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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윤다이 - 32세

일곱권의 소설을 출간한 작가. 시니컬한 까칠남

- 여주 : 서지원 - 27세

꽃집 주인. 책 표지 디자이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현명녀

- 출처 : 리디북스


- 윤다이.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던 소년이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청년이 되어 무료한 날들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 99일 그리고 하루 中

그의 시시했던 시간들을 채웠던 것은 종이 위의 단어들 이었습니다.

그것들을 모아 응모한 글이 당선되고 나자,

다이는 미련없이 대학을 때려치우고 

전업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삶에 대한 염증은 그래도 가시질 않고,

권태로운 일상은 여전합니다. 

다이는 차기작을 써보지만 영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 지지부진한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항상 하루의 시작을 새벽 조깅으로 시작하는 그가

종종 마주치는 동네 꽃집의 여자에게서

"시한부연애"

 에 대한 제안을 듣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자신의 글 속의 여자 주인공은 백혈병,

자신에게 시한부 연애를 제안한 여자는 암.

 

마침,

그의 차기작 속의 인물도 꽃집 여자와 비슷한 상황인 터라,

글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그런 예감으로 여자의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그 제안이

다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게 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 서지원

그 남자의 머리카락에 눈을 빼앗기면서부터였다.
살아 있고 건강하고 그래서 생명 그 자체인 것 같은 남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호의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아주 작은 외로움 한 조각도 보태서.

- 99일 그리고 하루 中

 

악성 림프종.

엄마도 외할아버지도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고,

내려받은 유산처럼 지원에게도 온 암이라는 병.

힘든 항암 끝에 일상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발했다는 말에,

지원은 항암을 포기하고 맙니다.

 

이미 엄마의 처절했던 그 모습을 보아왔기에,

지원은 자신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기로 합니다.

 

슬퍼할 만한 인맥들을 정리했고,

주변에 최소한의 인맥들만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항상 꽃집을 열때쯤 조깅을 하던 남자에게

점점 시선을 주게 됩니다. 

지원 자신도 이유를 몰랐지만

남자에게 시한부 연애를 충동적으로 제안하면서

비로소 지원은 자신이 외로웠다는 것을 느낍니다. 

 

남자가 자신의 죽음을 가벼이 입에 올리는 것을 들으며,

지원은 안도합니다. 

 

자신의 죽음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관계.

딱 그만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한부 연애를 하는 동안의 다이는

다정했고, 좋은 남자였습니다. 

점점 그와의 연애는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퍼집니다. 

 

그래도, 그를 위해서는

더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아야합니다.

자신은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는 생명 가득한 삶을 살아가게 될테니까요.

 


키워드에...

"힐링물"

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진짜로 "힐링"물인지는 몰랐습니다!!

키워드가 스포라니..!! ㅋㅋㅋㅋㅋㅋ

 

이 작품 속의 두 사람의 시련은 밖에 있지 않고,

오롯이 둘 사이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한정된 기간의 삶을 살기에

남은 자신의 삶에 적극적인 여자와,

지금껏 하고싶은것도, 강렬한 열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소비해왔던 남자.

 

그 둘이 시한부 연애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익 내지는 소원을 우선했던 그들이

결국 상대방을 신경쓰게 되고

상대방을 조금씩 자신의 세계로 들이면서 겪는 모든 감정이

보통의 연애와 다름이 없다가도,

지원의 특수한 상황으로 겪게 되는 살얼음같은 항암의 과정,

그녀의 상태에 따라서 한순간에 부서져버리는 행복한 일상이 

담담히, 건조한 문체로 서술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더했습니다.

마치 이들의 시련역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을 일이라는 듯말입니다. 

 

사실은 외로웠고, 죽음이 무서워서 

죽음에 대한 외면으로 애써 참아왔던 지원.

 

그리고 사실은 누구보다 강한 열정을 가졌지만

그 열정의 대상을 찾지 못해 인생을 허비해왔던 다이.

 

둘 사이에 생겨난 사랑이라는 것은

내내 외면했던 것을 직시하게 했고, 

찾지 못했던 삶의 지표가 되어주었습니다. 

 

둘이 함께 하는 인생은,

더는 외롭지 않을 것이고

더는 길을 잃지 않을 겁니다 .

 

그들에게는 서로가 있으니까요!


가독성 좋은 간결한 문체로 단숨에 읽었던 작품입니다.

후회남.. 이라고는 했지만 

대체로 후회하는 (=반성하는)모습 보다는

지원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직진남의 면모를 보였던 남주였습니다.

 

여주 지원은 상처 많지만 적극적일 때는 적극적인,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답게(!)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고,

지원의 병에 매몰되어 처연하지 않은 여주라 좋았었습니다.

 

꾸금딱지가 꽤 눈에 띄지만 

잔잔한 스토리라 그런지 씬은 그렇게 많거나 농밀하지는 않았던...

힐링(!)하고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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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윤건 (37)

펜션 경영,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해맑은 미소 속에 열망을 숨기고 있는 남자


* 여주: 이영 (39)

주얼리 디자이너,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모의 무감한 여자


부모세대의 기나긴 악연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깊은 연애 한번 하지 못한 채, 

사별까지 겪었던 여자, 이영. 

그녀는  "유사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피 한방울 안 섞인 전남편의 아들과

고등학교 동창 감미옥과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이영의 모친은 이영에게 자신의 상견례 자리로 오라는 연락을 합니다.

그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고서 이제 사랑, 결혼 따위에 학을 뗀 줄 알았는데..

다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모친을 어이없어하며

그 결혼을 반대했지만 모친은 막무가내입니다.

"그래서 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 이혼을 했으면서?"
"그랬으니 더 해야지. 이 세상에 네 아빠 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란걸,
내가 알고 불신의 아이콘인 네가 꼭 알려면."

- 이영 & 미옥여사

 

이게 무슨 결자해지랍니까.

이혼으로 딸에게 별꼴 다 보인 장본인이 이제는 결혼의 좋은면을 보인답니다.

그렇게 떠밀려 나온 자리에는, 상견례의 주인공들은 없고

이영과 윤건. 

