다들 그모양일까요.

 

처음이니까 서툴어서, 

이게 사랑인줄도 몰라서.

 

여주 민주은 자신의 자존감마저 깎아먹으며 다 퍼주는 사랑을 했고, 

남주 기현은 그 사랑으로 살아가면서도 그게 귀한줄을 몰랐습니다. 

 

그 사랑이 사라져버리자

서로 다른 형태로 무너져버린 둘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미 한번 무너신 사랑을 다시 덧그리는 데

그런 방식으로 재회했었어야만 했나..싶었습니다. 

 

민주가 자신을 사랑할 리 없으니 말도 안되는 계약이라도 해서 

그녀와 엮이고 싶다는 심산이었을 텐데,

결국 기현은 그렇게 삐뚤어진 사랑만 할 수 있었던 거죠.

이래서 어린시절의 애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얻게 됩니다. 

 

기현이 사랑받고 자라서 민주를 만났다면,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애정이고 그게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사랑이라는 걸 처음 받아 본 우리 금쪽이 기현이는 그걸 몰랐던 거죠.

 

어른들의 사정에 휘둘려 애정하나 못받고

그대로 몸만 커버린 아이를 본 것 같아서...

박기현이가 헛짓거리에 미친언사로 업보를 계속 쌓는데도

등짝 스매싱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돌볼 줄 아는 고운 심성의 민주와,

 늘 애정에 목말랐다가 민주가 자신에게 주는 진실된 애정 한줌이 기꺼운 기현.

둘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게 복선이었나...

몸만 큰 불쌍한 아이였던 기현의 내면을 민주가 알아보고

기현에게 결국 애정을 내어준 게 아닌가 싶네요.

 

기현의 진득한 집착과  애정에 대한 절절한 갈구가,

민주를 다시한번 살게 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결국 기현도 진짜 사랑이 어떤 것인지 긴 시간을 돌아 알게 되었으니...

민주한테 잘해라 박기현!!!!


가독성 참 좋았던 작품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고구마 거의 없이

남주, 여주의 사연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데 흥미진진하게 읽혔습니다.

 

거기에 여주 민주의 친구 혜경이!!!!

내가 하고 싶은말 다 해주는 걸크러시 친구!!!

이친구 덕분에 남주 욕을 좀 덜하면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친구가 왠만한 욕은 다 해줬거든요 ㅋㅋㅋㅋㅋ

다시봐도 너무 사이다!!!!

민주는 친구도 잘뒀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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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오윤. 21세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모델로 데뷔,

한국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모델이자 유명 브랜드들의 뮤즈로 칭송받는 남자. 만인의 연인.

자신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 여주 : 도담. 26세 

의상학과에 재학 중인 과제에 치여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대학생. 

동생 도준의 친구이자 어린 시절 돌봤던 아이, 오윤이 갑자기 등장해서 인생이 복잡해졌다.

자신을 첫 사랑이라 부르며 직진하는 그녀석 때문에.

 

- 남조(??) : 도준. 21세

오윤의 소꿉친구이자 유일한 친구. 치킨 매니아.

그를 함락시키려면 치킨집 번호를 외워라.

오서방, 오기꾼, 매형...등등 친구를 자유자재로 부르며 친누나 담을 볼모로 치킨을 뜯어내기 바쁘다. 

말은 툴툴대고 짜증내지만 누구보다 담과 윤을 사랑하는 남자. 

■ 연작

블루블랑루주(여주 담의 친구 강의 이야기)

여름의 캐럴(여주 담의 동생 준의 이야기)


ㅡ 윤. 9살.

"누나! 편지해야 해!! 전화 번호 꼭 알려 줘!"

 

사랑하는 두 사람, 담이 누나와 준이 이사 가던 날. 

윤은 자신을 떠나는 이삿짐 차를 따라 뛰어 가며 목청껏 외칩니다.

딱지놀이에서 맨날 지는 준이를 위해서 따온 왕딱지를 준이에게 쥐어줬지만,

윤의 첫사랑, 담에게는 어떤 것도 줄 수가 없습니다.

5살 연상의 담에게는 자신의 모든 게 시시할 것만 같아서..

