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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윤건 (37)

펜션 경영,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해맑은 미소 속에 열망을 숨기고 있는 남자


* 여주: 이영 (39)

주얼리 디자이너,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모의 무감한 여자


부모세대의 기나긴 악연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깊은 연애 한번 하지 못한 채, 

사별까지 겪었던 여자, 이영. 

그녀는  "유사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피 한방울 안 섞인 전남편의 아들과

고등학교 동창 감미옥과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이영의 모친은 이영에게 자신의 상견례 자리로 오라는 연락을 합니다.

그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고서 이제 사랑, 결혼 따위에 학을 뗀 줄 알았는데..

다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모친을 어이없어하며

그 결혼을 반대했지만 모친은 막무가내입니다.

"그래서 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 이혼을 했으면서?"
"그랬으니 더 해야지. 이 세상에 네 아빠 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란걸,
내가 알고 불신의 아이콘인 네가 꼭 알려면."

- 이영 & 미옥여사

 

이게 무슨 결자해지랍니까.

이혼으로 딸에게 별꼴 다 보인 장본인이 이제는 결혼의 좋은면을 보인답니다.

그렇게 떠밀려 나온 자리에는, 상견례의 주인공들은 없고

이영과 윤건. 

당사자들의 자식들만 덩그러니 앉아 있게 됩니다.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된다는 모친의 연락을 받고,

윤건과 이영은 주인공 없는 상견례를 치릅니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한 밀크티 같이 부드럽고 조용한 이미지의 남자.

햇빛에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 또한 이영의 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사람의 부친이라면. 

자신의 모친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양 부모님들의 신혼집은 윤건과 그의 아버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횡성의 펜션으로  결정되었고,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것은 윤건이,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이영이 맡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은 가야 했던 이영의 횡성행.

장마철의 폭우를 뚫고 도착한 윤건의 펜션에서 

이영은 비로 인해 발이 묶여버립니다.

 

1박2일간,

세상과 고립된 채 두 사람만이 있던 공간에서

이영과 윤건은 더없는 편안함을 느꼈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윤건과 이영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며칠 뒤, 

윤건은 이영의 집 앞에 서 있게 됩니다.

현관 문을 열자, 

윤건은 이영을 안고 집어삼킬듯한 키스를 퍼붓습니다.

 

첫인상의 부드러움이 아닌 강렬함으로 이영에게 불쑥 다가온 윤건.

"죽을 것 같아서...... 안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숨이 막혀 죽는 것보다는
쓰레기에 미친놈 되는 게 낫다 싶어서...... 그래서 왔어."

- 윤건

 

사실, 윤건은 이영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았던 풋풋했던 그때의 감정이 채 사그라들지 않고

다시 이영을 만나자 되살아난 것입니다.

 

양쪽 부모님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2주일.

윤건은 이영에게 딱 2주일 동안 자신에게 마음 한자락 허락해 달라 합니다.

 

풋사과 같은 열아홉.
체리 향을 품은 스물 아홉이 아니기에 더는 눈치 볼 거 없다.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 보기에 난 너무 익어 버린 홍시니까......

- 윤건

 

이제 윤건은 자신의 마지막이자 유일할 사랑이 다가왔을 직감하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직진합니다.

서른 아홉의 나이 만큼 신중해지고 겁이 많아진 그의 첫사랑.

이영에게.

 


다미레 작가님을 만난 첫 작품입니다.

제목에 우선 끌렸습니다.

서른아홉.

제 나이 언저리이기 때문이죠.

 

조심스럽고 어른스럽지만,

그러면서도 지지부진하지 않은 그들의 가까워짐은

풋풋하지도 간질간질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세월을 지내온 만큼의 배려가 있었고, 인내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참아내고 상대방을 살필 줄 알았던 윤건과

자신을 돌아보며 사랑뿐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신중해졌던 이영.

 

둘은 남은 시간이 아깝다는 듯 빙빙 돌려말하지 않았고,

상대방을 더 알고 싶은 욕심에 상대를 다치게 하지도 않습니다.

 

서른 아홉, 

저와 같은 나이인 이영은 이렇게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네요.

 

그에 비해 

사랑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섞여든 지금의 내 사랑은 

함께 지내온 시간만큼 조금은 무뎌지고 바래졌을지,

아니면 그들의 사랑만큼, 홍시처럼 완숙해져가는 과정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많은 것을 겪고 성장하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이 조금 부러워집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은 참 좋았지만,

곳곳에 보이는 과한(!) 표현은 몰입을 좀 힘들게 했습니다.

친구 감미옥의 찰지고 적나라한 대사들이 주는 웃음보다는 과함이라던가..

윤건과 이영의 감정을 묘사할 때 나오는, 분위기를 저해하는 표현들.

 

또 연하남이지만 대놓고 반말하는 윤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영까지 존대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유교걸이니까요! ㅎㅎㅎ)

 

그래도, 

돌고 돌아 만나게 된 과거의 인연,

어른스러운 연하 직진남 윤건과 상처 많지만 무심하고 세련된 여주 이영!

 

그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꼭꼭 씹어(!) 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ㅎㅎㅎ)

 

덧. 

이영의 유사가족, 똑똑한 아들 지유의 사랑이야기도 넘나 궁금해집니다!

