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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도 (33)

서도그룹 재벌 3세. 서도 케미컬의 전무. 

- 이선우 (28) 

유망했던 전직 국립발레원 발레리나.

사고와 집안사정으로 은퇴 후 발레 학원에서 강사로 지내던 중,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자신보다 세살어린 고모님의 한심한 짓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그날 밤, 클럽에서의 사고. 

두 남자가 죽었지만

문도에게는 그저 처리해야할 귀찮은 일일 뿐이었습니다.

 

서도 케미컬의 전무로서의 일도 바쁜데,

자신보다 어린 고모님의 뒤치닥꺼리까지 하라니...

문도는 더이상 이 약에 쩔어 허송세월 하고 있는 

어린 고모님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적당히 고모를 돌보는 리액션을 취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며 병원에 쳐 넣는 것. 

 

이를 위해 문도는 고모 유라의 입주 트레이너를 채용하고,

그 트레이너를 못살게 굴어 쫓아내는 유라를 보며

속으로 유라의 병원행 카운트 다운을 세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번째 입주 트레이너를 채용합니다. 

이선우. 

이전의 트레이너처럼 금세 나가떨어질 것이 뻔한 여자. 

저 비실비실한 여자는
서유라가 모르는 서유라의 마지막 기회였다.
일곱 번이나 기회를 주었으니
병원으로 보내버릴 명분은 충분했다.
.....
한달. 일곱명.
고모님을 갱생시켜 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입증하기에 이 정도면 훌륭한 수치 아닌가.


- 러브어페어 中

 

그러나 남자의 예상과는 달리

하루 이틀,

서유라의 만행이 계속 됨에도 여자는 꿋꿋이 버팁니다. 

 

생수와 주스를 뒤집어 써도,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이고 

수시간을 화장실에 갇혀도. 

여자는 그만 둘 생각이 없습니다. 

 

문도는 그녀가 버텨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달갑지 않은 기분을 느낍니다.

자신의 취향인 여자이지만, 

서유라로 엮였던 사이니 서유라만 치워지면 끊길 인연이고

이만큼이면 할만큼 했다 여겨질 시점에 문도는 선우에게 해고를 통보합니다. 

 

그러나,

서유라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인

서명구 회장이 병원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자,

유라를 병원으로 보내버리겠다는 문도의 계획은 차질이 생기고

선우는 좀더 유라의 트레이너로서 서도 그룹가에 머물 수 있게 됩니다.

 

선우는 이제 자신이 이 곳에 계속 머물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려면

먼저 문도의 신뢰 내지는 환심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선우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것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카모마일은 어떠세요?"
"카모마일이요."
"네. 카페인이 없어서 밤에 드시기에
괜찮을 것 같아서요......"
......
어설퍼서 우스울 정도였지만, 
분명 유혹이라 볼 수 있는 두 번의 제안이 있었고,
두번의 거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시도하는 미련한 유혹이라니.

- 러브어페어 中

어설프나마, 자신까지도 기꺼이 내던집니다. 

 

문도는 이 우스울 정도로 어설픈 유혹에도

흔들리는 자신을 자조하며,

기꺼이 선우가 내미는 카모마일 차를 마십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이어질 수록

문도는 이여자, 이선우를 알 수가 없어집니다.

 

세상 순진한듯 남녀관계에 수줍어 하다가도

자신이 주는 카드를 냉큼 써버리는 속물같은 면이라든가,

자신의 품에서 다독거려주면 곧잘 잠들었다가도,

새벽이 되면 칼같이 자리를 뜨는, 그녀만의 보이지 않은 선.

온통 모순투성이인 이선우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로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 때쯤, 

문도는 선우에 대한 의심의 실마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선우에 대한 진실을 알게되고도

그녀를 놓지 못했던 문도는 이제 결심을 합니다. 

 

이 외로운 여자가 하던 어리석은 싸움에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겠다고. 

그리하여,

기어이 그녀를 놓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선우가 모든 것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단 하나의 진실만은 지켜주겠다고.


드디어 소문의 서문도를 만났습니다. 

읽은 것은 좀 되었는데, 바로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은 

그 여운이 꽤나 오래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 위주의 감정선이 억지스럽지 않게 흐르는 가운데,

입체적인 여러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미우면서도 밉지 않게, 이기적이면서도 또 인간적이게, 

각자의 자리에서 작품의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두 사람의 촘촘한 서사가 쌓여가는 데 

일조 하는 것이 긴 호흡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저의 최애 조연은

서명구 회장(+박소영)이었는데요, 

대사 하나로 늙은이의 주책과, 욕망, 바람새는 독특한 영어발음까지!!!

너무 디테일한 설정으로

진짜 어딘가 이런 인물이 있을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 베... 베슷흐... 구뜨...!!!

한동안 빠져들었던 서명구 회장님의 영어발음.. ㅋㅋㅋㅋ

 

러브 어페어의 갈등의 주를 이루는 두 사람의 감정선과 서사 중

문도와 선우의 사이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가족의 죽음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

라는 극복하기 힘든 각자의 위치였는데요. 

둘의 애틋함과 절절한 감정에 호소하여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죄의 대상이 혈육이고, 또한 자신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가 잃은 만큼의 각자가 지닌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는 방식으로 

철저히 결자해지 하는 것이 정말 속 시원했던 장면이었고,

정말 서문도스럽다! 싶었던, 캐붕따위는 1도 없는 그만의 속죄였습니다. 

 

심지어는,

칼춤을 춘 서문도 자신마저도 그의 가장 소중한 것,

선우를 잃는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것에서는 

선우를 다 알면서도 곁에 두려고 했을 때보다

더 깊은 사랑과 절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남주가 있을까요.