그런 윤에게, 담은 말합니다. 

 

"멋진 걸 줄 필요가 뭐가 있어.

우리 윤이가 제일 멋진데. 

씩씩하게 잘 지내 주기만 하면 돼."

 

9살에 겪은 생에 첫 이별,

윤은 다음 번에 만나게 되면,

그녀, 담에게 제 가진 것 중 가장 멋진 것을 주겠다 다짐합니다.

.

.

.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뜸해진 연락.

어린 날의 약속은 힘이 없습니다.

 

담에게 14살, 어린 나이에 만났던 그 예쁜 꼬맹이는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저 어린 날의 추억이 되어버립니다. 

 

ㅡ 윤. 21살.

"윤이 왔어요. 누나."

 

이 문을 열면 그토록 그리던 담이 누나가 있습니다.

12년 만의 재회.

 

"선물은 나야.
누나가 예전에 내가 제일 멋지다고 했거든."

"제가요?"
"나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누나, 가져."

- 오, 담에 핀 꽃 中

 

담은 이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자신과 준의 집에 쳐들어와

무슨 말을 하는 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동생 도준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며,

그제야 이 남자가 그 어린 시절의 꼬맹이, 윤이 인 것을 알게 됩니다.

반가워하는 담에게 윤은 다정히 인사합니다.

 

"누나, 안녕."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기다리고 참아왔는지..

 

힘이 없어서 놓쳤던 어린 날의 자신과는 다릅니다.

이 사랑을 이젠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윤은 그렇게 제게 오래도록 뿌리내려 자신를 지켜줬던 꽃,

담에게 직진합니다.


ㅡ 담. 26살.

종종 연락되던 연락이 끊겨도 아쉽지 않았던 사이.

동생친구. 

지금은 멀기만 한 톱모델, 모델 오. 

 

현생살기도 버거운 담에게 자꾸 다가오는 윤은 

담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별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윤이 자신의 곁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며

그녀의 애정을 갈구하는 게 자꾸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누나, 우리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누나야, 멀어지지 마.

가지 마, 누나. 나는 누나만 있으면 돼. 

 

자꾸만 자신을 홀리려는 듯한 말을 내뱉으며

자신만을 올곧게 바라보는 윤.

담은 윤에게 선을 긋는 것도 힘에 부치기만 합니다.

 

한 때의 치기, 다시 만난 첫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만 치부해왔던 윤의 마음이 자꾸만 진심인 것 같습니다.

 

농담처럼, 장난처럼 자신에게 구애하던 윤이 해온 진지한 고백은 

담에게 크나큰 고민을 안겨주게 됩니다.

 

 


연하물, 연예인이 나오는 작품은 불호에 가까운 저에게

사전 정보 없이 펼쳐 든 이 책은

초반 부분은 조금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초반을 극복하고 나니 역시나, 술술 읽히게 되었습니다.

박영님이니까요!!

 

일단 공인인 윤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일반인인 담에게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것이

조금 민폐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껴졌었는데요.

 

담과 헤어지고 나서 윤이 겪었던,

그 지난 날의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 인식하고 따르게 되는 새끼 오리와 같이

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전한 애정을 나눠준 존재가 담이었기 때문에,

윤에게는 담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 

행복했던 시간 역시 담과 함께 했던 그때였으니까요. 

 

그가 타인을 신경 쓸 새 없이,

담에게 그토록 직진 했던 것은 어쩌면 살기위한,

필사적인 그 무엇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윤이 건넨 애정에 쳐댔던

담의 철벽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요.

 

현실적으로 동네 친한 동생이었다가, 

갑자기 불쑥 커져서 나타난

(그것도 엄청 잘생기고 능력치 만렙인 모델!!) 

이 남자가 자신에게 퍼붓는 일방적인,

어찌보면 절대적이기까지 한 그 거대한 애정을 

어떻게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 의심은 윤의 애정이 아니라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바래지게 되는 애정만 경험했던 담은

윤과의 관계가 그렇게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너무 소중해서 연애의 종료 따위로 잃고 싶지 않은 존재..