작가님, 지유랑 지안이 이야기로 후속작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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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이네스크

제국의 통치자이자 고귀한 흰 뱀. 결벽증이 심해 타인과의 접촉을 꺼린다. 

-  여주 : 라테르 

  벌꿀오소리족 수인. 결혼을 위해 입양되었으나 불임을 이유로 맨몸으로 쫒겨났다.


배고픔을 못 이긴 라테르는 우연히 숲에서 마주친 흰 뱀을 덥석 물었다.

 

뱀을 먹는 일쯤이야 벌꿀 오소리족 수인에게는 일도 아니었으나, 

문제는 그 뱀이 케디드 제국의 가장 고귀한 존재 이네스ㅡ였고,

격렬한 입질에 서로 각인이 되고 만 것!

 

이네스크의 각인 열병을 책임지기 위해 라테르는 성에 머무르게 되는데....

- 시리즈 소개글 발췌.


일단 벌꿀오소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생소한 동물, 벌꿀오소리?

출처 : 나무위키

못 먹는게 없는 무적 여주.. 신박하다!!

먹는데 거칠것이 없던 여주는 심지어 남주까지 먹이로 보고 입질을 하고

그 결과 각인이 되어버리는 상황 또한 매우 재미졌는데..

그런데...

그 이후에 서사는 조금 아쉬웠네요.

 

묘한 포인트에서 여주에게 반해버린

서브남이 등장하는가 싶었지만 개쩌는 남주와의 능력치 밸런스 때문에 조금 아쉬웠고....

 

그래도 로코답게!

벌꿀오소리답게!!

먹는것으로 안정을 얻는 여주가 신박하고 재밌었습니다!

지금껏 본 여주 중 가장 최고 쎈 수인캐가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ㅋ

 

문체나 사건의 전개는 조금 아쉬웠지만,

씬도 있고, 가볍게 호로록 볼 수 있는 로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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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권무진

정원식품 본부장. 회장 아들. 무심한 건조남


- 여주 : 민서하

요식업 프랜차이즈 [코리안 푸드] 전략기획실장. 대표 회장 막내딸. 상처투성이 의지녀

- 출처 : 리디북스


- 그녀. 민서하.

두 재벌가 자제의 구태의연한 맞선자리.

 

서하는 몇 번째일지 모르는 이 맞선자리에 오늘도 먼저 나와 앉아있습니다.

"민서하 씨는 몇 번째 입니까?"

- 무진

무심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는 남자의 앞에서 말없이 일어서는 서하.

테이블을 짚고 몇 걸음을 떼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 빨리 가 주세요.
부탁드려요."

- 서하

자신의 결점인 다리의 장애를 내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웠지만

사랑없는, 비지니스뿐인 결혼 보다는 낫다 여긴 서하.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맞선, 이제 서로 그만 끝냅시다."
"합시다, 결혼."


- 무진

처음으로 서하의 장애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

권무진.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염려와 강권으로 시작한 이 맞선 행렬은

서하는 그렇게 무진과의 혼사로 끝이 나게 됩니다.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지만, 이왕이면,

그녀는 그래도 잘 살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한부의 아버지, 아버지가 일군 회사,

그리고 철없는 오빠.

무심한 남편.

휘청이는 서하의 걸음에 더욱 무게를 더하는 것들이었지만,

서하는 기꺼이 그녀 어깨의 짐을 감내하려 합니다. 

 

그러나, 겨우 스물일곱.

그저 가정을 꾸려 행복하고자 했던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 그. 권무진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혼시장에 나오게 된 무진.

 

무진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무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아버지는 절대적이었고,

무진은 어머니의 죄 아닌 죄를 대신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맞선도 지겨워 지던 차. 

사랑했던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았던 무진은,

다분히 충동적인 제안을 서하에게 건넵니다. 

 

결혼. 

 

그렇게 한 결혼에 성의가 있을리 없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도 살아있다는 자책감과

아버지의 폭언, 그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

무진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그의 아내 자리를 자신의 연인 대신 차지한 서하에게 애정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서하가 이 비지니스 결혼에 정성을 쏟는 것을 보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서하에게 제안합니다.

 

 

"기회를 주겠습니다. 혼인신고,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이 결혼,
무르고 싶으면 물러도 되는 기회 말입니다."

- 무진

 

무진은 자신과 결혼한 죄밖에 없는 서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자신의 고된 인생에서 서하를 빼내주고싶습니다.

그의 제안을 서하는 선뜻 수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상호 동의 하에 끝을 정한 결혼생활이 계속 될 수록

무진은 서하에 대한 감정을 동정이라 여기기 위해 애써보지만

자꾸만 이 여자가 눈에 밟힙니다.

그녀의 현명한 행동들이, 작은 배려가 자꾸만 맘에 걸립니다.

 


작가님의 후기에는 후회남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요의 후회남에 비하면 많이 순한맛의 남주였습니다.

 

오히려 상처남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로 

기구하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무진이었기에,

애정없는 결혼으로 서하를 외면했던 시간도 이해가 갔고,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나서 어떻게든 서하를 지키고자 했던 것 또한 

무진을 짠하게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이다(!)라 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이 

무진을 통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일까요?

 

부모의 정을 끊어내지 못해 결국 자멸을 계획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심성을 지닌 무진에 비해

서하는 신체가 불편할 뿐, 재벌가의 자제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아버지와 오빠를 대신해 회사의 수장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다 알고도 시댁의 악행을 눈감아 주는 아량까지..