당사자들의 자식들만 덩그러니 앉아 있게 됩니다.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된다는 모친의 연락을 받고,

윤건과 이영은 주인공 없는 상견례를 치릅니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한 밀크티 같이 부드럽고 조용한 이미지의 남자.

햇빛에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 또한 이영의 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사람의 부친이라면. 

자신의 모친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양 부모님들의 신혼집은 윤건과 그의 아버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횡성의 펜션으로  결정되었고,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것은 윤건이,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이영이 맡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은 가야 했던 이영의 횡성행.

장마철의 폭우를 뚫고 도착한 윤건의 펜션에서 

이영은 비로 인해 발이 묶여버립니다.

 

1박2일간,

세상과 고립된 채 두 사람만이 있던 공간에서

이영과 윤건은 더없는 편안함을 느꼈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윤건과 이영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며칠 뒤, 

윤건은 이영의 집 앞에 서 있게 됩니다.

현관 문을 열자, 

윤건은 이영을 안고 집어삼킬듯한 키스를 퍼붓습니다.

 

첫인상의 부드러움이 아닌 강렬함으로 이영에게 불쑥 다가온 윤건.

"죽을 것 같아서...... 안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숨이 막혀 죽는 것보다는
쓰레기에 미친놈 되는 게 낫다 싶어서...... 그래서 왔어."

- 윤건

 

사실, 윤건은 이영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았던 풋풋했던 그때의 감정이 채 사그라들지 않고

다시 이영을 만나자 되살아난 것입니다.

 

양쪽 부모님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2주일.

윤건은 이영에게 딱 2주일 동안 자신에게 마음 한자락 허락해 달라 합니다.

 

풋사과 같은 열아홉.
체리 향을 품은 스물 아홉이 아니기에 더는 눈치 볼 거 없다.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 보기에 난 너무 익어 버린 홍시니까......

- 윤건

 

이제 윤건은 자신의 마지막이자 유일할 사랑이 다가왔을 직감하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직진합니다.

서른 아홉의 나이 만큼 신중해지고 겁이 많아진 그의 첫사랑.

이영에게.

 


다미레 작가님을 만난 첫 작품입니다.

제목에 우선 끌렸습니다.

서른아홉.

제 나이 언저리이기 때문이죠.

 

조심스럽고 어른스럽지만,

그러면서도 지지부진하지 않은 그들의 가까워짐은

풋풋하지도 간질간질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세월을 지내온 만큼의 배려가 있었고, 인내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참아내고 상대방을 살필 줄 알았던 윤건과

자신을 돌아보며 사랑뿐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신중해졌던 이영.

 

둘은 남은 시간이 아깝다는 듯 빙빙 돌려말하지 않았고,

상대방을 더 알고 싶은 욕심에 상대를 다치게 하지도 않습니다.

 

서른 아홉, 

저와 같은 나이인 이영은 이렇게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네요.

 

그에 비해 

사랑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섞여든 지금의 내 사랑은 

함께 지내온 시간만큼 조금은 무뎌지고 바래졌을지,

아니면 그들의 사랑만큼, 홍시처럼 완숙해져가는 과정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많은 것을 겪고 성장하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이 조금 부러워집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은 참 좋았지만,

곳곳에 보이는 과한(!) 표현은 몰입을 좀 힘들게 했습니다.

친구 감미옥의 찰지고 적나라한 대사들이 주는 웃음보다는 과함이라던가..

윤건과 이영의 감정을 묘사할 때 나오는, 분위기를 저해하는 표현들.

 

또 연하남이지만 대놓고 반말하는 윤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영까지 존대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유교걸이니까요! ㅎㅎㅎ)

 

그래도, 

돌고 돌아 만나게 된 과거의 인연,

어른스러운 연하 직진남 윤건과 상처 많지만 무심하고 세련된 여주 이영!

 

그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꼭꼭 씹어(!) 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ㅎㅎㅎ)

 

덧. 

이영의 유사가족, 똑똑한 아들 지유의 사랑이야기도 넘나 궁금해집니다!

작가님, 지유랑 지안이 이야기로 후속작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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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강태완

29세. 자수성가로 성공한 연예인. 모델 출신.

- 여주 : 나하연

29세. 유명한 모델. 태완을 위해 숨죽이고 살았던 여자.
- 출처 : 리디북스


사귄지 11년째 되던 기념일.
하연은 홀로 앉아 식어버린 밥상을 바라봅니다.
중간에 놓여진 케이크에는 촛불한번 붙이지 못했습니다.

하연이 기념일의 밤을 홀로 보내던 그 날,
태완의 스캔들이 인터넷 기사를 도배합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지만...

스캔들에 대한 진실을 캐던 기자를 피해 밤늦게
그녀의 집을 습관처럼 찾은 태완에게서,
스캔들에 대한 변명조차도 버거워 하는 그에게서..
더이상 그녀에게 오래 머물지 못하는 그의 시선에서.

오랜 연인이 바라는 성공을 위해 숨죽여 존재를 감췄던 그녀,
하연은 그들의 연애의 끝을 발견하게 됩니다.
애써 인지하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끝.

 

"...이제 헤어지자,태완아."
"......"
"그만해, 우리."
"...넌, 그럼 왜 헤어지려는 건데?
뭐, 사랑이 끝났다. 이런 말 할 거야?"
"지금도 사랑해"

"그런데, 대체 왜?"
.....
"내일도, 너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
"...그게 이유야."
-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中

더이상 그들의 사랑이 험한 꼴이 되기 전에
아름다운 모습으로라도 남기고자....
11년의 연애의 종식을 고하는 그녀와.

도무지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잘 지내왔던 우리가 이별을 하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가 없다는 남자.

두 사람의 헤어지는 이유.

18살,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29살, 첫사랑을 끝내려는 여자와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남자.


기댈 곳 없던 서로의 어린 날에
그늘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자 약속한 두 사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조금의 틈만 생겨도
그 틈으로 벌어진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벌어져 버리게 마련입니다.

이 작품,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의
두 사람도 그런 수순을 겪습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분명 몸은 살을 맞대고
입술로는 사랑을 속삭이지만
마음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 하연.
그의 성공에 자신은 걸림돌일지 모른다는 마음은
부채감이 되어 그에게 솔직하지 못하게 되었고,
하연은 둘이 있어서 더욱 외롭습니다.