오만하기 이를데 없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는 못할 짓 없이 거침없지만

(그것이 선우를 원하는 것일지라도)

한번 마음 준 자신의 여자에게는

그녀가 알건 모르건 다 내어주는 남자라니...

 

그러면서도 선우가 가져오는 차 한잔의 의미에

절절매는 이남자!!!

때로는 어른같기도 하고 그 사이에 소년같은 서툰 매력까지!!!

 

 

완벽하게 빠져들어 

한동안 과몰입하게 만들었던 서문도!!

그리고 부러질 듯 유약한 것 같지만 내내 단단했던 선우!!

 

점점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고

그러면서도 뒤가 궁금해서 계속 보고 싶고.. 

 

심지어는 너무 심각하고 지루하지 않게

곳곳에 심어진 개그코드까지 취향저격..!!

이렇게 빠져들어서 읽었던 작품, 정말 오래간만이었네요.

 

자주 재탕할 것 같은 작품입니다. 

제발!! 종이책으로도 소장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둣국도 먹으러 가고...
이순신 동상을 봐도 이제 서문도가 떠오릅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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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 하은수

방송국 외주 구성 작가. 방송국의 PD 주승모와 연인사이이며,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는 여자.


- 남주 : 최무형

평소에는 느릿하지만 승부처에서는
날카로운 감각을 드러내는 발군의 투수.
잠자리는 갖지만 마음은 바라지 말라고 하며 여자를 갈아치운다.


"승모 여잡니까?"
"주승모 피디와 사귀는 건 맞는데요....
누구 여자, 그렇게 불리는 건 상당히 거북하네요."
......
"안잤어요?"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무형/은수

무형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급의 투수이자,
번듯한 외양으로 꽤 잘나가는 여자들과의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입니다.

그런 무형을 인터뷰 차 만나게 된 은수.
그녀의 애인인 승모의 고교동창이자 인터뷰 대상이었던 무형은
은수에게 초면에 매우 무례하게 굽니다.
그것도 모자라 민망할 정도로 그녀를 집요하게 쳐다보던 무형.

그런 무형을 처음만났지만,
어쩐지 그의 남보다 커다란 손이
자꾸 낯이익어 소름이 끼치는 은수는 혼란스러워하며
무형과의 첫번째 인터뷰를 마칩니다.

무형의 집요한 시선은 다음의 만남에도 계속됩니다.
마치 그녀를 과거에 알고 있었던 듯한 말투.

"그렇게 사람을 빤히 보는 최무형 씨의 시선,
처음엔 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것 같아요.
나한테서 뭘 찾아내려는 것 같아요.
혹시 날 아세요?"
"정말... 기억을 못 하는군요."

- 은수/무형

은수는 자신의 기억에 없는 기억을 떠올리는 무형.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그녀를 괴롭혀오던 악몽의 편린들.
그 악몽의 끝에 등장하는 커다란손...
은수는 무형의 커다란 손이 악몽에서의
그것과 닮음을 인지한 순간,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도대체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는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

은수는 12년 전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되찾게 되고,
자신을 망쳐놓은 그날의 일에 관련한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무형도 포함이 되었고,
무형은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묵인하고
오히려 그녀의 복수를 돕습니다.

그게 자신을 향한 복수일지언정.

그 과정에서, 은수는 아무리 막아보아도
그에게로 흐르는 자신의 마음에 절망해버립니다.
이 뱀의 심장을 가진 남자에게
자신의 순정따위야 티끌만도 못한것을.

한편,
그간 여자들을 통해서
단순히 새로운 자극과 쾌락을 얻고자 했던 무형은
은수에게서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좀더 가슴 깊은 곳에서의 갈증을 느끼며
그녀의 복수를 흔쾌히 지켜보고,
그녀를 보는 것이 기분 좋아집니다.
이같은 마음을 단순히 욕정의 산물이라 치부하는 무형.

무형은 그녀의 칼날이 그를 향하고 있음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그녀를 품고 있지만
그녀는 칼자루를 쥐었음에도 베이고 있었다.
어쩌지, 그를 사랑하나 봐,
은수는 이 어리석은 게임을 시작한 것을 자책했다.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이제 둘의 아슬아슬한 감정은
그렇게 종국으로 치닫게 될 수록 어긋나기만 합니다.
은수와 무형.
은수는 무형에 대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형과 알수 없는 악목으로 불안해 하는 은수의
초반 내용에서는 스릴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거의 내비치지 않는 남자인 무형은 흡사 사이코패스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무형의 불투명한 속내는 보는 저마저도 은수의 불안함에 이입하게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남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한다면..

그 불안함은 어마어마 하겠죠.

초반부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은수의 기억이 돌아와 진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분노가 됩니다.

그 기억의 주범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참혹한 진실의 방관자에 대한 분노.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방관자에 대한 분노가
왜 주범에 대한 분노보다 더했는가 였습니다.
솔직히 저라면,
주범에 대한 분노가 더했을텐데 말입니다..
방관자였지만 그래도 그때의 은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사람인데 말이죠.
물론 그 뒤에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그의 성정이라면, 타인의 일에 그리 깊게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
그의 입장에서는 그의 침묵이 이해가 갔었습니다.