연약할 지언 정말 똑부러진 여주였습니다. 

 

무진 또한 극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곧고 착한 그답게 자신과 부모의 업보까지 모두 청산하고 난 뒤,

빈손이 된 그가 택한 것은 서하였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무진이 한 선택도 이해가 갔습니다.

 

오히려 그가 서하의 곁에 남기로 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무능력(!)한 남주처럼 보이겠지만,

무진의 성격이라면 그가 애증으로 매여있던 아버지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아버지가 이룬 모든 것을 전부 흩어 버리고 

오롯이 자신 하나 만으로 서하에게 간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결심이 아니었을까요?

 

남편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혼자가 된 그를 가족으로 따스히 받아준 서하는 

그야말로 배포가 어마어마한 여장부임에 틀림없고 말이죠.

 

거기에 서하의 오빠인 준하가 점점 철이 들어가는 모습에,

후일담에 짤막한 준하의 연애담을 보면

어쩌면 무진보다도 더 잘 먹히는(!!!!)  재벌 남주가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신체는 조금 불편해졌지만,

교통 사고에서 살아남은 서하는

비슷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무진에게는 어쩌면

기적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살아 남아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조금 심심했지만,

올곧고 착해서 상처가 많았던 짠했던 남주 무진과

그 무진을 사랑으로 감싸 안은 서하의 이야기,

 

잔잔한 여운이 있던 그런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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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윤승주

 34세.

매력적인 외모와 우월한 능력의 소유자. 연매출이 2조에 달하는 식품회사 사주의 외아들이자 회사의 경영진.

 

- 여주 : 이지영

29세.

승주와 같은 회사 임원진의 비서였다가 승주의 비서로 발령남. 3년째 승주를 짝사랑하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윤승주.

그런 그를 짝사랑한지 어언 3년차인 프로 짝사랑러 이지영.

그녀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돈으로 샤넬 백을 사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의 생일인 12월 25일에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짝사랑남, 

승느님과 마주 앉아 커피한잔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그녀가 모시던 전무가 급 은퇴를 결정하게 되고,

지영은 마침 비어있던 승주의 비서자리로 발령을 받습니다. 

 

짝남의 비서가 되어 소원에 한발자국 다가갔다 행복해 하는 것도 잠시.

 

비서로서 프로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승주의 앞에서 자꾸만 못볼 꼴을 보이게 되는 지영. 

자꾸만 그녀의 소원은 멀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한편,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사람에게 기대 없이, 감흥 없이 살아왔던 승주는

새로이 발령난 자신의 비서, 지영에게 역시나 관심이 없었습니다. 

희미한 인상의 비서일 뿐.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보필하게 되면서

그의 주변에는 작지만 또렷한 변화가 생겨납니다.

지영이 주는 세심한 관심에 자신의 기분이 한결 나아졌고,

그의 주변에 기분 좋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지영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신기한 여자다. 
요술처럼 항상 손닿는 곳에 있는 여자.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한 걸음 앞에서 배려해주는 여자. 

이 무미건조한 일상에 계속해서
재미와 웃음을 가져다 주는 여자. 


- 크리스마스의 남자 中

 이제 승주는 그녀를 향했던 "관심"이 

자신의 안에서 생소한 감정'들'로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 

승주는 그의 내면에 이러한 뜨거운 감정이 있었는지,

게다가 그 감정이 한 여자 때문이라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들의 감정은 점점 깊어져가지만, 

지영은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그와 그녀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을. 

 

그래서 그녀가 바란 것은

단지 그와의 커피 한잔이었는데...

 

지영은 욕심내고 싶지만 욕심 낼 수 없는 남자,

승주에게 더더욱 빠져드는

자신을 다잡습니다. 

 

지영의 오래된 두 가지 소원, 

그녀는 모두 이룰 수 있을지..

과연 그녀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일어날까요?


특정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죠. 

이 작품 역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제목부터가 "크리스마스의 남자"니까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관리"만 해왔던 승주가 

똑부러지지만 사랑 앞에서는 허당끼 넘치는,

그렇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쏟을 줄 알았던 지영을 만나서,

그녀의 세심한 관심 속에서 서서히 얼었던 승주 마음이 녹아내리는 과정이

따뜻하기도 했고, 로코답게 그야말로 현웃 터지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미워할 수 없는 조연들이 대거 등장해,

지영과 승주의 파란만장 사내 연애사에 한몫 합니다. 

 

외로운 인생을 살았던 그녀의 든든한 단짝친구이자

때때로 지영에게 돌직구를 날려주던 제시카 알바. 숙자. 

승주의 수행비서이자 라이벌이 될 뻔... 한,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이름부터 조연삘인 김남조실장.

지영이 가르쳤던 사고뭉치 신입비서, 우연희.

그리고

마지막 빌런이라 여겼던..

웃으며 입에 칼을 물던 승조의 아버지, 윤정우와

승조의 약혼예정자 오이지(!!)까지!

 

여러 조연들이 등장해

그들의 감정이 깊어지는 데 일조를 합니다. 

 

이 책을 읽을 수록

아, 진짜 이거 드라마로 만들면 딱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적인 조연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매력적인 두 주인공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조심스러웠고,

억지스럽지 않은 사내 연애의 정석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혼기찬 사회인들의

성숙하면서도 어딘가 조금 서툰 연애를 본 느낌이랄까요?