태완 역시,
그에게 지워졌던 삶의 무게에 더해
사랑하는 이를 번듯하게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에
하연과의 연애가 버겁습니다.
그를 붙잡아 주었던 사랑은 무거운 책임이 되고,
자신의 연인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져버린 태완.

둘의 사랑은  그렇게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멀어져가는 연인을 차마 더 볼 수 없어
결국 먼저 용기를 내었던 하연...
그 용기는 이별이었습니다.

11년을 함께한 두사람이기에.
태완은 그녀의 이별의 말이 흘러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숱하게 말을 골랐을지를 알기에
선뜻 그녀의 이별에 반박하지 못합니다.

그 쓸쓸한 이별의 과정과,
찬란히 아름다웠던 그들의 처음이 대비되어
이별에 대한 아픔이 더욱 선명히 느껴졌습니다.

그들의 주변인들이 그들에게 해주는 말들도
하나같이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천천히 노트에 필사해서 고이 간직하고 싶은 글귀들이었어요.

어디서 들었는데,
사랑은 유리같은 거래.
제 기능을 하려면 끊임없이
관리를 해줘야 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런데 그러다 깨지면
끝이라는 거.

-지윤

하연과 태완은
서로가 있는 한

큰 노력 없이도 그들의 사랑이

늘 반짝거릴거라고 믿었고,

성공하고 싶어서 앞만 보고 달렸더니
내 주머니에 있던

마누라, 딸자식, 아들자식을 다 떨어뜨렸어.
어느 길바닥에 떨어뜨린 건지 몰라서 주우러 갈 수도 없어.
설령 안다고 해도 그 귀한 걸
다른 놈들이 버젓이 뒀을리가 없지.
진즉에 다 데려가 버렸지.
...
인생에서 전력 질주라는 건 그런 거야.
그 하나 빼고 다 놓치겠다는 거.
-재원

무엇을 위한 성공인지 방향을 잃은 노력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사랑을 완전히 잃기 전에

용기내어 멈춰 섰던 하연덕분에,

그리고 

그 하연을 끝까지 놓지않고 치열히 고민했던 태완 덕분에

그들의 연애는 다시 제 방향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사랑에 서툴었던 그들이 설령 다시 길을 잃더라도

더욱 여물고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들만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타성에 젖은 관성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던.. 

 

아련한 봄날과 첫사랑,

쓸쓸한 가을과 이별.

 

그 극명한 간극만큼이나

건조한 문체로 담담히 서술된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아름답게 사랑했던 그들의 이별이 더욱 슬펐고

더욱 단단해진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종종 읽고 싶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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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김이듬(18~)

잘생기고, 허우대 좋고, 인품마저 훌륭한 미대 훈남.

김이듬은 이 시대의 차가운 철벽남답게 어제도, 오늘도 철옹성을 쌓고 또 쌓는다. 

- 여주 : 윤강(21~)

예쁘고, 학벌 좋고, 돈 많고, 시간까지 많은 완벽한 그녀, 윤강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

그건 죽도록 원하는 그 남자, 김이듬 뿐이다. 

- 발췌 : 블루블랑루주 표지中

 

■연작 : 오, 담에 핀 꽃 / 여름의 캐럴

오, 담에 핀 꽃 리뷰 ↓

https://lunasea-daily.tistory.com/93

 

[로맨스소설] 오,담에 핀 꽃/박영/종이책

- 남주 : 오윤. 21세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모델로 데뷔, 한국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모델이자 유명 브랜드들의 뮤즈로 칭송받는 남자. 만인의 연인. 자신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해 한

lunasea-daily.tistory.com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다! 다 갚아 줄 거야! 다 필요없어!"

남친과의 이별도 모자라 임자있는 남자를 유혹했다는 원망을 들은 강은

동네 공원 벤치에서 하염없이 울어 버리고 맙니다.

"다 울었어요?"

옆에서 열심히 그림그리던 교복입은 녀석이 건넨 말에 들어가버린 눈물.

손수건이 없다며 자신의 가디건을 내민 잘생긴 그녀석, 김이듬은

다음 만남에 가디건을 돌려달라며 강에게 다음을 기약합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두 사람. 

1년이 지나도록 이듬이 구애를 하고,

강은 밀어내는 일상은 설레고, 또 달콤합니다.

밀어내는 쪽도 싫지는 않기 때문이죠.

"누난 어떻게 해야 나한테 반해요?"
"나, 나는 원래 좀 지켜보다가 빠지는 편이야."
"그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데?"
"좀 더 커서 오든가! 지금은 어림도 없어."

-블루블랑루주 中

단지 걸리는 것은 이듬의 나이와 고3이라는 상황 뿐.

 

너 언제 다 크니. 

 

강의 한숨은 깊어져 갑니다.

 

이듬이 수능을 보던 날, 

이듬은 응원 나온 강을 끌어안고 고백을 하며

첫 입맞춤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섭니다.

이제 나이도, 상황도 거릴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강은, 

이듬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강도 이듬도 이 입맞춤을 끝으로

둘의 긴 이별이 시작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집안 사정과 혼란스러운 상황에 

강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던 이듬은, 

수능이 끝나고 자신을 기다리던 강을 밀어냅니다.

 

미안해요. 생각해 봤는데, 아닌 것 같아요. 

아침 일은 실수였어요. 잊어 주세요. 잘 지내요.

 

일방적인 통보. 

강은 이듬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매달리게 되고, 

이듬은 그런 강과의 연애를 시작합니다.

 

 

이듬은 자신의 상황을

강에게 솔직히 고백하고자 마음먹었지만

 

강을 찾아온 전 남친의 존재만으로도 무너졌던..

그녀의 곁에 서기에 초라했던 자신이 싫었던 그날, 

이듬은 최악의 방법으로 강을 떠납니다.

 

그렇게 둘은 인연이 아니라 여기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듬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입대를 했으며,

강은 괜찮은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재회한 둘.

강은 이제 이듬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 밀어붙인 것은 이듬이었으나,
두 번째 인연에 밀어붙이는 사람은 강이 됐다.