은수는,
그의 도움을 애써 잊은 채
어쩌면 원망할 대상을 찾다가 결국 방관자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수가 그렇게 원망하는 대상에 빠져들면서,
자괴감이 들면서도 그와 있음에 행복해하는
그 이질감에 괴로워하는 은수와
겉으로는 변함없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변화해갔던 무형의 심경이 대비되어
또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이러니 했고,
또 그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읽는 내내 계속되어
작품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잠깐의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장면 조차도
불안해 하면서 보게되는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12년 전의 사건으로 영혼이 부서져버린 은수와,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영혼으로 살아온 무형은
그들이 만날 수 있었던 최악의 조합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어딘가 고장난 이들끼리의 끌림같아서
어찌보면 그들은 운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한번 부서진 그녀의 영혼은 다시 이어 붙여보았지만
결국 파괴되어 버렸고,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그의 영혼은
채워짐의 충만함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다시 비어버렸습니다.

그들의 결말은 예견되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둘은 솔직하지 않았고(못했고)
그랬기에 어긋나버린 그들의 감정은 결국 파국일 수 밖에 었었기에,
남여주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저는 이 소설의 결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상세한 대화나 장면의 서술 없이
마치 신문지면상의 기사처럼 나열된 무형과 은수의 마지막 행적이
꼭 그들의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 양, 제 삼자의 눈으로 비춰지게 되면서
생경하면서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전해듣게 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더 부각되었고,
무형의 무심한 속내같은 마지막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녀는 결국 무형에게 최고의 복수를 했고,
무형은 한결같았던 그의 태도대로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달게 받았네요.
이정도면 제게는 최고의 후회남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용서받지 못하고
여주에게서 구원받지 못하는 남주가 최고(최악?)의 후회남 아닐까요.?

언제고 다시 읽으면서,
그들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보고싶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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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이언조

웨스턴 바 사장 / 소유욕이 강한 남자, 까칠한 매력이 돋보이는 남자, 상처 있는 남자, 바람둥이

- 여주: 윤서진

착한 여주인공, 일편단심녀, 당찬 여주인공


망나니, 개차반, 양아치 이언조.

있는 것은 돈과 시간. 그리고 여자를 홀리는 외모.

술마시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

명함이라도 하나 내세우자 싶어 만든 바에서 친구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연일 파티를 여는 나날..

언조는 주변에 항상 가득한 사람들로 부족함없이 지냅니다.

 

10년만의 동창회,

친구 승오가 고딩시절 자신의 순정을 뻥 차버린 여자애,

지영을 보겠다고 끌고 간 그곳에서

지영의 옆에 묻힌듯 서있는 여자. 서진을 만납니다.

그리고 남자들만의 치기어린 호승심.

"안녕."
"나, 기억나?""
-언조

 

정공법으로 지영에게 다가가는 승오와는 달리,

서진에게만 아는 척을 하는 이남자.

장수를 노리려면 그 말을 노리라 했던가요.

 

지영은 이런 언조를 알아채고는 못마땅해 뾰족한 가시를 세웠지만,

언조는 이제 승오가 아닌 지영과 서진을 놓고 게임을 시작하고 맙니다.

누가 봐도 자신을 좋아하는 티가 나는 이여자.

게임은 너무 쉽게만 흘러갑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언조는, 지금부터야."

-서진

 

단지 사람 마음을 놓고 벌였던 유치한 장난이었을 뿐인데..

그녀, 서진은 언조를 똑바로 바라보고 다가오는 여자였습니다.

 

진심으로 부딪쳐 오는 그녀를 피하고자 했지만.

그녀의 커피향기,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도 이제는 점점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그녀를 알아 갈수록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았던 마음이 생겨납니다.

이 생소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럽지만...

이 감정은 이언조, 이 남자를 점점 달라지게 합니다.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던 그녀. 윤서진.

10년만의 동창회.

그 시절의 첫사랑이었던 이언조와의 우연한 만남.

자신을 기억하냐는 말에 서진의 세상이 흔들립니다.

 

그에게 풋정을 품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

서진의 연애의 기준이 되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곁을 맴돌았던 그 남자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자신이기에 그 마음도 평범해질까

다른 여자애들처럼 언조를 좋아하는 티 한번 못냈던 자신인데.

그런 그가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걸다니..

그녀는 동창회 이후 울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서진에게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던, 감히 다가갈 수 없던 사람이

그녀의 곁을 맴돌다니..

그는 여전히 멋졌고, 10년 전의 감정이 소환되기라도 했는지

서진은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듭니다.

 

그러나... 

그녀도 알고 있습니다.

더 사랑하기에 보이는 그의 마음.

그는 서진의 마음보다 한참 더딥니다. 

이 둘의 어긋난 속도를 서진은 감내해내고자 했지만,

그 한계가 목끝까지 차오르면서

이미 끝이 뻔히 보이기만 합니다.

 

서진은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 이 사랑을 지켜낼지, 

아니면.

끝내 현실을 직시하고 이 사랑을 멈춰야할지.


라페스타, MP3, 배터리 교체형 핸드폰, 일산 호수공원, 홍대...

이 책의 초판 출간년도가  2011년임을 감안했을 때,

책을 읽어가며 그 시절을 소환해가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슴 한켠에 자신의 연애 기준으로 남아버린 첫사랑과 조우한 여주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읽는 내내 설렜고,

그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갖은 용기를 끌어내 다가가는 서진이 기특했습니다.

오랜만에 올곧고 지고지순한 여주를 만나니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애 초반의 설렘뿐만이 아니라, 

연애를 시작하면서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더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감정적 을이 되어가면서

그녀가 느껴가던 감정들도 생각보다 현실적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현실 연애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또한

숱한 연애를 거쳤지만 피상적인 연애에 그쳤던 남자가 단 한번,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 

그 감정을 부정하고, 다시 인정하기까지의 과정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후회남은 몸만 큰 금쪽이...여주는 남주한정 오은영쌤...)