 

승주가 겉으로는 완벽한 재벌남으로 보여지지만,

사실은 어딘가 살짝 허술한 면이라던가,

평생 눈치보지 않은 남자라 가끔 눈새가 되는 것이 그랬고, 

 

비서이자 평범한 20대 후반 여성인 지영이 

예상치 못한 승주의 행동에 황당해 하면서도

또 그것을 흠잡지 않고 감싸 주는 것이 그랬습니다. 

 

둘이 점점 감정이 깊어지며 그들의 속내를 

도란도란 조곤조곤 이야기 하며 가까워 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무겁지 않게, 위로를 건네는 말들이 

그간 그들이 감당해온 인생의 무게를 토대로 하는 말들 같아서 

읽는 내게도 위로가 되는 말들이었습니다.  

 

물론, 로코답게..

살짝 오바스러운 장면들도 있었지만,

(승주의 광란의 고속도로씬... ㅋㅋㅋㅋㅋㅋㅋ)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어떠한 찝찝함이 1도 없이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34세 재벌 동정남 승주,

사랑 앞에서 200%의 능력을 발휘하고 마는 씩씩한 지영.

 

트리 장식할 때면 꼭꼭 이들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꼭꼭 재탕 생각에 찾아들게 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따스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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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 하은수

방송국 외주 구성 작가. 방송국의 PD 주승모와 연인사이이며,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는 여자.


- 남주 : 최무형

평소에는 느릿하지만 승부처에서는
날카로운 감각을 드러내는 발군의 투수.
잠자리는 갖지만 마음은 바라지 말라고 하며 여자를 갈아치운다.


"승모 여잡니까?"
"주승모 피디와 사귀는 건 맞는데요....
누구 여자, 그렇게 불리는 건 상당히 거북하네요."
......
"안잤어요?"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무형/은수

무형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급의 투수이자,
번듯한 외양으로 꽤 잘나가는 여자들과의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입니다.

그런 무형을 인터뷰 차 만나게 된 은수.
그녀의 애인인 승모의 고교동창이자 인터뷰 대상이었던 무형은
은수에게 초면에 매우 무례하게 굽니다.
그것도 모자라 민망할 정도로 그녀를 집요하게 쳐다보던 무형.

그런 무형을 처음만났지만,
어쩐지 그의 남보다 커다란 손이
자꾸 낯이익어 소름이 끼치는 은수는 혼란스러워하며
무형과의 첫번째 인터뷰를 마칩니다.

무형의 집요한 시선은 다음의 만남에도 계속됩니다.
마치 그녀를 과거에 알고 있었던 듯한 말투.

"그렇게 사람을 빤히 보는 최무형 씨의 시선,
처음엔 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것 같아요.
나한테서 뭘 찾아내려는 것 같아요.
혹시 날 아세요?"
"정말... 기억을 못 하는군요."

- 은수/무형

은수는 자신의 기억에 없는 기억을 떠올리는 무형.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그녀를 괴롭혀오던 악몽의 편린들.
그 악몽의 끝에 등장하는 커다란손...
은수는 무형의 커다란 손이 악몽에서의
그것과 닮음을 인지한 순간,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도대체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는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

은수는 12년 전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되찾게 되고,
자신을 망쳐놓은 그날의 일에 관련한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무형도 포함이 되었고,
무형은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묵인하고
오히려 그녀의 복수를 돕습니다.

그게 자신을 향한 복수일지언정.

그 과정에서, 은수는 아무리 막아보아도
그에게로 흐르는 자신의 마음에 절망해버립니다.
이 뱀의 심장을 가진 남자에게
자신의 순정따위야 티끌만도 못한것을.

한편,
그간 여자들을 통해서
단순히 새로운 자극과 쾌락을 얻고자 했던 무형은
은수에게서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좀더 가슴 깊은 곳에서의 갈증을 느끼며
그녀의 복수를 흔쾌히 지켜보고,
그녀를 보는 것이 기분 좋아집니다.
이같은 마음을 단순히 욕정의 산물이라 치부하는 무형.

무형은 그녀의 칼날이 그를 향하고 있음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그녀를 품고 있지만
그녀는 칼자루를 쥐었음에도 베이고 있었다.
어쩌지, 그를 사랑하나 봐,
은수는 이 어리석은 게임을 시작한 것을 자책했다.

- 브로큰하트 신드롬 中


이제 둘의 아슬아슬한 감정은
그렇게 종국으로 치닫게 될 수록 어긋나기만 합니다.
은수와 무형.
은수는 무형에 대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형과 알수 없는 악목으로 불안해 하는 은수의
초반 내용에서는 스릴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거의 내비치지 않는 남자인 무형은 흡사 사이코패스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무형의 불투명한 속내는 보는 저마저도 은수의 불안함에 이입하게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남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한다면..

그 불안함은 어마어마 하겠죠.

초반부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은수의 기억이 돌아와 진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분노가 됩니다.

그 기억의 주범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참혹한 진실의 방관자에 대한 분노.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방관자에 대한 분노가
왜 주범에 대한 분노보다 더했는가 였습니다.
솔직히 저라면,
주범에 대한 분노가 더했을텐데 말입니다..
방관자였지만 그래도 그때의 은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사람인데 말이죠.
물론 그 뒤에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그의 성정이라면, 타인의 일에 그리 깊게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
그의 입장에서는 그의 침묵이 이해가 갔었습니다.