마치 바통터치하듯 주자가 바뀌었지만,
바통을 넘겨준 이는 쉬지 않고 달려 나가 
먼발치에서 앞서고 있었다.
강은 이듬의 등을 쫓으려고 신발 끈을 단단히 묶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전력 질주가 시작됐다.

- 블루블랑루주 中

 

재회한 강에게 어마어마한 철벽을 쳐대는 이듬.

그런 이듬을 놓칠 수 없다며 쫓아가는 강.

 

이제 강은 더이상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싶지 않습니다.

감추고 아끼다가 결국 사랑만 잃었으니까요.

 

저만치 멀어져 보이는 이듬을 강은 잡을 수 있을까요??


"이듬아, 너 평화주의자니?"

"뭐. 왜요, 또."

"나는 전쟁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난 너만 보면 평화로운데."

 

강의 되도 않는 플러팅을 보면서 정말 피식피식 웃었던 작품입니다.

싸한 반응을 보이는 이듬의 옆에서

한치 흐트러짐 없이 작업에 작업을 거듭하는 강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했습니다.

 

연하남, 오윤이 5살 연상의 담을 쫓아다녔던

오, 담에 핀 꽃과는 남녀의 상황이 정 반대인거죠.

 

어린시절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온 윤이

친구의 누나인 담만을 바라보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듯, 

 

어려워진 집안 사정으로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며

사랑은 사치라고 여기는 이듬에게,

강은 그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이듬 또한 강이 싫은 것은 아니고

자신의 상황 때문에 강을 내치는 것 뿐인지라,

어딘지 허술한 철벽을 칩니다.

거의 절대적으로 이듬바라기만 하는 강을 보면서..

 

솔직히 강이 니가 뭐가 부족해서!!

차라리 정혼자 공팀장을 만나라!!!

라고 외치시던 강이 아버지에 격공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철벽치려면 제대로 치지 꼭 여지를 남기는 김이듬이

정말 이때는 좀 별로였거든요.

강이 이듬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도록 여지를 주는 게 

꼭 어장관리하는 느낌이라서요. 

 

사람의 소중함도 잘 알고 있고,

제 사람을 챙길 줄 알고

자신이 남보다 많이 가진 것을

애써 감추거나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순수한 재벌가의 아가씨인 윤강. 

 

이 구김살없이 잘 자란 아가씨가 

매력적이고 제법 번듯한, 어느정도 야망까지 있는

공유준이라는 부모가 정해준 정혼상대하고 잘 만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 아닌가.. 싶을 즈음, 

 

남주 이듬이 정신을 차립니다. 

 

그간 쳐냈던 철벽아닌 철벽을 깡그리 때려부수고

강에게 직진, 오직 직진을 합니다!

 

그냥 무작정 달려드는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신중히 한발씩 내딛는 이듬을 보면서,

아니 혈기왕성한 젊은 놈이 저럴 일인가.. 했습니다만.

 

무엇도 단언할 수 없고 무엇도 약속해줄 수 없었던 

가진 것 없는 자신의 빈손으로 다 가지고 있는 강을 잡는다는 것이,

그의 처지로 그녀를 끌어내리게 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겠죠.

 

세상 좋은 것은 다 강에게 주고 싶었던 이듬이었으니까요.

 

사실 연하남의 자격지심이 이렇게 건전하게 승화되어

그를 성공으로 이끌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그걸 해내고 마는 이듬이 정말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강을 절절히 원했기에 가능했던 것이겠죠.

이 얼마나 올바른 젊은이인지..!! 

 

조금 판타지스러운 이듬의 성공이긴하지만..

이 부잣집의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남자 보는 눈이 매우 있던 걸로

판명이 났네요.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사랑을 위해 사노라고 말하며 한없는 사랑을 쏟아붓는 강.

 

그녀 못지 않게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에 그녀가 상처입을까봐 다가서지 못했던 이듬.

 

돌고 돌며, 쫓고 쫓겼던 두 사람의 연애는 이제

더이상 헤매지 않을 겁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둘의 외전이나 후일담이 너무 보고싶은데

그게 없네요 ㅠㅠ

 


 

블루 블랑 루주.

 

이 책의 제목.

 

붓을 드는 사람답게, 

이듬은 둘만 알고 있는 풍경을 담은 세개의 그림으로

강에게 사랑을 표현합니다.

 

블루.

푸른 빛이 감도는 밤과.

블랑.

눈부시게 밝고 맑은 새벽.

루주.

오늘이 막 내려앉은 오후의 풍경.  

반복되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듬의 하루 속에는 빠짐없이 강이 있노라고.

(작가님 후기 발췌)

 

제목조차도 낭만적인 블루 블랑 루주였습니다♡

 

이번 리뷰도 어김없이 연하 찬양(?) 대목으로 마무리합니다. 

 

"너 연하 좋아하지?"
이설이 물었다.
"연하? 환장하지."
"내 동생 만나볼래? 이제 너랑 가족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블루블랑루주 中

 

덧.

어김없이 등장한 도준과 도담 남매,

그리고 여전히 담이 밖에 모르는 우리 오서방!

그 커플들 사이에서 고통받는 친구 소라..

정말 반가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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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오윤. 21세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모델로 데뷔,

한국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모델이자 유명 브랜드들의 뮤즈로 칭송받는 남자. 만인의 연인.

자신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 여주 : 도담. 26세 

의상학과에 재학 중인 과제에 치여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대학생. 

동생 도준의 친구이자 어린 시절 돌봤던 아이, 오윤이 갑자기 등장해서 인생이 복잡해졌다.

자신을 첫 사랑이라 부르며 직진하는 그녀석 때문에.

 

- 남조(??) : 도준. 21세

오윤의 소꿉친구이자 유일한 친구. 치킨 매니아.

그를 함락시키려면 치킨집 번호를 외워라.

오서방, 오기꾼, 매형...등등 친구를 자유자재로 부르며 친누나 담을 볼모로 치킨을 뜯어내기 바쁘다. 

말은 툴툴대고 짜증내지만 누구보다 담과 윤을 사랑하는 남자. 

■ 연작

블루블랑루주(여주 담의 친구 강의 이야기)

여름의 캐럴(여주 담의 동생 준의 이야기)


ㅡ 윤. 9살.