 

남주인 언조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이 놀림감이 될까봐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을 인정해 버리면

지금껏 구축해왔던 그의 세상이 뒤집혀 버릴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감정을 대면하기 두려웠을 이 남자의 방어기제였겠죠.

 

얄미운 여자 조연 역시 불쑥불쑥 나타나서 

작품의 감칠맛(!)을 더했고, 

그들의 친구들 역시 그들의 연애사에 톡톡한 몫을 해냅니다.

 

게다가 이북 외전에서는 

그들 친구들의 으른 연애 스토리까지..!!

이북 외전 안읽었으면 이 책을 끝맺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콘판나."
"그거 드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
달콤한 크림 때문에 방심하고 있다가 아주 큰코 다치거든요.
그래도 드시겠어요?"

-서진/언조

 

달달한 크림 뒤에 숨어있는 쓴 에스프레소 같았던 둘의 사랑.

어쩌면 ,

그들은, 우리들은

그 달콤함을 맛본 기억으로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견뎌내는 사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조의 말처럼, 서진의 신념처럼

달콤한 크림 뒤에

어쩌면,

쓴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더욱 더 달콤한 에스프레소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저는....쓴 에스프레소 당.첨. 아..쓰다...ㅠㅠ)

 

어떻게 보면 지금의 후회남의 기준에서는 조금 못미치는,

그저 생소한 감정의 부정으로 사랑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던 남주었던 이언조.

그리고 그런 그를 품어주었던, 곧게 그를 바라보았던 서진.

 

크나큰 사건 없이 오롯이 둘의 감정에 집중된,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을 소환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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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박기현

세융 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M 기업 대표. 과거에 민주를 먼저 떠났던 남자. 다시 만난 민주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여주: 차민주

어머니의 병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 기현과 재회하고 말도 안 되는 계약에 묶이게 된다.

- 출처 : 리디북스


밀린 월세에 대한 사정을 하고자 새로 바뀐 건물주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민주는 돈없고 감정만 진득했던 스무 살의 첫사랑, 박기현을 만납니다. 

그녀와 마찬가지였던, 아니 그녀보다 더 빈털터리였던 남자. 

박기현이 바로 민주의 새로운 건물주, 임대인이었던 것이죠.

 

세련된 옷차림과 비싸보이는 차...

과거와 달리 성공한 듯 보이는 과거의 첫사랑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지만

그러기엔 민주의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아버지의 비명횡사로 집안이 몰락하고, 

뒤이어 도박빚만을 남기고 자살한 오빠.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져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는 엄마.

 

다니던 대학까지 제적되어 버린 탓에 변변한 직장 없이 알바를 전전하는 고된 삶...

대출도 한도까지 끌어쓰고 도무지 솟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

민주는 이제 턱끝까지 차오는 현실에 숨이 막혀옵니다.

그런 그녀에게 기현은 한가지 계약조건을 제시합니다.

"아이 좀 낳아 줘."
"못 낳으면?"
"...중간에 유산된다거나, 아예 생기질 않는다든가....."
"그럴 일 없어."
"......"
"생길 때까지 할 거니까."
- 임신계약 中

선금 1억. 첫 관계시 2억. 임신하면 3억 추가. 출산까지 마치면 4억 추가. 

모멸감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곧 현실에 주저앉아버린 민주는 기현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임신계약.

 

애정이라고는 한톨 없는 계약관계임에도 기현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자꾸만 민주의 의식주를 신경쓰고, 

아이를 핑계로 그녀를 과하게 돌봅니다. 

그녀를 치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항상 곁에 두려하며 그녀와 헤어졌던 지난 과거를 질투합니다.

 

이미 그녀의 첫사랑은 산산히 부서져버렸는데.

이제와서...?

이제 민주는 기현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정말 그는 그녀에게서 아이만을 바랬던 걸까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후회남을 만났습니다. 

"모든 후회남은 금쪽이"

라는 국룰(제맘대로...ㅋㅋㅋ)에 따라 

이 작품의 금쪽이 박기현도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요,

그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감싸 안아주고 따뜻하게 위로가 되어주는 여주를

역시나 길가에 돌멩이, 세상편한 호구 취급을 해버립니다. 

 

왜 어린시절의 첫사랑은 왜 다들 그모양일까요.

 

처음이니까 서툴어서, 

이게 사랑인줄도 몰라서.

 

여주 민주은 자신의 자존감마저 깎아먹으며 다 퍼주는 사랑을 했고, 

남주 기현은 그 사랑으로 살아가면서도 그게 귀한줄을 몰랐습니다. 

 

그 사랑이 사라져버리자

서로 다른 형태로 무너져버린 둘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미 한번 무너신 사랑을 다시 덧그리는 데

그런 방식으로 재회했었어야만 했나..싶었습니다. 

 

민주가 자신을 사랑할 리 없으니 말도 안되는 계약이라도 해서 

그녀와 엮이고 싶다는 심산이었을 텐데,

결국 기현은 그렇게 삐뚤어진 사랑만 할 수 있었던 거죠.

이래서 어린시절의 애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얻게 됩니다. 

 

기현이 사랑받고 자라서 민주를 만났다면,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애정이고 그게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사랑이라는 걸 처음 받아 본 우리 금쪽이 기현이는 그걸 몰랐던 거죠.

 

어른들의 사정에 휘둘려 애정하나 못받고

그대로 몸만 커버린 아이를 본 것 같아서...

박기현이가 헛짓거리에 미친언사로 업보를 계속 쌓는데도

등짝 스매싱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돌볼 줄 아는 고운 심성의 민주와,

 늘 애정에 목말랐다가 민주가 자신에게 주는 진실된 애정 한줌이 기꺼운 기현.