은수는,
그의 도움을 애써 잊은 채
어쩌면 원망할 대상을 찾다가 결국 방관자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수가 그렇게 원망하는 대상에 빠져들면서,
자괴감이 들면서도 그와 있음에 행복해하는
그 이질감에 괴로워하는 은수와
겉으로는 변함없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변화해갔던 무형의 심경이 대비되어
또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이러니 했고,
또 그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읽는 내내 계속되어
작품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잠깐의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장면 조차도
불안해 하면서 보게되는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12년 전의 사건으로 영혼이 부서져버린 은수와,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영혼으로 살아온 무형은
그들이 만날 수 있었던 최악의 조합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어딘가 고장난 이들끼리의 끌림같아서
어찌보면 그들은 운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한번 부서진 그녀의 영혼은 다시 이어 붙여보았지만
결국 파괴되어 버렸고,
채워진 적 없었던 텅빈 그의 영혼은
채워짐의 충만함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다시 비어버렸습니다.

그들의 결말은 예견되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둘은 솔직하지 않았고(못했고)
그랬기에 어긋나버린 그들의 감정은 결국 파국일 수 밖에 었었기에,
남여주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저는 이 소설의 결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상세한 대화나 장면의 서술 없이
마치 신문지면상의 기사처럼 나열된 무형과 은수의 마지막 행적이
꼭 그들의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 양, 제 삼자의 눈으로 비춰지게 되면서
생경하면서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전해듣게 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더 부각되었고,
무형의 무심한 속내같은 마지막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녀는 결국 무형에게 최고의 복수를 했고,
무형은 한결같았던 그의 태도대로 기꺼이 그녀의 복수를 달게 받았네요.
이정도면 제게는 최고의 후회남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용서받지 못하고
여주에게서 구원받지 못하는 남주가 최고(최악?)의 후회남 아닐까요.?

언제고 다시 읽으면서,
그들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보고싶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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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까지 완벽.! 고이보관...!!

비가 와서 걱정했던 매국 리뷰 이벤트 당첨 우편..

무사히 잘 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maximiliana/222936563473

 

매국(魅國) 이벤트 발표

이벤트에 참여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소중한 시간 내어 사진도 찍어주시고, 글도 열심히 적어주...

blog.naver.com

 

▼▼▼▼▼아래는 저의 매국 리뷰..▼▼▼▼▼

https://lunasea-daily.tistory.com/112

 

[개인지] 매국/이휴정/개인지

- 줄거리. 조선에 방문한 신페이를 데리고 내내 술독에 빠지듯 하던 사촌 형 다이치가 권유하여 마지못해 들게 된 유곽. 초록동색. 그곳에서 그들의 술자리에 동석한 기생 하나를 만납니다. 선이

lunasea-daily.tistory.com


두근두근...

조심히 개봉해보니.

아니...조공이라뇨... 제가 드려야할 것을 작가님이.. ㅠㅠㅠ

깔끔하게 포장해서 보내주신 먹거리와 쓸거리와..읽을거리.!

손편지까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얼마만의 손편지인지..!!!

먹을거리는 고민하다가 감사히 냠냠 먹었습니다! 헤헤.

메인 선물이었던 샤쉐...!!

뜯는건 조금 미루기로 합니다...

매국 재탕하는 날(조만간) 뜯을거에요!

그리고 미완 브로슈어까지....

 

꽉찬 이벤트 선물, 감사합니다!

사실 리뷰 이벤트 당첨이 처음이라 너무 벅찬 마음이 들었어요.

이 책에 대한 제 감상을 작가님께서 읽어주셨다는 것만도 감사한데,

또 직접 뽑아주셨으니..^^

 

여러모로,

내용의 여운도 여운이었지만 제게 [매국]은 좀더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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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서윤

미국 스탠퍼드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유명 애널리스트, M사 데이터관련 팀장.

업무에는 냉정하며 철저하고, 연인에겐 더할 나위 없이 다정다감한 카리스마 넘치는 볼매남

- 여주 : 정원주

K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활동중 스폰서와 결혼, 이혼녀.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걸로 아픔을 삭여내는 상처녀

- 출처 : 리디북스


- 열 여덟, 열 아홉의 그날들.

윤이 원주의 옆 집에 이사 온 것은 그녀가 고 3을 막 올랐을 무렵이었습니다. 

이삿짐 트럭이 들어오지 못하는 좁고 가파른 달동네의 비탈길을 오가며 묵묵히 짐을 나르던 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말을 붙여온 원주에게 윤은 생 날라리라며 퉁박을 줍니다. 

 

날라리인 자신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인정받는 착실한 범생이 윤.

 

둘은 원치 않게 물려받은 가난이 죽도록 싫었고, 이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이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팔자라...... 그건 어떻게 펴는 건데."
"내가 봤을 때 대한민국의 여자는 새 인생 살 기회가 한 번 더 있거든.
그게 뭔지 알아?"
"몰라"
"바로 결혼할 때 돈 많은 놈을 무는 거야."
....
"아아. "
"왜. 들어가게?"
"가서 공부해야지. 너는 남자 꼬드기고, 나는 공부로 인생 리셋."
"......그래. 우리 둘 다 파이팅이다."