"누나! 편지해야 해!! 전화 번호 꼭 알려 줘!"

 

사랑하는 두 사람, 담이 누나와 준이 이사 가던 날. 

윤은 자신을 떠나는 이삿짐 차를 따라 뛰어 가며 목청껏 외칩니다.

딱지놀이에서 맨날 지는 준이를 위해서 따온 왕딱지를 준이에게 쥐어줬지만,

윤의 첫사랑, 담에게는 어떤 것도 줄 수가 없습니다.

5살 연상의 담에게는 자신의 모든 게 시시할 것만 같아서..

그런 윤에게, 담은 말합니다. 

 

"멋진 걸 줄 필요가 뭐가 있어.

우리 윤이가 제일 멋진데. 

씩씩하게 잘 지내 주기만 하면 돼."

 

9살에 겪은 생에 첫 이별,

윤은 다음 번에 만나게 되면,

그녀, 담에게 제 가진 것 중 가장 멋진 것을 주겠다 다짐합니다.

.

.

.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뜸해진 연락.

어린 날의 약속은 힘이 없습니다.

 

담에게 14살, 어린 나이에 만났던 그 예쁜 꼬맹이는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저 어린 날의 추억이 되어버립니다. 

 

ㅡ 윤. 21살.

"윤이 왔어요. 누나."

 

이 문을 열면 그토록 그리던 담이 누나가 있습니다.

12년 만의 재회.

 

"선물은 나야.
누나가 예전에 내가 제일 멋지다고 했거든."

"제가요?"
"나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누나, 가져."

- 오, 담에 핀 꽃 中

 

담은 이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자신과 준의 집에 쳐들어와

무슨 말을 하는 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동생 도준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며,

그제야 이 남자가 그 어린 시절의 꼬맹이, 윤이 인 것을 알게 됩니다.

반가워하는 담에게 윤은 다정히 인사합니다.

 

"누나, 안녕."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기다리고 참아왔는지..

 

힘이 없어서 놓쳤던 어린 날의 자신과는 다릅니다.

이 사랑을 이젠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윤은 그렇게 제게 오래도록 뿌리내려 자신를 지켜줬던 꽃,

담에게 직진합니다.


ㅡ 담. 26살.

종종 연락되던 연락이 끊겨도 아쉽지 않았던 사이.

동생친구. 

지금은 멀기만 한 톱모델, 모델 오. 

 

현생살기도 버거운 담에게 자꾸 다가오는 윤은 

담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별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윤이 자신의 곁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며

그녀의 애정을 갈구하는 게 자꾸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누나, 우리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누나야, 멀어지지 마.

가지 마, 누나. 나는 누나만 있으면 돼. 

 

자꾸만 자신을 홀리려는 듯한 말을 내뱉으며

자신만을 올곧게 바라보는 윤.

담은 윤에게 선을 긋는 것도 힘에 부치기만 합니다.

 

한 때의 치기, 다시 만난 첫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만 치부해왔던 윤의 마음이 자꾸만 진심인 것 같습니다.

 

농담처럼, 장난처럼 자신에게 구애하던 윤이 해온 진지한 고백은 

담에게 크나큰 고민을 안겨주게 됩니다.

 

 


연하물, 연예인이 나오는 작품은 불호에 가까운 저에게

사전 정보 없이 펼쳐 든 이 책은

초반 부분은 조금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초반을 극복하고 나니 역시나, 술술 읽히게 되었습니다.

박영님이니까요!!

 

일단 공인인 윤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일반인인 담에게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것이

조금 민폐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껴졌었는데요.

 

담과 헤어지고 나서 윤이 겪었던,

그 지난 날의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 인식하고 따르게 되는 새끼 오리와 같이

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전한 애정을 나눠준 존재가 담이었기 때문에,

윤에게는 담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 

행복했던 시간 역시 담과 함께 했던 그때였으니까요. 

 

그가 타인을 신경 쓸 새 없이,

담에게 그토록 직진 했던 것은 어쩌면 살기위한,

필사적인 그 무엇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윤이 건넨 애정에 쳐댔던

담의 철벽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요.

 

현실적으로 동네 친한 동생이었다가, 

갑자기 불쑥 커져서 나타난

(그것도 엄청 잘생기고 능력치 만렙인 모델!!) 

이 남자가 자신에게 퍼붓는 일방적인,

어찌보면 절대적이기까지 한 그 거대한 애정을 

어떻게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 의심은 윤의 애정이 아니라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바래지게 되는 애정만 경험했던 담은

윤과의 관계가 그렇게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너무 소중해서 연애의 종료 따위로 잃고 싶지 않은 존재..

담에게 윤은 그런 존재였으니까요.

 

내가 담이라면...

담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철벽을 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이 시종일관 내비치는 절대적인 애정.

 

그 애정이 거두어질 때의 공포는

아무것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없고

어디서도 대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 애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데는

그와 상응하는 애정을 가지지 않는 다음에야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애정을 받는 담은 그 애정에 우쭐해 하지 않고,

그렇게 될 자신을 경계하며

신중히 한발한발 윤을 향해 내딛습니다.

 

조금 헤매고 돌아갔지만,

사랑받고 자란 담은 상처입은 9살 어린이로 멈춰버린

윤의 내면을 보듬을 줄 아는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9살 윤을 괴롭혔던 동네 형들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담은 21살의 윤을 괴롭히는 것들에 함께 맞서줍니다.

 

든든한 나의 편, 나의 사람.

 

그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윤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이었을까요.

 


담을 생각하며, 담이 자신에게 준 그 애정을 곱씹으며

힘든 상황에도 잘 자라준 기특한 윤.

 

그럼에도 담이 기어코 내어준 애정을 행여나 거두어 갈까봐 

자신의 상처는 꽁꽁 감싸매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던 안쓰러운 윤.

 

말에는 씨가 있다고, 좋은 씨만 담에게 주고 싶다던 윤. 

 

미안할 때면 잘못했어요, 라고 말하던..

미안해의 공허함을 잘 알고 잘못을 빌고마는 윤. 

 

담이 제게 주었던 사소하지만 절실했던 그 어린날의 애정을

필요한 이들에게 되돌려 줄 줄 아는 윤. 