담에게 윤은 그런 존재였으니까요.

 

내가 담이라면...

담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철벽을 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이 시종일관 내비치는 절대적인 애정.

 

그 애정이 거두어질 때의 공포는

아무것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없고

어디서도 대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 애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데는

그와 상응하는 애정을 가지지 않는 다음에야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애정을 받는 담은 그 애정에 우쭐해 하지 않고,

그렇게 될 자신을 경계하며

신중히 한발한발 윤을 향해 내딛습니다.

 

조금 헤매고 돌아갔지만,

사랑받고 자란 담은 상처입은 9살 어린이로 멈춰버린

윤의 내면을 보듬을 줄 아는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9살 윤을 괴롭혔던 동네 형들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담은 21살의 윤을 괴롭히는 것들에 함께 맞서줍니다.

 

든든한 나의 편, 나의 사람.

 

그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윤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이었을까요.

 


담을 생각하며, 담이 자신에게 준 그 애정을 곱씹으며

힘든 상황에도 잘 자라준 기특한 윤.

 

그럼에도 담이 기어코 내어준 애정을 행여나 거두어 갈까봐 

자신의 상처는 꽁꽁 감싸매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던 안쓰러운 윤.

 

말에는 씨가 있다고, 좋은 씨만 담에게 주고 싶다던 윤. 

 

미안할 때면 잘못했어요, 라고 말하던..

미안해의 공허함을 잘 알고 잘못을 빌고마는 윤. 

 

담이 제게 주었던 사소하지만 절실했던 그 어린날의 애정을

필요한 이들에게 되돌려 줄 줄 아는 윤. 

 

윤의 가슴 속에서 담이라는 꽃이 피어났듯, 

예쁜 것만 주고 가꾸어..

기어이 피워내고야 만 담의 꽃, 오윤.

 

꽃과 같이 어여쁜 청춘,

윤과 담이 이제는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예쁜 사람들과 예쁜 말들이 가득했던

오, 담에 핀 꽃이었습니다.

 

지은이 박영님이 불호키워드에 연하남을 넣은 제게 하신 것 같은 

구절 하나 인용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연하는 취향이 아니라던 소라에게 한 소리 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황홀한 걸 모르고 살다니 친구가 가여웠다.
잠들기 전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좋은 건 전하고 싶은 법이니까.
소라야,
이런게 연하의 매력이란다.

- 오, 담에 핀 꽃 中

 

그래요 작가님, 

제가 그 황홀한 걸 모르고 살았네요.

너무 늦게 알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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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을 간직한 그녀, 이자온.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

틈틈이 글을 쓰며 밤낮 가리지 않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왼쪽 가운뎃 손가락의 반짝이는 반지는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이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내는 광고계의 미다스, 최운.

'비 오는 날의 초대'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

불운한 천재 만화가였던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추억으로만 남았던 그 집에 자온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제안을 한다.

 

◆ 슈트핏마저 완벽한 잘나가는 전문 변호사, 지건영.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여자 친구의 절친이었고, 그 다음엔 동창의 애인이었고, 마지막엔 사랑하게 된 자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만 관계.

그는 지독한 인연이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뒷표지 발췌.


"나 한 시간만 잘 테니까 해장국 좀 끓여 주라."
"나한테 왜 이래요?"
"밥값 낼게. 잔다."
...
"이렇게 오는 거 다신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나는 무작정 너에게 들이닥쳐 해장국을 요구해도 되는 그런 사이야.

건영은 그렇게라도 자온의 식어버린 마음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다소 무례하지만 그만의 방식입니다.

 

치기어렸던 20대,

자온의 친구와 사귀고 그 연애의 기승전결을 자온에게 모두 보여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창까지 소개시켜준 건영.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제는 도무지 어떤 관계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와 자온의 관계..

건영은 어떤 형태로든 자온의 인생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온은 첫사랑이었던 그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한끼를 차려냅니다.

그러나 그뿐.

그가 식사를 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습니다. 

건영은 다만 식사를 차려내고 들어가버린 자온의 방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자신과 마주보며 식탁에 앉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였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니가 하고 싶은 연애는 어떤 건데?"