둘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게 복선이었나...

몸만 큰 불쌍한 아이였던 기현의 내면을 민주가 알아보고

기현에게 결국 애정을 내어준 게 아닌가 싶네요.

 

기현의 진득한 집착과  애정에 대한 절절한 갈구가,

민주를 다시한번 살게 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결국 기현도 진짜 사랑이 어떤 것인지 긴 시간을 돌아 알게 되었으니...

민주한테 잘해라 박기현!!!!


가독성 참 좋았던 작품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고구마 거의 없이

남주, 여주의 사연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데 흥미진진하게 읽혔습니다.

 

거기에 여주 민주의 친구 혜경이!!!!

내가 하고 싶은말 다 해주는 걸크러시 친구!!!

이친구 덕분에 남주 욕을 좀 덜하면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친구가 왠만한 욕은 다 해줬거든요 ㅋㅋㅋㅋㅋ

다시봐도 너무 사이다!!!!

민주는 친구도 잘뒀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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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여름. 일형.

재수 없는 부모 사이에서 살아남은 운 좋은 아이.

그게 나였다.

 

다 늙어서도 어린 손자새끼를 위해

물질을 놓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랑에 기대어 무럭무럭 자랐다.

 

 머리는 좀 나빴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태권도 도대표로 시합도 나갔고

상도 제법 탔다.

적당히 무료했지만 평온한 일상이었다.

 

체육관 근처 정육점집을 하던

서영오네 아버지가 찾아와 행패를 부렸을 때, 

나는 왜 나를 싫어하던 그녀를 막아섰을까.

그녀, 서영오가 내게 입술을 붙여온 순간 알았다.

그녀는 나를 싫어했던게 아니구나.

 

"나 너 안 좋아해." 

"...알아."

"나도 너 안 좋아해."

 

남자 보는 눈 하고는.

 

세상은 고아새끼한테 더 냉정했고,

나는 그런 세상에서 온전히 버텨내지 못했다.

그렇게,

내 유년시절의 짠기 가득한 해동과 너는 

이제 더이상 만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고작 나 좋다는 계집애 하나 떼어 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

 

26살 가을. 영오.

네가 사라진 세상을 하나 변한게 없다.

너를 범죄자라 매도했던 사람들은 승승장구했고,

너만이 사라졌어.

 

나는 아직도 후회해.

너를 지켜보지만 말 것을.

옆에서 함께 악다구니라도 쓸것을.

 

그랬다면 너는 손에 흉터 하나 없이 

예의 그 티없는 웃음을 짓고 있겠지.

 

힘든 고학생이었던 내게 

자꾸만 작위적인 행운이 다가 오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만큼 힘들었던 내 젊은 날,

거짓말 처럼 너를 다시 만났다.

 

포기와 체념은 내 전문분야였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노력해도 놓을 수 없는 게 있었다.


해동. 겨울.

"오랜만이야. 누나."

 

나를 말랑하게, 자꾸만 잘 살게 만드는 따뜻함이 싫다.

자꾸만 나 스스로를 쪽팔리게 만드는 서영오.

그런데 뒈지기 직전엔 왜 자꾸 네가 보고 싶은건지.

 

13년 전이나 7년 전이나,

바보 같은 서영오가 내게서 떨어지길 바라서 

그 지랄을 떨었었다.

지금이라도 바라는 대로 됐으니 잘된 일인데,

왜 이렇게 기분은 엿같은 건지.


 

영오와 일형.

오랜시간 돌고돌았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그 순간들이 

그 때 그들의 시점으로 그려져서 

더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어린 고아에게 

과분한 사랑을 나눠주던 해동 사람들에게,

바보같이 자신을 사랑한 영오에게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도망쳐버린 일형..

 

팍팍하고 빈곤한 현실에도  

그렇게 놓쳐버린 첫사랑을 잊지 못해

그를 찾아 헤맸던 영오...

 

한결같았던 영오의 사랑은 

어김없이 겨울을 함락시키는 봄이 되어 

일형의 차가운 세상을 녹입니다.

 

일형은 그의 인생의

단 하나, 봄과 같았던 존재였던 영오를

나같은 쓰레기와 엮이지 말라고 밀어냈지만,

일형을 몰랐나봅니다.

 

영오에게도 일형은 봄이었던 것을.

 

작가님의 후기에 씌여진

"네가 봄이라는 걸

너만 모른다"

는 일형이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형아, 너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걱정없이 해동에서 영오랑 행복해.

라고 말해주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백만수르 백만수관장님,

영오 정육점 공해숙 여사님,

영오 동생 지오.

그리고 

신빨 떨어진 이보살님.

(화합부적 나이스!)

막무가내로 행선지 변경해버리는

수다쟁이 황택시기사님.

그리고...해동의 여러 이웃들.

 

이들이 있기에

일형은 해동에서 영오랑 더욱 행복하게 살겠죠.

외로웠던 지난날 다 잊고 

일형이가 행복하길 그저 바랍니다.

 

일형이의 여자친구였던 말자씨의 명언 하나 남깁니다.

 

"좆같은 일이 있으면, 꿈 같은 일도 있는거제. 

그러니까 다들 뒈지지 않고 악착같이 사는 거 아니겄어."

"그놈 한테는 네가 꿈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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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서정후

태강 그룹의 부사장. 혼외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을 이끌어나간다. 그에게 있어서 정략결혼은 미래를 위한 통과의례일 뿐이다. 완벽주의 성향.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 여주 : 민지안
세경기업 가의 딸로 태어나 태강 그룹의 자제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밝고 조화로운 성격. 서정후를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다.
정후와의 결혼생활을 잡음 없이 해나가려고 노력한다.