 

윤의 가슴 속에서 담이라는 꽃이 피어났듯, 

예쁜 것만 주고 가꾸어..

기어이 피워내고야 만 담의 꽃, 오윤.

 

꽃과 같이 어여쁜 청춘,

윤과 담이 이제는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예쁜 사람들과 예쁜 말들이 가득했던

오, 담에 핀 꽃이었습니다.

 

지은이 박영님이 불호키워드에 연하남을 넣은 제게 하신 것 같은 

구절 하나 인용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연하는 취향이 아니라던 소라에게 한 소리 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황홀한 걸 모르고 살다니 친구가 가여웠다.
잠들기 전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좋은 건 전하고 싶은 법이니까.
소라야,
이런게 연하의 매력이란다.

- 오, 담에 핀 꽃 中

 

그래요 작가님, 

제가 그 황홀한 걸 모르고 살았네요.

너무 늦게 알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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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주인공 : 양사언

몰락한 세도가의 장남, 아우만 줄줄이 여섯, 무심남, 차가운 시골 남자, 그러나 내 가족에게는 따뜻하겠지


* 여자 주인공 : 이화

고려판 백설 공주, 계모인 왕비의 마수를 피해 도망쳐 차가운 시골 남자에게 빌붙음,

현명하고 다정하나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 절찬리 구박 받는 중

- 리디북스 발췌...지만 왠지 성의없는 이 느낌은 뭐죠???


때는 11세기 초, 고려, 영종 24년.

아우 명이 태어나기 전까지 단 하나뿐인 금상의 금지옥엽이었던 이화는 궁성에서의 탈출을 결심합니다.

명을 낳은 계모 홍비가 자신의 음식에 독을 타 서서히 죽이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 그 이유.

 

이화는 왕인 아비에게도 읍소해보았지만 이미 성상의 눈이 가리워진 상황에 실망만 하게 됩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막막한 현실에 그저 살아남고자 스승으로 모셨던 예부시랑의 조언대로,

해주에 사는 양가 사언을 찾아 홀로 먼길을 떠납니다.

이화가 8일에 걸쳐서 걸어걸어 간 해주..

귀하게 궁 안에서 꽃처럼 자란 이화였기에, 짧은 거리였지만 여정은 고달팠습니다.

길을 잃고, 지녔던 패물은 도둑맞았으며, 제대로 잘 곳을 찾지 못해 쉬지 못한 채로 도달한 해주.

 

"드디어, 공자님을 찾게 되어, 긴장이......"
"정말, 정말 어렵게 온 것이거든요....... 제가 진짜, 여기까지, 막....."

 

그간의 서러움을 내비치며 예부시랑의 편지를 사언에게 내보이지만,

사언은 서찰을 읽지도 않고 이화를 거부합니다.

 

"공자. 저는 해주까지 여드레를 꼬박 걸어왔습니다."

"그것은 아까 이미 말씀하시었습니다."

"양사언이 여기제 있다는 것, 양사언에게 의탁할 수있다는 것, 

그것 두 가지를 믿고요."

"대화가 어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아니라 스승님의 약조임을 재차 알려 드리겠습니다."

 

의도 예도, 충도 어디 갖다 버렸는지 스승님의 장담하고는 퍽 달랐던 사언의 첫인상.

이화는 실망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당장 잘 곳도 없는 상황인 지금, 동앗줄은 사언밖에 없습니다. 

 

"양사언. 난 죽어도 못 가요."

 

아래로 여섯 아우를 건사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사언의 인생에 불현듯 끼어든 군식구 이화.

먼 길을 온 이화를 차마 내칠 수 없어 들였던 하루동안 이화의 뒤를 졸졸 따르게 된 동생들을 보며, 

언제 봤다고 사언의 동생들을 여상히 부르는 그 다디단 이화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언은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이래서는 화도 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이화와 양가 칠남매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벚꽃에 점점이 꽃망울이 매달린 그 봄날의 해주,

커다란 벛나무가 있는 소담한 기와집에서 말이죠.

 


이 이야기에서 양가의 7남매는 톡톡히 그 역할을 다합니다.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적인 남매들! 

작가님의 후기에서 모티브를 백설공주에서 가져오셨다고 했는데 그에 딱 맞는 사랑스러운 양가 남매들이었습니다.

<양가의 7남매>

1. 장남 - 양사언 : 20세
2. 차남 - 양낙언 : 16세
3. 삼남 - 양재언 : 14세 (쌍둥이)
4. 사녀 - 양재령 : 14세 (쌍둥이)
5. 오남 - 양승언 : 12세
6. 육녀 - 양화령 : 9세
7. 칠남 - 양오언 : 6세

이화 - 18세

- 첫 만남 기준. 

위의 표만 봐도 사언이 왜 이화의 더부살이를 거부했는지 납득이 갑니다. ^^

줄줄이 딸린 여섯 동생들.. ㅠㅠ 

 

개경에서의 이부시랑의 자제로서의 번듯했던 삶도 한순간,

추문에 휩쓸려 죽임을 당한 아비와 뒤따르듯 따라간 어미를 대신해

사언과 낙언의 수입만으로 꾸려오던 7남매의 빈한한 삶은 사언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아비의 잘못으로 인해 장원급제하고도 출사길이 막혀버려 주저앉게 된 현실.

 

불현듯 찾아온 이화에게 낯선 감정이 들 때마다 

사언은 자신과 이화의 신분을 생각하게 되고, 

펴보지도 못한 자신의 성취가, 과거의 영화가 아쉬워져만 갑니다. 

 

그가 개경의 번듯한 가문의 자제로서 이화를 만났다면,

이화를 원하게 된 그의 욕심이 그리도 비참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도도한 왕녀로서 살아왔지만,

군식구에 더부살이로서의 처지를 잘 알아 처신하고

사언의 채 펴지 못한 문재를 알아주고 제 일처럼 안타까워 하는 이화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그와 대등히 시문을 이어짓고, 여염집 여인과는 다르게 함께 경전을 논하고 

그에 그녀만의 사견을 덧붙일 수 있는 명석함을 가진 그녀가 사언은 진정으로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욕심은 현실에서의 비참함을 일깨울 뿐. 