"......감정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는 사랑.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보고 베낀 것처럼 닮은 모녀의 첫사랑.

 

엄마는 첫사랑에 성공했지만 불행했고, 자온은 지리멸렬한 첫사랑에 끌려다닙니다.

자온이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자온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혼까지 갔던 남자와도 파혼하고 이후 만난 남자에게도 자신의 자식같은 시나리오를 빼앗겨 버리고..

그녀의 마음은 무심했던 건영에게 이미 짓밟히고 무시당한 지 오래인데..

남자에 치일대로 치인 자온에게 이제와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이 남자, 건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결혼 한 척 하려 왼손 중지에 끼운 반지로 자신을 방어하며 헌책방, 술집 알바를 전전하던 자온.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신기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 발 앞서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늘 뻔한 눈빛으로 빤한 말만 해대는 남자들과는 달랐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최운. 

헌책방 주인의 지인이었던 남자는 자온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몇번 보지 않았지만 자온에게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온이 싸온 음식의 레시피를 궁금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남자.

 

그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온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합니다.

 

"4주만, 한달도 아니고 딱 4주만. 저 옥탑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뭐랄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겐 너무 과분한 가사 같지만 부러웠어요."
"뭐가요? 모차르트? 왕자?"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 이 여자 뭐지? 
.
.
"제가 그쪽 이름을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두 글자 최 씨에, 완 아니면 운이었던 것 같은데."
"최운이에요."
"혹시 운이 좋으라고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어떤 완벽함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최고로 운 좋은 남자" 가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최운.

 

그의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여자가 있습니다. 

 

지인의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바지런한 품성으로 헌책방을 쓸고닦던 여자.

그녀의 점심으로 싸온 음식을 그에게도 선뜻 내어주는 여자.

 

그녀만의 삼단 주먹밥, 샌드위치.

그녀만의 커피 레시피.

그녀가 추천했던 스텐 진공컵.

 

함께 헌책방에서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은 점점 유부녀인 그녀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이렇게 절대로 이 여자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런 그녀가 제안한 4주간의 동거아닌 동거.

최운씨는 안무섭다고 말갛게 웃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녀가 이사가버리면 영영 인연은 끊기게 되는건데, 

운은 그것은 그것 대로 싫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그녀가 있는 생활.

그저 호감이었던 감정이 그녀와 함께 할수록 몸집을 불려만 갑니다.

그녀의 본 적 없는 남편을 질투하면서.. 

 

한 번도 여자를 소유의 상대로 여겨 본 기억이 없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한 적도 없다. 
정 붙이는 게 두려워 애완 동물조차 기르지 않는 그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2권 中

 

짧은 4주간의 동거가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로 더 짧아지는 순간, 

그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자온."

"미쳤다고 해도 좋은데.......한 번만 안아 보자."


이 작품의 키워드는 "영화" 와 "음식"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행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배가 됩니다.

 

팟캐스트에서 운과 두겸이 나누던 영화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 묻어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또 운과 자온이 함께한 음식에는 그들의 염려와 따뜻함,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운과 자온은 동거아닌 동거하는 내내 서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와 그녀를 위한 음식을 해서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차려내는 밥상.

그 위로 오가는 큰 의미 없지만 온기어린 대화들.

그리고 배불리 먹고나서 편안한 자세로 보는 영화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온과 운은 운의 집에서 보내는 식사와 시간들로

마음과 육체에 살이 오르고 보기 좋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자온이 건영에게, 그리고 자온의 엄마가 자온의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서로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의 표현으로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엄수하기 위해 서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시절 음식들을 먹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절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은

이미 그들의 미래에 서로를 넣어두고 있었음을 둘만 몰랐네요.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어른들의 연애는

이렇게 사소한 거짓말로도 오해가 쌓이고,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둘을 다시 만나게 했고, 

결국은 그 둘이 바라 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자온이 바라던 모든 걸 다 퍼붓는 사랑. 

운이 바라던 온전한 가족.

 

이들이 일구어낸 운명은

서로를 위해 차린 음식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을겁니다. 