- 출처 : 리디북스


- 그남자, 서정후

"나쁘지 않은 결혼,
괜찮은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그가 바랐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후로서는 사생아로 태어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정략 결혼은 당연한 것 이었습니다.
그 상대인 지안이 했던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사업 파트너 같은 제안은
더할 나위 없는,
자신에게 맞춤형 결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7년간 자신의 옆에서
여러가지 부침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잘 버텨주면서
묵묵히 아내로서, 재벌가의 며느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지안은
그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인생의 파트너였습니다.

그렇게 그남자, 서정후에게
지안은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당연한 존재였습니다.

"버텨."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변하는 건 없어."


언젠가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아
이 태강그룹의 정점에 서게되는 순간까지,
그때가 되면.
그때야말로
그의 손을 잡아주고,
인생의 파트너로서 함께 세월을 보낸
지안에게 보상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안은 이미 그 길다면 긴 세월을 감내하며
겉과 속이 만신창이가 되어갔는데,
그는 지안의 상처를 돌아보기에는
그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지안과의 관계는
그에게 자투리 업무같은 존재입니다.


- 그여자, 민지안

"아무리 조건에 맞춰 시작한
결혼생활이라고 하지만
살다 보면 그냥 막연히,
사랑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7년전, 맞선자리에서
짝사랑하는 남주, 정후를 잡기 위해
호기롭게 당신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당신의 일에 더 신경쓰라고
그렇게 넓은 마음으로
(혹은 자신의 짝사랑을 과신해서!)
정후에게 더욱 훨훨 날 수 있도록
서포트 하겠노라 다짐하며,
날개를 달아준건
어리고 세상물정을 모르던 지안이었습니다.

 

"어쩌면 문제는 그가 아니라
매번 기대하고 실망하는
제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지안도 이렇게 자신감에 가득 차 시작한
정후와의 실전 결혼 생활이 당황스러웠을겁니다.
정후는 지안의 막연한 바램과는 달리
7년간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독백과도 같은 지문에
그녀의 당황이 묻어납니다.

거기에,
결혼생활 7년간 최악으로 치달아 버린
지안의 주변 상황은
그녀에게 숨조차 크게 내쉴 수 없이
조용히 숨죽여 살게 합니다.

자신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지안을
시가에서 곱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온갖 시모의 막말과 행동으로 인해,
정후의 무관심으로 인해
지안은 점점 지쳐만 갑니다.

그런 지안의 숨막히고 위태로운 상황은
견고하고도 자신만만했던
그녀의 짝사랑마저도 흔들어 버립니다.

그녀는 이제,
그와의 결혼생활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후회남이라는 키워드.
제가 정말 너무 좋아하는 키워드입니다!

저는 남주의 후회업보가 쌓일수록,
이후에 그 자신이 쌓아놓은 업보
(흔히들 고구마 구간이라고 하는)를
어떻게 청산해낼지,

여주(또는 독자)에게 용서받을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치열한 반성을 통해
여주를 위한 남주로 거듭나는 그 장면을
기대하면서 읽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봤는데요.

솔직히 남주가 엄청나게 잘못했다..
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남주의 후회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남주의 무심함이 과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억지로 한 정략혼도 아니었고

여주 지안이 결혼 초에 그의 바쁜 일상을,
우선순위에서 그녀를 뒤로 하는 것을
불만 없이 지지해주는 모습 때문에
남주는 정말 안심하고
그녀의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건 아닌지..

이렇게 남주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순간,
이건 후회물이라기 보다는
쌍방과실로 보여지게 되어
절절함이 덜해져버렸습니다.

 

남주 정후가 후회하는 과정은 정말 절절하지만,

그게 이상하게 와닿지 않은 작품은 또 첨이네요.


웃긴 얘기지만...

이 작품은 저에게

결혼시차가 아니라,

결혼시대차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남주 정후의 행동에서 

왜 80,90년대 산업역군이었던 

우리 아부지의 모습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우선이고 

회사가, 나라가 잘살아야

우리가 잘산다는 생각아래

야근도 주말도 반납하고 살아온,

일이란 일은 다 끌어안고 살던 아버지.

일을 자신이 끌어안고 있어야만

그것이 능력처럼 보였던 때가 있었죠.

 

가정에서의 일은 엄마에게 모두 맡긴 채,

바깥 일에 엄마가 한소리하면

"어디 여자가! 남자 바깥일에 입을 대!" 

하던 시절.

 

우리 아부지가 요즘 시대에 살았더라면

정후같이 이혼당하기 딱 좋을,

그런 남자였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시절 지나고도

(물론 커가는 중간중간, 아빠의 부재는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거 보면 

(물론 엄마가 감내해야할 몫이 컸지만.)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나중에 지안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일을 다 쳐내고 꼭 필요한 업무만 자신이 보고

이메일로 업무지시를 내리고..재택근무를 하는 모습에서는

다시 요즘 시대의 업무 스타일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할 수 있으면서 안한 건 정후가 좀 나빴죠.

진작에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외전은 솔직히..

왜 있는지 조금 의문이었습니다.

여유없이 바쁘게만 살던 정후가

지안을 외면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게 되었다..

뭐 그런걸 보여주려고 했던건지.

 

논외로 여행가서 오로라는 정말 보고싶어지네요! 

