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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권무진

정원식품 본부장. 회장 아들. 무심한 건조남


- 여주 : 민서하

요식업 프랜차이즈 [코리안 푸드] 전략기획실장. 대표 회장 막내딸. 상처투성이 의지녀

- 출처 : 리디북스


- 그녀. 민서하.

두 재벌가 자제의 구태의연한 맞선자리.

 

서하는 몇 번째일지 모르는 이 맞선자리에 오늘도 먼저 나와 앉아있습니다.

"민서하 씨는 몇 번째 입니까?"

- 무진

무심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는 남자의 앞에서 말없이 일어서는 서하.

테이블을 짚고 몇 걸음을 떼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 빨리 가 주세요.
부탁드려요."

- 서하

자신의 결점인 다리의 장애를 내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웠지만

사랑없는, 비지니스뿐인 결혼 보다는 낫다 여긴 서하.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맞선, 이제 서로 그만 끝냅시다."
"합시다, 결혼."


- 무진

처음으로 서하의 장애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

권무진.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염려와 강권으로 시작한 이 맞선 행렬은

서하는 그렇게 무진과의 혼사로 끝이 나게 됩니다.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지만, 이왕이면,

그녀는 그래도 잘 살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한부의 아버지, 아버지가 일군 회사,

그리고 철없는 오빠.

무심한 남편.

휘청이는 서하의 걸음에 더욱 무게를 더하는 것들이었지만,

서하는 기꺼이 그녀 어깨의 짐을 감내하려 합니다. 

 

그러나, 겨우 스물일곱.

그저 가정을 꾸려 행복하고자 했던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 그. 권무진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혼시장에 나오게 된 무진.

 

무진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무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아버지는 절대적이었고,

무진은 어머니의 죄 아닌 죄를 대신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맞선도 지겨워 지던 차. 

사랑했던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았던 무진은,

다분히 충동적인 제안을 서하에게 건넵니다. 

 

결혼. 

 

그렇게 한 결혼에 성의가 있을리 없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도 살아있다는 자책감과

아버지의 폭언, 그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

무진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그의 아내 자리를 자신의 연인 대신 차지한 서하에게 애정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서하가 이 비지니스 결혼에 정성을 쏟는 것을 보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서하에게 제안합니다.

 

 

"기회를 주겠습니다. 혼인신고,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이 결혼,
무르고 싶으면 물러도 되는 기회 말입니다."

- 무진

 

무진은 자신과 결혼한 죄밖에 없는 서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자신의 고된 인생에서 서하를 빼내주고싶습니다.

그의 제안을 서하는 선뜻 수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상호 동의 하에 끝을 정한 결혼생활이 계속 될 수록

무진은 서하에 대한 감정을 동정이라 여기기 위해 애써보지만

자꾸만 이 여자가 눈에 밟힙니다.

그녀의 현명한 행동들이, 작은 배려가 자꾸만 맘에 걸립니다.

 


작가님의 후기에는 후회남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요의 후회남에 비하면 많이 순한맛의 남주였습니다.

 

오히려 상처남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로 

기구하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무진이었기에,

애정없는 결혼으로 서하를 외면했던 시간도 이해가 갔고,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나서 어떻게든 서하를 지키고자 했던 것 또한 

무진을 짠하게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이다(!)라 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이 

무진을 통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일까요?

 

부모의 정을 끊어내지 못해 결국 자멸을 계획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심성을 지닌 무진에 비해

서하는 신체가 불편할 뿐, 재벌가의 자제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아버지와 오빠를 대신해 회사의 수장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다 알고도 시댁의 악행을 눈감아 주는 아량까지..

연약할 지언 정말 똑부러진 여주였습니다. 

 

무진 또한 극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곧고 착한 그답게 자신과 부모의 업보까지 모두 청산하고 난 뒤,

빈손이 된 그가 택한 것은 서하였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무진이 한 선택도 이해가 갔습니다.

 

오히려 그가 서하의 곁에 남기로 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무능력(!)한 남주처럼 보이겠지만,

무진의 성격이라면 그가 애증으로 매여있던 아버지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아버지가 이룬 모든 것을 전부 흩어 버리고 

오롯이 자신 하나 만으로 서하에게 간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결심이 아니었을까요?

 

남편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혼자가 된 그를 가족으로 따스히 받아준 서하는 

그야말로 배포가 어마어마한 여장부임에 틀림없고 말이죠.

 

거기에 서하의 오빠인 준하가 점점 철이 들어가는 모습에,

후일담에 짤막한 준하의 연애담을 보면

어쩌면 무진보다도 더 잘 먹히는(!!!!)  재벌 남주가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신체는 조금 불편해졌지만,

교통 사고에서 살아남은 서하는

비슷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무진에게는 어쩌면

기적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살아 남아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조금 심심했지만,

올곧고 착해서 상처가 많았던 짠했던 남주 무진과

그 무진을 사랑으로 감싸 안은 서하의 이야기,

 

잔잔한 여운이 있던 그런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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