- 그날들 中

철딱서니 없다 여길 법한 원주의 말에도 윤은 비난의 기색이 없이,

그녀가 찾아낸 삶의 목표를 존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그녀는 새벽녘의 빛처럼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렇게라도 벗어나고픈 가난의 무게가 자신도 짓누르고 있기에,

윤은 원주에 대한 마음이 커져감에도

자신은 그녀의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섣불리 고백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옆집 이웃이 된 그들,

그와 그녀 사이에는 수많은 [그날들]이 존재했습니다. 

 

술취한 아버지가 착각할 만큼 도망간 어머니와 닮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욕설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날,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대문 밖에서 떨던 원주와 그 옆을 지킨 윤. 

담배 한개피씩 피워내는 연기 사이로 나눴던 둘의 시렸던 겨울 날. 

 

담배 검사를 하는 교문 앞에서 원주의 담배를 윤이 자신의 가방 속에 숨겨주고, 

답례로 원주가 김치를 가져가져다 주던, 묘한 기분이 오갔던 그날.

 

그네들의 아버지들의 생사가 갈렸던 날,

건조한 눈으로 상주를 맞이하던 윤 대신 눈물을 쏟아내던 원주. 

그리고 포기해야 했던 원주가 인정받았던 단 하나의 재주. 그림.  

 

마침내 윤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열화와 같은 감정을 터트려내던 날,

윤의 원주에 대한 마음을 가시돋힌 말로 위장하여 고백할 수 밖에 없던 그날.

그리고

그 고백을 알고서도 윤을 위해, 서로를 위해 위악을 떨어대었던 원주의 날들.

 

"잘 살아. 정원주. 행복하게."

그리고 철거 결정이 난 그들이 살던 달동네에서

유치한 불행겨루기 끝에

마지막으로 윤이 건넨 다정한 인사. 그리고 다정한 입맞춤. 

그렇게  담담하지만 무력한 이별을 하던, 그날들..

 

원주는 그것으로 되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그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버거웠기에. 

 

그들은 그렇게 약속도 기약도 없는 이별을 합니다. 

 

- 서른하나, 서른 둘의 그날들.

당시의 그녀에게 너무도 무거워서 밀어내었던 윤의 고백은

이제 그녀의 무의식 속에서 꿈이 되어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다 말할 수 있는 결혼을 한 지금에도.

 

그녀가 어린시절 생각한 조건에 부합하는 결혼이었지만, 

7년의 결혼생활 동안 그녀는 몰랐던 사실을 절감합니다.

그네들의 세계에서 살면서  '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수용하고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녀를 죽이고, 낮추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남편의 외도까지도. 

 

남편의 외도 대상인 내연녀를 독대하고 나서는 카페에서

원주는 13년만에 윤을 우연히 마주칩니다.

 

"헛똑똑이."

 

내연녀와의 대화를 들었는지

서늘한 눈매로 예전과 같이 날카로운 말을 남기고 돌아선 윤.

 

그들의 [그날들]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윤은 어른이 되었다 여겼으나

원주를 우연히 만나게 된 순간,

때아닌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가버린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신답지 않은 분노, 좌절, 치기, 욕망. 

이 모든 것이 향해 있는 원주를 향해 이제는 성큼 걷기 시작합니다. 

 

그날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지만 빛났던 정원주.

그러나,

그 빛이 꺼져버린 채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정원주.

 

13년간 치열하게 살면서도,

무시로 떠오르고 침잠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나 잊지 못했던 그녀를 앞에두고

윤은 이제 그의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것 봐. 정원주. 네가 다시 나를 소년으로 만들었어."

그의 잃어버린 유년, 사춘기, 그리운 그날들.

거기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기에.


학교마다, 반마다 한두명씩 있었던 

깻잎머리에 똑딱핀을 꼽고 치마를 접어입고 껌을 씹어대던 여자애.

 

그리고 

전교에서, 나아가 전국에서 순위권인 공부 잘하는 범생이 남자애.

 

이 엮이기 힘든 둘이 엮이게 된 공통점은 가난이라는 피할 수 없는 굴레였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그들은 각자의 희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냅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도,

자신을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게 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도 할 새 없이,

비빌 언덕도 빽도 없는 그들이 이 녹녹치않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미래를 꿈꾸면서 말입니다.

 

재능도 꿈도 사랑도 접어둔 채,

그에 대한 아쉬움도 느낄 새 없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눈부신 청춘에 끼어든 풋사랑을 모른척 해가며, 차마 내색하지 않으며 

그저 눈앞의 삶에 고군분투했던 그들..

 

기어이 가난을 벗어날 기회가 와서 잡았고,

윤과 원주의 선택이 옳았던 옳지 않았던, 그들은 어릴때 결심했던 것처럼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하긴 합니다.

단지 그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그들의 삶, 

특히 원주의 삶이 참 위태롭고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던 윤과는 달리

결혼이라는 형태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벗어 던진 가난은

또 다른 굴레가 되어 그녀를 옥죕니다.

 

질기게 붙잡고 있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하루하루 말라가던 그녀를 만난 윤이 느낀 분노는 

잘 지내지 못했을 그녀의 과거에 자신이 없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 안타까움으로 그녀의 삶을 전부 껴안고 싶지만

윤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온전히 그녀를 가지기 위해,

그녀의 의사로 그에게 다가오기까지 차분히 기다려 줍니다. 