 

이 작품에는 죽일 듯이 미운 악역도 비련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어느 곳이든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있을 법한 사람들.

적당히 속물적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

가끔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찌어찌 사랑하는 이와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온이네 친가는 제외... 그렇지만 그들도 어딘가 존재할법한 시짜들이었죠. ^^)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능글맞아지고 좀더 유치해진 운과, 

속마음 하나 드러내지 않던 무심했던 자온이 종알종알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것을 느끼며,

1권에서 무감했고 냉소적이었던 자온과 운이 다시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네요^^

 

종이책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깊이 음미하고 싶은 표현도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고,

팟캐스트 '비오는 날의 초대'에서 두겸이랑 운이 나누는 대화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외전은 이북으로만 있어서 외전만 이북으로 봤는데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잘 해먹고 사는 둘, 아니 셋이었습니다.

 

덧.

본편 최고의 사이다 장면하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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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이환(알렉슨드르 솔로비요프)

첫 영화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매력적인 영화계의 신성. 러시아 모친과 한국인 부친 사이의 혼혈로, 우성 그룹의 혼외자로서 자신의 모친과, 자신을 부정하고 냉대한 우성 그룹 일가에 복수를 계획한다.

 

- 여주 : 신유리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그녀를 우성 그룹 일가가 후원을 명목으로 거두어 주었다. 20년 가까이 남매처럼 지낸 권선호와의 결혼을 종용받고 있다.

 

- 남조 : 권선호

신유리를 거두어 키운 우성 그룹의 하나뿐인 후계자. 신유리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를 잃고

혼자 세상에 남겨진 유리를 거둔 것은

우성 그룹의 오너 일가였습니다.

 

유리는 그들이 자신을 거둔 이유를 

정확히 모른 채, 

자신을 나락같은 삶에서 구원해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 또는 부채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네 천한 출신이 남들 입방아에 오르지 않도록 

눈 한 번도 생각을 하고 깜박이고

숨 쉴 때도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

 

유리가 자람에 따라,

함께 자라게 된 우성 그룹 일가의 유일한 후계자인

권선호는 유리를 보는 눈빛이 점차

이성을 보는 눈빛이 되어갑니다.

이를 눈치 챈 선호의 모친은 유리의 처지를 자각하며

그녀가 권선호와 가까워 지는 것을 꺼려하도록

그녀를 옭아 매고 가스라이팅을 서슴치 않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호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을 억눌린 채 살아온 유리.

 

선호는 이제 유리에게 청혼을 하며

그녀의 인생을 통채로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을 서슴치 않고 내비칩니다.

선호의 모친은 이 결혼을 반대하며

더더욱 유리의 숨통을 조여가고,

중간에 끼어버린 유리는

더 이상 키워준 은혜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갑니다.

 

권선호의 집착어린 손길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것.

그 남자의 것이 된다면 권선호는 그녀에게 손을 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 것이죠.

 

그렇지만 어중이 떠중이 같은 남자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아는 유리는 그에 걸맞는 남자에게 접근합니다.

 

그 남자는 바로,

권선호의 부친의 부정으로 태어난 혼외자인 이환이었습니다.

 

이환 역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신의 모친을 한 가정을 깨트린 여자로몰고갔던

우성 일가에 대한 복수를 꿈꾸던 차,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신유리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권선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로 사용하기로 한거죠.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계약관계.

이들은 각자를 얽고있는 과거의 인연들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끊어낼 수 있을까요? 


믿고 보는 나야님의 신간 연재작입니다.

아쉽게도...

15세 관람가도 아닌 전체 이용가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착적이면서도 사이코스러운,

신유리만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고있는 권선호라는 인물이

신유리와의 결혼에 고집만 부리는, 

어떤 계략도 어정쩡하게 부리고마는 

아쉬운 캐릭터로 남아버렸습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이환도 러시아에 너무 오래 있었죠.

ㅠㅠ

직접적으로 활약은 이환이 불러온 러시아 갱단 친구들이 했으니..