 

후회남 키워드를 기대한

제게는 조금은 부족한,

쌍방과실로맨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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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임주헌

적호 기획 경영전략팀장. 3년 전 전처와 사별 후 현재의 아내 강은과 재혼했다.
근사한 외모에 냉랭한 성격.
하지만 강은에겐 다정하며 사려 깊은 남편일 뿐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여주 : 최강은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선 자리에서 만나 주헌과 결혼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맡은 바 소임을 꿋꿋이 해내는 노력파. 하지만 과거, 마취약에 의한 사고 이후 신경안정제 계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주헌을 사랑하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 리디북스 발췌


장마까지 D-29일.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름, 장마철은 참 신기한 계절입니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뜨겁다가도,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면
종전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추위가 엄습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두 전선의 맞부딪침으로서 발생하는 '호우'처럼,
그들의 충돌은 곧 그들의 사랑에
큰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뜨겁고 질척하게 얽히면서도
동시에 차갑게 식어가기도 합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여주 강은은
선으로 만난 적호 기획의 경영전략팀장 남주 주헌과
결혼 2년차입니다.

맞선 이전에 우연히 만났던 둘은
호감을 느꼈고,
그대로 일사천리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됩니다.

 

안정적인 직업과
부족할 것 없는 삶.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둘의 관계는 더없이 안정적이지만,
그 이면을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의 일에 터치하지 않고
굳이 밖에서 겪은 일들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사이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존재합니다.

주헌은 강은이 환자와
어떤 트러블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강은은 주헌이 왜 같이 있다가도
갑자기 뛰쳐나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임주헌. 그와 결혼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그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실내,
그의 입맛에 맞춘 음식."


강은은 항상 일이 우선인 주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맞춰가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 역시 온전하지는 않습니다.
꼭 주헌에게 밉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들었던 강은의 사랑.


"어째서 나는,
사후피임약을 스스로 처방해
비치해 놓은 걸까.


왜."

강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질문만 되뇌이며
주헌에게 어떤 곤란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욕심 부리지 않는 착한 아내로 남고자합니다.

"보채지 않는 여자.
캐묻지 않는 여자.
한걸음 물러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여자가 바로 최강은이었다."


주헌역시 강은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호의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그저 그녀의 성격인양 오해하고 맙니다.

사랑앞에서 건조하고
욕심안나는 사람이 어딨다고..

사랑하는 강은과의 미래를 위해,
주헌은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자 움직입니다.
강은은 모르게.

그러던 차
강은은 병원에서의 환자와의 트러블이 발단이 되어
제주도의 병원으로 좌천되어 파견근무를 가게 됩니다.

주헌은 처음으로
강은의 파견근무에 반대의견을 내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냉전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주헌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강은은
파견근무를 간 제주도에서
자신이 도망쳐온,
같은 과인 과거의 연인을 만나게 되고
묘하게 눈이 가는 시한부 말기 암환자를 맡아
통증치료를 하게 됩니다.

싸우고 떨어져 지내게 된
강은이 신경쓰인 주헌 역시
제주도에 자신의 과거가 있음을 알게 되고,
주헌은 긴 휴가를 냅니다.

그렇게 강은과의 현재를 위해,
그 현재를 안온하게 지키기 위해
과거를 정리하려고
제주도로 향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았던..

각자의 과거를 조우하게 됩니다.


그렇게나  감추고 싶었던 과거였지만
서로에게 진심으로 부딪칠수록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어버리는 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혼란스러움.
분노. 화.
서운함.

결국 주헌이 선택한 것은
그 모든 질척이는 감정들을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 가두어버리는 것.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강은이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어 버리고
강은과의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안돼... 나는 되고 너는 왜 안 되냐고 욕해도
난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강은은 아니었습니다.

주헌의 과거사에 대한 변명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헌 씨도 나를 버렸어요.
죽어가는 나를 두 번 죽였어."

절실히 필요했던 과거의 순간에
연인에게 외면받았던 강은의 상처를
주헌이 한번 더 반복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

강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절실한 마음으로
주헌에게 고백합니다.

"잊을 수 없다면, 덮는 수밖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그것을 덮어 두껍게 감추는 수밖에."

그녀가 부딪쳐온 진심에 덮어버림을 선택한 주헌.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강은을 감싸고자 하지만,
강은은 강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저는 주헌의 행동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필생의 용기를 다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을 강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선택한 행동이 고작 회피라니..

두려워하던 사람이 애써 용기를 냈지만
그 용기에 대한 화답이 없을 때는
오히려 더 두꺼운 벽을 세우고 말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강은은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둘만의 세계에 안주하고자 했던
주헌의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주헌을 더이상 받아들일 용기를 낼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주헌은
자신의 과거와 강은의 과거라는 시련에
오답을 내놓습니다.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듬고 극복해야하는 것임을
주헌은 몰랐던 것이죠.

그 오답의 대가처럼 주헌과 강은은
긴 시간을 떨어져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한차례의 호우가 지나고


돌고돌아 다시 호우의 계절에 만난 두 사람은
또다시 비에 젖어버린 서로를 조우합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두사람은 서로를 올곧게 바라보게 됩니다.

"나를 봐줘요. 주헌 씨가 봐줘요. 하나도 빼지 말고 모든 걸 봐줘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한번 호우가 쏟아진다 해도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서로가 젖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흠뻑 젖더라도 서로가 옆에 있을테니까요.

사랑은 역시 감추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작품이 말하는 큰 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단권소설이었지만 제게는 꽤나 여운이 있었던...