 

분명히 윤도 힘든 순간과 무너져 내렸던 순간이 있었을텐데..

이렇게 혼자의 힘으로 강하고 단단해진 윤이라는 남자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남자가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진국인 것...!!

 

연상연하(한살차이지만)에

그녀의 이혼한 상처와 자격지심까지도 모두 이해하며

그녀를 기다려주고 존중해주었던 어른 남주,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을 내리고 내 여자에게는 한없는 이해심을 가지지만

그녀와의 관계에서 어떤 불순물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발 물러서서 그녀를 기다려줄 줄 아는 남자. 

집 비밀번호 3141592.(원주율....)

도어락 비밀번호조차 원주에 대한 사랑이었던 이 이과감성 남자!

심지어는 헤어져있던 13년간 아무도 안만난 동정남!!

(여기서 원주가 부담스러운 감정도 마구 이해가 갔어요.. 너무...부담스러운데 너무 좋아...ㅠㅠㅠ)

윤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오윤 서윤...

윤이들은 왜들 다 매력적인걸까요....

 

심지어는 그녀의 개차반 전남편을 대면하고도

그 분노의 대상을 헛갈리지 않아 더더욱 멋졌던 서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둘을 그린 짧은 외전이지만, 

외전을 읽다보니 서윤 역시 원주만큼이나 외로웠음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서

이 잘난 남자가 안쓰러움 혹은 가여운 모습까지 보여

더더욱 매력을 더해버렸습니다.

 

"예쁘지, 그럼. 내가 아는 원주는 모두 아름다워."

 

평생을 한 여자만 바라보았던 이남자, 서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 하나의 원주랑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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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조선에 방문한 신페이를 데리고
내내 술독에 빠지듯 하던 사촌 형 다이치가 권유하여
마지못해 들게 된 유곽. 초록동색.
그곳에서 그들의 술자리에 동석한 기생 하나를 만납니다.

선이 얇아 한 대 치면 고꾸라질 것 같은 체구에,
단정한 생김과 정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눈길을 끄는 여자.

- 매국 中

기생으로서의 교태도 아양도 없는 이 여자.
신페이는 이 조선인 기생에게
가차없이 냉소어린 말을 퍼붓습니다.

그러고 잠들면서도
기생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음 한 켠이 무지근했던 그는,
초록동색에서의 이튿날.
기생의 머리를 올리는 조건으로 거금 800엔을 지불하고
그녀의 시한부 "서방님"이 되어 이 초록동색에 머물게 됩니다.

기생과의 초야를 치른 신페이는 기생에게 묻습니다.

"어떻던가. 나와 통한 것 말이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 매국 中, 신페이-여진

어떠한 감정의 조각도 없이 내뱉어진 기생의 대답.
신페이는 그날을 기점으로 매일 밤 기생과 밤을 보냅니다.
기생과 보내는 나날들이 계속될 수록
신페이는 딱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에 심술이 나고,
그녀를 연모하였던 남자의 등장에 기분은 급격히 저조해집니다.

게다가 우연히 방문하게 된 "조선관"에서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는
기생의 머리 올린 모습의 엽서를 보고는
그로서는 하지 않을 법한 감정이 들고 맙니다.
소유욕.
그리고 그로인해 꺾인 그녀에대한 연민.

한 때의 유희라고 치부했던 기생과의 시한부 서방놀음에,
신페이는 점차 무겁고, 진득한 감정이 깃들고 마는 것을
부정하고 또 부정해봅니다.

그러던 차,
동척에 발생한 테러로
신페이는 사촌 형 다이치를 잃게 됩니다.
그의 이해가지 않는 수사방식과 어이없는 죽음.
일본인으로서 위험한 수위의 발언을 쏟아내며
조선에서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던 아베 다이치.
그러면서도 황국신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던 그.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결국 그의 노선을 선택 했음을 신페이는 직감하게 됩니다.

왜 소원을 취소하겠는가.
박쥐에서 불나방으로 전락한 그가,
죽었다고 해서 당최 조선의 독립을 안 바랄 수가 있겠는가.

형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노선을 바꿔 탄 것이다.

<담>을 넘어 이제 조선으로.

- 매국 中

그리고
지금껏 인생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신페이의 가슴 속에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사랑에, 인생에 냉소적이었던 그에게
연모의 감정이 생겨났고,
이해하지 못했던, 파괴적이며 폭력적이라 여겼던
피지배국의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에 점차 공감하게됩니다.

여진.
첫 만남에는 기억할 바 없다 여겼던 기생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그 뜻이 궁금해지는 신페이.
이름 뜻으로 기생은 지진이라 답합니다.

시한부 서방 놀음이 끝나고
지진이 잦은 그의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한 신페이는,
그의 내면에 강한 울림으로 남은 여진이 그를 한동안은 뒤흔들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것이 그가 감내해야 할,
그녀를 위한 결말이라 여기면서...
그렇게 조선을 떠나려던 신페이의 앞에
또다른 테러의 소식이 들리고,

신페이는 다시 경성으로 향합니다.
오롯이 그녀의 안위에 대한 걱정만으로..
그가 그리도 비웃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그 사랑의 안녕을 바라면서.