곧 자신을 떠날 이화에 대한 마음을 사언은 내리 누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사언을 이끌었던 것은 이화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끌려가는 삶을 살던 이화는 사언을 만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고,

양가의 남매들을 마음에 담았고, 사언을 마음에 담게 됩니다. 

그런 이화는 그녀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은 채 사언에게 직진합니다!

 

그런 사랑스러운 그녀 앞에서 그가 세운 철벽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린 것은 당연지사,

그 뒤로는 이화의 모든 것을 욕심내고 동생에게조차도 질투를 하고마는 욕심 많은 남자가 됩니다. 

 

멀끔한 낯으로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으며 질투를 해대는 사언이 어찌나 뻔뻔하던지..

언제 이화를 밀어냈냐는 듯 스승님과 외숙에게 이화에 대한 처우에 대해 타박을 해대며 

이화를 싸고도는 태세전환 빠른 남주..!!

금지옥엽 애지중지 기른 딸을 낼름 한입에 털어먹었다고 왕에게 얻어터져도

이화만 가질 수 있다면 그저 실실 웃는 남주. 

 

이런 남주 정말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줄줄이 딸린 여섯 동생..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이런 남주라면 한번쯤 살아 보고 싶은, 그런 고려 최고 뇌섹남 양사언!

 

남자라면 응당 사지가 뒤틀려도 오입질은 하지 않냐며 

당찬 도발을 할 줄 아는 파워 직진녀 이화!!!

 

앵화(=벚꽃)가 피는 지금 같은 봄날에 어울리는,

간질간질한,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덧. 

서브남으로 등장한 이화의 오래된 정혼자, 이헌은 집착, 후회남이었는데요. 

이쪽의 서사도 조금은 응원하게 되었던..

서브남으로 치부하기엔 다크한 매력이 있었던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ㅎㅎ 

피폐물 주인공재질 충만한 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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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을 간직한 그녀, 이자온.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

틈틈이 글을 쓰며 밤낮 가리지 않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왼쪽 가운뎃 손가락의 반짝이는 반지는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이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내는 광고계의 미다스, 최운.

'비 오는 날의 초대'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

불운한 천재 만화가였던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추억으로만 남았던 그 집에 자온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제안을 한다.

 

◆ 슈트핏마저 완벽한 잘나가는 전문 변호사, 지건영.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여자 친구의 절친이었고, 그 다음엔 동창의 애인이었고, 마지막엔 사랑하게 된 자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만 관계.

그는 지독한 인연이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뒷표지 발췌.


"나 한 시간만 잘 테니까 해장국 좀 끓여 주라."
"나한테 왜 이래요?"
"밥값 낼게. 잔다."
...
"이렇게 오는 거 다신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나는 무작정 너에게 들이닥쳐 해장국을 요구해도 되는 그런 사이야.

건영은 그렇게라도 자온의 식어버린 마음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다소 무례하지만 그만의 방식입니다.

 

치기어렸던 20대,

자온의 친구와 사귀고 그 연애의 기승전결을 자온에게 모두 보여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창까지 소개시켜준 건영.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제는 도무지 어떤 관계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와 자온의 관계..

건영은 어떤 형태로든 자온의 인생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온은 첫사랑이었던 그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한끼를 차려냅니다.

그러나 그뿐.

그가 식사를 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습니다. 

건영은 다만 식사를 차려내고 들어가버린 자온의 방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자신과 마주보며 식탁에 앉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였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니가 하고 싶은 연애는 어떤 건데?"

"......감정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는 사랑.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보고 베낀 것처럼 닮은 모녀의 첫사랑.

 

엄마는 첫사랑에 성공했지만 불행했고, 자온은 지리멸렬한 첫사랑에 끌려다닙니다.

자온이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자온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혼까지 갔던 남자와도 파혼하고 이후 만난 남자에게도 자신의 자식같은 시나리오를 빼앗겨 버리고..

그녀의 마음은 무심했던 건영에게 이미 짓밟히고 무시당한 지 오래인데..

남자에 치일대로 치인 자온에게 이제와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이 남자, 건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결혼 한 척 하려 왼손 중지에 끼운 반지로 자신을 방어하며 헌책방, 술집 알바를 전전하던 자온.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신기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 발 앞서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늘 뻔한 눈빛으로 빤한 말만 해대는 남자들과는 달랐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최운. 

헌책방 주인의 지인이었던 남자는 자온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몇번 보지 않았지만 자온에게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온이 싸온 음식의 레시피를 궁금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남자.

 

그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온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합니다.

 

"4주만, 한달도 아니고 딱 4주만. 저 옥탑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뭐랄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겐 너무 과분한 가사 같지만 부러웠어요."
"뭐가요? 모차르트? 왕자?"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 이 여자 뭐지? 
.
.
"제가 그쪽 이름을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두 글자 최 씨에, 완 아니면 운이었던 것 같은데."
"최운이에요."
"혹시 운이 좋으라고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어떤 완벽함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최고로 운 좋은 남자" 가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최운.

 

그의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여자가 있습니다. 

 

지인의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바지런한 품성으로 헌책방을 쓸고닦던 여자.

그녀의 점심으로 싸온 음식을 그에게도 선뜻 내어주는 여자.

 

그녀만의 삼단 주먹밥, 샌드위치.

그녀만의 커피 레시피.

그녀가 추천했던 스텐 진공컵.

 

함께 헌책방에서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은 점점 유부녀인 그녀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이렇게 절대로 이 여자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런 그녀가 제안한 4주간의 동거아닌 동거.

최운씨는 안무섭다고 말갛게 웃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녀가 이사가버리면 영영 인연은 끊기게 되는건데, 

운은 그것은 그것 대로 싫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그녀가 있는 생활.

그저 호감이었던 감정이 그녀와 함께 할수록 몸집을 불려만 갑니다.

그녀의 본 적 없는 남편을 질투하면서.. 

 

한 번도 여자를 소유의 상대로 여겨 본 기억이 없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한 적도 없다. 
정 붙이는 게 두려워 애완 동물조차 기르지 않는 그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2권 中

 

짧은 4주간의 동거가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로 더 짧아지는 순간, 

그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자온."

"미쳤다고 해도 좋은데.......한 번만 안아 보자."