장마철이 지난
청명한 가을하늘을 보면서 읽어 다행이다 싶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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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페르난 카이사르.
전쟁을 제패하고 돌아온 북부의 지배자. 현 황제의 조카로, 황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항상 견제를 받고 있다.
- 여주 : 율리아 카이사르.
황제의 측근 세력인 엘로디 후작의 사생아. 사생아라는 사실을 숨기고 대공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략결혼을 강요받는다.


전형적인 후회남의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아는 맛이 더 맛나죠 ㅎㅎㅎ

남주 페르난은 대공의 지위에 있으나,
그 지위에서 매우 위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황제의 황권에 도전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쟁에 출전해야했고,
원치 않는 황제의 측근 영애(여주, 율리아)와
정략결혼도 해야했습니다.

그렇게 정략결혼을 하게 된 페르난과 율리아는 처음부터 꼬였던거죠.

안타까운 건,
율리아는 페르난과의 짧은 어린시절 만남으로
다시 만난 페르난을 짝사랑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페르난은 당연히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와도 같은 존재인
율리아의 존재를 달가워할 리가 없습니다.

"그대의 마음은,
내게 단 한 자락도 쓸모가 없어."

둘의 감정의 온도차로 인한 감정의 골은
자꾸 깊어져만 가고,
친정인 엘로디 후작의 음모에 가담했다는
오해까지 더해져
더이상 페르난과의 관계가
더이상 수습될 수조차 없게 됩니다.

율리아는 이미 본인의 집에서도
학대와도 같은 대우를 받고 자랐던 지라,
페르난의 태도에
더욱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율리아는
결국 여러가지 오해를 그대로 믿어버린 채
그의 옆에서 자신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페르난의 곁을 떠나기로 합니다.

페르난을 사랑했기 때문에
율리아는 더욱 불행했다.

새삼스럽게도 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혼을 입에 올리는 율리아에게 당황한 페르난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하는 율리아를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서 감금하다시피 합니다.

아마도 인정하기 어려웠겠죠.
자신이 이미 율리아를 신경쓰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 옆에 있겠다고 말해.
빌어먹을 이혼 얘기도,
더이상 꺼내지 말고."
"......"

"그럼, 더는 가두지도
감시하지도 않을 테니."


사랑한다는 말랑한 감정따위는
모르고 살았던 페르난에게
율리아에 대한 감정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겠죠.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겁니다.
자신을 기만한 사생아에,
자신을 족쇄처럼 가두어버린 존재니까요.

그러나 놓을 수 없는 감정.

율리아는 자신의 의지따위는 무시하고
자신을 휘두르려 하기만 하는
페르난에게서 벗어나고만 싶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말라 비틀어져 버립니다.

결국 율리아는 그녀를 돕는 사제의 도움으로
무리를 해서까지 페르난에게서 도망칩니다.

그렇게 페르난은 율리아를 잃은 채
그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되찾은 그녀는 이미 예전의 따스한 눈빛을 지닌 율리아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을 속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율리아.

그런 율리아를 잡아서 제 곁에 둘수록
율리아는 망가져만 갑니다.

페르난은 결국 율리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자신의 집착과 같은 사랑은 미뤄둔 채
그녀를 위해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묵묵히 그녀가 모르게 뒤에서 율리아를 돕기도 하고,
율리아를 위협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갑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율리아에 대한
사랑으로 피폐해져만 갑니다.

멀리서만이라도 보고싶다는 일념으로,
어떤 오해를 받아도 좋으니 율리아만은 안전하게.

후회남의 정석대로
가슴아픈 페르난의 짝사랑과 구르기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페르난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주 율리아도 솔직히 문제는 있어 보입니다.

페르난이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자신과 페르난의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는 무지한 상태였다는 게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만약에 율리아가 페르난의 상황을 이해했다면,
자신에게 향하는 무관심과 경멸도 이유를 알고
합당한 대처를 했겠지만,
율리아는 그냥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이 왜 나를 싫어하는지..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 날 사랑해줄거죠??

를 시전할 뿐이라, 조금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본인은 사생아라는 걸 알면서
대공비가 되었는데,
그 당당함은...?

율리아의 머릿속이 생각보다 꽃밭이었던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

페르난이 진지하게 율리아를 위하고
처절히 반성하고 사랑하는 것과는 달리,
율리아는 페르난을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어요.

페르난을 정말 생각했다면,
그에 대한 고마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마지막까지 페르난의 부탁을 어기지는 않았을텐데..

결국 율리아가 한 것은
자신의 페르난에 대한 감정이
죽지 않았음을 자각하는 것.
그것 하나였던 것같습니다.

페르난의 후회남 루트는 참 좋았습니다.
연약하지만 강단있는 모습도
종종 보였던 기특한 율리아였지만
감정선에서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웠습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어떤 도주도 할 수 없었던..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했지만..)
똑똑하지는 않은 여주였네요.

그래도,
둘의 서사를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가난한 그들의 인생에서
의지할 것은
결국은 둘뿐이었고,
페르난과 율리아는
그렇게 천생연분이구나 싶었습니다.


돌아서버린 연인의 마음을 돌리는 게
이렇게 힘들고 어렵습니다.

인생에서 좋은 날은 없었고
돌고 돌아
서로에게 좋은 날이 되어준 두사람이
이제는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런 날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 완벽하지 않은 날이라도 괜찮았다.

" 그대의 말이 맞아. 괜찮은 날이야."


제목만큼,
열심히 사라지고 잡혔던

"사라져드릴게요, 대공전하"

였습니다. ㅎㅎ
이제는 둘이 꼭 붙어서
좋은 날 궂은 날 함께 하겠죠!

외전에서는 페르난도 그 무거운 입좀 열어서
율리아랑 달달한 대화좀 나눴으면 합니다..
말을 너무 안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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