남자주인공인 이환의 활약이 너무 적어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여주 신유리는 

숱한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지난 날에도 불구하고,

이환을 만나면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방감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의지없이 흘러가던 나날들을 보냈지만 

점차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어떤 행동이든 해 나가게 되고 

또한 이환의 상처까지도 의연히 보듬게 되는..

그래도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에 가장

고구마(!)스럽기도 하고,

큰 성장을 이루는 인물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솔직히 선호를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거부하는 이유도 명확하지는 않았고..

솔직히,

권선호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

아니 이정도면 그냥 만나도 되지 않겠어??

하는 생각까지 들정도 였네요.. ㅋㅋㅋ

(집착남 좋아함)

 

그 외 우성 그룹일가가 유리를 데려다 키우게 된 이유역시

개연성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술가의 조언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권선호가 유리를 만나고 나서 

그의 포악한 성정을 누르는 에피소드들이

추가되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차라리 19금 피폐물이었다면 

제대로 된 집착, 쌍방구원물이 되었을 이 작품..

수위가 참 아쉬울 따름입니다.

 

수위라고 해서,

마냥 야하고 씬이 많은 것만이 아니라,

그 집착의 정도라든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에서 

좀더 아래로 떨어진 뒤 끌어올려지는 것이 

더 극적일텐데..

 

나야님 작품은 전부 재밌게 읽었었는데 

재벌가의 혼외자, 복수, 가스라이팅, 집착, 쌍방구원 같은

자극적인 소재, 키워드였지만 

자극적이지 않는 내용으로 

밋밋한,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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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강태윤

한때 주목받는 피아노 신동이었으나, 죽은 모친과의 거래로 피아노를 그만두고 EA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 7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다시 만난 서우에게 깊은 애증을 가지고 있다.

- 여주 : 윤서우

고아로 자란 탓에 희생에 익숙하다. 하피스트였던 태윤의 모친에게 발탁되어 하피스트의 꿈을 키우던 중 사고로 하프를 놓게 되고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다.


춈춈님의 시리즈 진출작(?)입니다.
솔직히 말해 시리즈는
춈춈님의 스케일을 담을 그릇이 아니라 생각해서
탐탁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역시나 춈춈님이었습니다.
춈춈님표 남주 특유의 느른 퇴폐미와,
조금 정제된듯한(한번 거른듯한?)
더티토크와 디테일한 상황묘사는
날것이 내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살짝 가려진 것이 더 야하듯..
좀더 상상력을 자극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텐션은 어디 안가더란말이죠
역시는 역시!
갓춈춈은 갓춈춈!
ㅋㅋㅋㅋ


여주 서우는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EA그룹의 고용인으로 살아가던
할머니의 밑에서 자랍니다.
할머니가 일하는 동안 봐줄 사람이 없어
데리고 온 일터,
EA그룹 오너의 외손자인 태윤이 있는 저택에서
서우는 태윤과 처음 만나게 됩니다.

또래였던 태윤과 태윤의 동생인 은하, 서우는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들에게 다정한 윤서우가
쩍쩍 마른 땅 위에 나타난 오아시스였다면,
윤서우에게 그들은 처음으로 생긴
가족의 형태였다."

가족의 정을 잘 모르고 살던 서우에게는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자신이 마음에 담았던 첫사랑 태윤도
자신을 친언니처럼 따르는 은하도,
그리고 자신에게 하프를 가르쳐주는 그들의 모친도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가족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아원에 가게 된 서우를
태윤 모친인 하영의 배려로
그들의 저택으로 데리고 오면서,
서우는 유년시절을
그들과 함께하게 됩니다.

사실 그 10년의 유년시절은
남들이 보기에는 더없이 꿈같은,
가난한 고아 소녀에게는 과분한 환경이었고
실제로도 그러했으나
그 이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느시점에서부턴가 비틀려있던 태윤의 가족에
끼워진 윤활제 같은 서우의 역할.
서우의 희생과 감내로
이 욕심과 이기심 가득했던 EA가의 일원들은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성인이 되던 겨울,
태윤과 모친과 그의 딸인 은하는
서우를 데리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해
모친은 죽게되고
은하는 다리에 큰 상처를 입게됩니다.

태윤의 가족에게 닥친 불행과 함께
서우는 그들의 앞에서 사라져버립니다.