- 언어유희

이 작품,
[매국]은 제목부터 동음이의의 언어유희가 깃든 작품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매국(賣國)에 덧대어진 매국(魅國),
사로라는 카페에서 사로(思路/邪路/死路)라는 단어로 이어지던 신페이의 고민.
기생(妓生)에 기생(寄生)하던 생명.
모던걸 행세를 하는 무늬만 모던걸이었던, 모단(毛斷)걸.

읽는 내내 유쾌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거의 없지.. 요??)
동음이의어에서 느껴지는 여러 의미들을 되새기며
그 뜻을 헤아리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 감상.


저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일제 강점기에 난 사람들은 당연히 일본을 미워해야 하고,
일본에 대한 저항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단순히 항일운동 안한 사람들은 나쁘고,
모든 조선인이 일본을 싫어했을거라는 생각은
그 시대를 살아오지 못하고 결과만을 바라본 이의 오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에 반하는 행위인 친일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내가 일제 강점기의 한복판에 태어나서
일본 순사들이 총검을 차고 당연히 활보하고,
소학교에서 히라가나를 배우며
일장기 앞에서 천황에 대한 기도를 하는 것이 일상인 시대에
일본에 저항하던 독립투사들이 던진 폭탄에
지나가던 나의 가족이 다치고..
그로 인해 평온했던 내 인생이,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면,
그때도 나는,
과연 이 나라의 독립을 외치고
내게 딸린 가족들에게 곤궁함을 강요하며
그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들었습니다.

과연 그 시절에 나고 삶을 영위하던 사람에게
일본에 반기를 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린시절,
티비를 틀면 나오는 뉴스에서 보여지던,
화염병이 난무하고,
이를 저지하는 공권력과 학생시위대의 모습들이
동시대를 살았지만
편안히 안방에 들어앉아 귤까먹던 초등학생에게는
그야말로 티비속 세상이었던 것처럼
그네들에게도 항일, 독립운동은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일에 대한 신랄한 독설을 퍼붓던 신페이에게
일갈했던 호정의 말이 떠오릅니다.

"조선인들은 그렇게 쉽게 정체를 밝힐 수가
없단 말이다.

오늘은 친일을 하고 또 내일은 반일을 하지.
어떻게 친일과 반일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감히 나를 규정지을 수 있느냔 말이야."


- 매국 中, 호정.

대개의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은 호정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을 겁니다.

작중의 인물들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독립을 바라는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던 여진.
그들을 고문하고 심문해오며
그들의 신념이 처참히 짓밟히는 과정을 보아온 신페이.
겉으로는 친일을 하고, 왜년이라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물밑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음희.
친우와 사랑하는 이의 위험을 알면서도
섣불리 저지하지도 그를 응원하지도 못했던 다이치.

모두,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일 뿐이며,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했던 시대를 살면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과 신념으로,
그 나름의 선택을 할 뿐입니다.

체념을 거듭하며 삶을 관조하기만 했던 여진이
결국 결단코 몸담지 않으리라던 일에 가담하게 되었고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감정적인 그의 사촌 형을 비웃던 신페이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굴복하고 타인을 염려하여
그로서는 하지 않을 무모한 일에 뛰어듭니다.
응당 배운 신여성이라면 독립에 투신해야한다는 음희가
결국 여진에게 더이상 독립을 종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선과 일본, 조국과 사랑.
그 사이에서 고민하던 다이치는 결국 노선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또한 그들의 경험이고 신념이자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에 대의를 적용하고 윤리적 잣대를 댄다면
어떠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나,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갈 뿐인 한 인간들일 뿐이었고,
이를 평가하는 것은 훗날의 누군가겠죠.
그들은 그저 그네들의 인생에 충실했을 뿐일 겁니다.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를 살아내며 지금에 충실할 것.
자신의 선택으로 달라질 인생에 후회를 하든 안하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며 살아내는 것.

그러다보면,
더 없을 사랑이 다시 찾아 오기도 하며,
얼음과도 같은 신념이 산산히 부서져 내리기도 할 겁니다.
언젠가는 레몬과 같은 새금새금한 열매같은
군침도는 사랑도 만날 것이고,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 생각지 못한 누군가에게
구해짐을 받을 날도 올 겁니다.

그 시대를 그들의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낸
여진과 신페이, 음희와 다이치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호시절이 아니어서 존재만으로도
슬프고 아픈 사랑을 한 그네들에게..
(물론 그시대의 그들은 그리 생각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무너지지않고 힘껏,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만큼 살아오고 나서야 느끼게 됩니다.
그 시대의 혼란스러움과 일제가 억지로 비틀어버린 흐름에서
어떻게든 역류하여 그 흐름을 되돌리려는 사람들의
그 의기가, 기상이 참으로 범상치 않았던 것임을.
한편으로,
그 범상치 않은 의기를 가진 이들 또한
평범한 인간들이었음을.
그들에게도 사랑이, 연모가, 미움이, 애증이 존재했음을.

그렇기에 그 어두운 시기에 막연한 희망만으로,
광복이라는 빛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선택"을 한 그들의 인생은
당연히 우리 후손들에게 인정받고,
대대로 기억해져야 할 것입니다.

저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으로,
가슴 속을 철렁케 했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남깁니다.

오직 빛을 찾아다니는 벌레.
그 벌레들이 죽어갈 때마다 읊조리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대한 독립 만세."

- 매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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