이 작품의 키워드는 "영화" 와 "음식"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행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배가 됩니다.

 

팟캐스트에서 운과 두겸이 나누던 영화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 묻어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또 운과 자온이 함께한 음식에는 그들의 염려와 따뜻함,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운과 자온은 동거아닌 동거하는 내내 서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와 그녀를 위한 음식을 해서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차려내는 밥상.

그 위로 오가는 큰 의미 없지만 온기어린 대화들.

그리고 배불리 먹고나서 편안한 자세로 보는 영화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온과 운은 운의 집에서 보내는 식사와 시간들로

마음과 육체에 살이 오르고 보기 좋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자온이 건영에게, 그리고 자온의 엄마가 자온의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서로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의 표현으로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엄수하기 위해 서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시절 음식들을 먹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절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은

이미 그들의 미래에 서로를 넣어두고 있었음을 둘만 몰랐네요.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어른들의 연애는

이렇게 사소한 거짓말로도 오해가 쌓이고,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둘을 다시 만나게 했고, 

결국은 그 둘이 바라 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자온이 바라던 모든 걸 다 퍼붓는 사랑. 

운이 바라던 온전한 가족.

 

이들이 일구어낸 운명은

서로를 위해 차린 음식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을겁니다. 

 

이 작품에는 죽일 듯이 미운 악역도 비련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어느 곳이든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있을 법한 사람들.

적당히 속물적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

가끔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찌어찌 사랑하는 이와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온이네 친가는 제외... 그렇지만 그들도 어딘가 존재할법한 시짜들이었죠. ^^)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능글맞아지고 좀더 유치해진 운과, 

속마음 하나 드러내지 않던 무심했던 자온이 종알종알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것을 느끼며,

1권에서 무감했고 냉소적이었던 자온과 운이 다시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네요^^

 

종이책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깊이 음미하고 싶은 표현도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고,

팟캐스트 '비오는 날의 초대'에서 두겸이랑 운이 나누는 대화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외전은 이북으로만 있어서 외전만 이북으로 봤는데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잘 해먹고 사는 둘, 아니 셋이었습니다.

 

덧.

본편 최고의 사이다 장면하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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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남주 : 이준혁 - 지수와 이혼한 후 하루하루를 후회로 살아가던 남자. 8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지수의 마음을 다시 얻고자 노력한다.

여주 : 김지수 - 전남편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다 불치병으로 아이를 잃고 만다. 겨우 취업한 회사에서 전남편을 상사로 마주친다.


Review

커뮤니티의 후회남 소설 리스트에서 본 소설이라 후회남 처돌이인 나는 무조건 결제를 했다죠.

단권이고,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가볍게 읽고자 구매했습니다.  (무려 2천원!)

 

두 사람은 치기어린 20대 초반에 불같은 사랑을 합니다.

무려 남주가 군대가기 전 여주는 아기를 가지게 되고, 그렇게 둘만의 혼인신고를 올리고 맙니다. 

여기서 십몇년 더 산 으른의 입장에서 등짝 스매싱 몇대 날리고 싶은 맘..ㅠㅠ

 

군대에 가서 휴가때 밖에 볼 수 없는 준혁를 준혁의 자취방에서 기다리며

(심지어는 전화통화도 본가먼저, 남는 시간에 지수..어휴! ㅠㅠ)

지수의 집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손녀를 키워주셨던 상황이라 할머니 걱정 하실까봐 기대지 못하고,

정혁의 집은 대기업의 부회장인 아버지를 둔 부잣집인지라 배경없고 볼 것도 없는 지수를 무시하며 시집살이를 시킵니다.

지수는 그 모든걸 혼자서 감내하면서 정혁의 제대를 기다리다가 결국 스트레스로 아기를 유산합니다.

하나 있던 정혁과의 연결고리인 아기를 읽은 지수는 지칠대로 지쳐

결국 자기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정혁에게 이별을 고하고 이혼합니다.

 

이혼 후 8년 뒤, 팀장과 사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중간에 시가의 농간(!!)으로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고

오해를 풀고 서로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지만,

그 모든 걸 다시 시작할 때 생기는 아픔과 고통을 지수는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수도 힘들었지만 정혁은 자기때문에 본인 가족에게서 등돌리는 거니까요.

정혁은 물론 모든 걸 다시 되돌리고 싶어하고요.

 

지수의 갈피를 못잡는 마음, 죽은 아이를 그리면서도 전남편을 못놓는 그 길잃은 감정들이

처음에는 8년이나 지났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의아했지만

8년간 붙잡고 곱씹으면서 놓지 않고 있던 아이가 있었으니

결국 지수의 마음은 현재진행형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역시 둘 사이의 아이가 있으면 참 인연이 질겨지는거같아요 ㅠㅠ

 

작품이 1인칭, 지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약간 일기 같은 느낌도 들고

지수 의식의 흐름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정혁의 감정이 오롯이 지수의 시점에서 진행되니까 잘 와닿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후회남의 행동이나 둘 사이의 관계가 현실적이라

주변에 있을법도 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읽기를 끝마칠 때는 묘한 여운이 생겼습니다.

 

재벌집의 자제로 온실 속 화초로만 자라왔던 정혁이 8년간의 헤어짐 동안 괴로워하면서

제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려 힘들게 노력했던 모습이라던가, 

지수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샀던 전원주택이 사실은 은행집이라(완전 극현실..ㅋㅋㅋ) 

아버지에게서 주어졌던 모든 것을 팽개치고 회사를 나와서 막노동을 해야하는 모습은

극 현실적이라 매우 대단한 능력남이 많았던 로설에서는 이질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재벌집 자제지만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가진것 없는 평범한 30대 초반의 남자의 모습이랄까.

워낙 제발 내돈좀 써줘. 제발 내 돈이라도 예뻐해줘 하던 후회남주가 많아서인지 이런 극현실주의 후회남 아주 신선했습니다. ㅋㅋㅋ

(음.. 그래도 차곡차곡 모은 돈에 대출끼고라도 땅사서 집을 지었으니 능력남은 능력남이라고 해야하나요 ㅋㅋㅋㅋ)

 


나의 한줄평

극 현실주의 후회남!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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