남겨진 이들에게 한마디 변명도 설명도 없이.

태윤과 은하에게
갑작스러운 서우의 부재는
각각의 상처로 남게됩니다.


"...강태윤, 안녕?"
"도망가는 것치곤 인사 잘하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나고.
서우는 하프를 그만둔 채 작은 회사의 계약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회사를 인수한 EA그룹 본사에서
본부장으로서 서우의 앞에 선 태윤.

애초에 서우만을 위해 살아왔던 태윤은
자신에게 선을 긋고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
자신을 놓고 살아가는
어딘가 망가진 서우의 지난 7년을 파헤치려하고,
그러면서 서우와 이기적이었던 어른들이
필사적으로 가리려고 했던 사실을 알게되고
태윤은 분노하게 됩니다.

자신에게도.
그의 가족에게도.

그리고 서우의 상냥함을 잃지 않기위해
할수 있는 모든걸 동원하여
서우를 잡아둡니다.


어렸던 태윤, 서우 그리고 은하가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폭력처럼 감내해야했던
강제적인 이별과
그들앞에 놓여진 버거운 짐들.

어른이 된 그들을
죽어서도 속박했던 모친의 한마디..

대상이 사라져버린 원망은
시원한 복수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대신,
태윤과 은하 두 남매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서우.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위해
해묵은 상처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곪아가던 그것을 터뜨려내어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과거의 흔적을 지워나갑니다.

착해빠져서 모든걸 홀로 감내하고 살아온 서우가
답답한 구간도 있었지만
나중에 참다참다 태윤의 앞에서 절규할때
눈물이 났습니다.
어휴 저 착한것 ㅠㅠㅠ


게다가 여주남주 위주의
춈춈님의 여타 소설과는 달리
여러 조연들이
꽤 개성있게 나와서
주변 인물들과의 서사도 재밌었습니다.

치매걸린 회장부인과 서우 씬에서도
눈물이 ㅠㅠㅠㅠ

살짝 개그코드도 있고
태윤 은하 남매의 찐남매 모먼트,
서우만 모르는 두 남매의 서우에 대한 집착도
외전을 기다리게합니다 ㅋㅋㅋ
(진정한 서브는 은하였던걸로 ㅋㅋㅋ)

EA그룹 총수일가의
츤데레같은 서우사랑!
서우는 그들에게 진정 천사였지 싶네요 ㅎㅎ

행복해라 서우야!!

오랜만에 시리즈에서
볼만한 작품하나 건졌네요!

춈춈님답지않은 조금 퓨어한(?),
그러나 섹텐은 여전한
도른자의 사랑을 보고싶으시다면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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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임주헌

적호 기획 경영전략팀장. 3년 전 전처와 사별 후 현재의 아내 강은과 재혼했다.
근사한 외모에 냉랭한 성격.
하지만 강은에겐 다정하며 사려 깊은 남편일 뿐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여주 : 최강은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선 자리에서 만나 주헌과 결혼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맡은 바 소임을 꿋꿋이 해내는 노력파. 하지만 과거, 마취약에 의한 사고 이후 신경안정제 계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주헌을 사랑하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 리디북스 발췌


장마까지 D-29일.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름, 장마철은 참 신기한 계절입니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뜨겁다가도,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면
종전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추위가 엄습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두 전선의 맞부딪침으로서 발생하는 '호우'처럼,
그들의 충돌은 곧 그들의 사랑에
큰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뜨겁고 질척하게 얽히면서도
동시에 차갑게 식어가기도 합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여주 강은은
선으로 만난 적호 기획의 경영전략팀장 남주 주헌과
결혼 2년차입니다.

맞선 이전에 우연히 만났던 둘은
호감을 느꼈고,
그대로 일사천리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됩니다.

 

안정적인 직업과
부족할 것 없는 삶.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둘의 관계는 더없이 안정적이지만,
그 이면을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의 일에 터치하지 않고
굳이 밖에서 겪은 일들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사이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존재합니다.

주헌은 강은이 환자와
어떤 트러블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강은은 주헌이 왜 같이 있다가도
갑자기 뛰쳐나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임주헌. 그와 결혼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그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실내,
그의 입맛에 맞춘 음식."


강은은 항상 일이 우선인 주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맞춰가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 역시 온전하지는 않습니다.
꼭 주헌에게 밉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들었던 강은의 사랑.


"어째서 나는,
사후피임약을 스스로 처방해
비치해 놓은 걸까.


왜."

강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질문만 되뇌이며
주헌에게 어떤 곤란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욕심 부리지 않는 착한 아내로 남고자합니다.

"보채지 않는 여자.
캐묻지 않는 여자.
한걸음 물러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여자가 바로 최강은이었다."


주헌역시 강은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호의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그저 그녀의 성격인양 오해하고 맙니다.

사랑앞에서 건조하고
욕심안나는 사람이 어딨다고..

사랑하는 강은과의 미래를 위해,
주헌은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자 움직입니다.
강은은 모르게.

그러던 차
강은은 병원에서의 환자와의 트러블이 발단이 되어
제주도의 병원으로 좌천되어 파견근무를 가게 됩니다.

주헌은 처음으로
강은의 파견근무에 반대의견을 내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냉전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주헌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강은은
파견근무를 간 제주도에서
자신이 도망쳐온,
같은 과인 과거의 연인을 만나게 되고
묘하게 눈이 가는 시한부 말기 암환자를 맡아
통증치료를 하게 됩니다.

싸우고 떨어져 지내게 된
강은이 신경쓰인 주헌 역시
제주도에 자신의 과거가 있음을 알게 되고,
주헌은 긴 휴가를 냅니다.

그렇게 강은과의 현재를 위해,
그 현재를 안온하게 지키기 위해
과거를 정리하려고
제주도로 향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았던..

각자의 과거를 조우하게 됩니다.


그렇게나  감추고 싶었던 과거였지만
서로에게 진심으로 부딪칠수록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어버리는 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혼란스러움.
분노. 화.
서운함.

결국 주헌이 선택한 것은
그 모든 질척이는 감정들을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 가두어버리는 것.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강은이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어 버리고
강은과의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안돼... 나는 되고 너는 왜 안 되냐고 욕해도
난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강은은 아니었습니다.

주헌의 과거사에 대한 변명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헌 씨도 나를 버렸어요.
죽어가는 나를 두 번 죽였어."

절실히 필요했던 과거의 순간에
연인에게 외면받았던 강은의 상처를
주헌이 한번 더 반복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

강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절실한 마음으로
주헌에게 고백합니다.

"잊을 수 없다면, 덮는 수밖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그것을 덮어 두껍게 감추는 수밖에."

그녀가 부딪쳐온 진심에 덮어버림을 선택한 주헌.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강은을 감싸고자 하지만,
강은은 강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저는 주헌의 행동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필생의 용기를 다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을 강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선택한 행동이 고작 회피라니..

두려워하던 사람이 애써 용기를 냈지만
그 용기에 대한 화답이 없을 때는
오히려 더 두꺼운 벽을 세우고 말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강은은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둘만의 세계에 안주하고자 했던
주헌의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주헌을 더이상 받아들일 용기를 낼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주헌은
자신의 과거와 강은의 과거라는 시련에
오답을 내놓습니다.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듬고 극복해야하는 것임을
주헌은 몰랐던 것이죠.

그 오답의 대가처럼 주헌과 강은은
긴 시간을 떨어져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한차례의 호우가 지나고


돌고돌아 다시 호우의 계절에 만난 두 사람은
또다시 비에 젖어버린 서로를 조우합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두사람은 서로를 올곧게 바라보게 됩니다.

"나를 봐줘요. 주헌 씨가 봐줘요. 하나도 빼지 말고 모든 걸 봐줘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한번 호우가 쏟아진다 해도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서로가 젖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흠뻑 젖더라도 서로가 옆에 있을테니까요.

사랑은 역시 감추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작품이 말하는 큰 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단권소설이었지만 제게는 꽤나 여운이 있었던...

장마철이 지난
청명한 가을하늘을 보면서 읽어 다행이다 싶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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