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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권무진

정원식품 본부장. 회장 아들. 무심한 건조남


- 여주 : 민서하

요식업 프랜차이즈 [코리안 푸드] 전략기획실장. 대표 회장 막내딸. 상처투성이 의지녀

- 출처 : 리디북스


- 그녀. 민서하.

두 재벌가 자제의 구태의연한 맞선자리.

 

서하는 몇 번째일지 모르는 이 맞선자리에 오늘도 먼저 나와 앉아있습니다.

"민서하 씨는 몇 번째 입니까?"

- 무진

무심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는 남자의 앞에서 말없이 일어서는 서하.

테이블을 짚고 몇 걸음을 떼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 빨리 가 주세요.
부탁드려요."

- 서하

자신의 결점인 다리의 장애를 내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웠지만

사랑없는, 비지니스뿐인 결혼 보다는 낫다 여긴 서하.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맞선, 이제 서로 그만 끝냅시다."
"합시다, 결혼."


- 무진

처음으로 서하의 장애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

권무진.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염려와 강권으로 시작한 이 맞선 행렬은

서하는 그렇게 무진과의 혼사로 끝이 나게 됩니다.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지만, 이왕이면,

그녀는 그래도 잘 살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한부의 아버지, 아버지가 일군 회사,

그리고 철없는 오빠.

무심한 남편.

휘청이는 서하의 걸음에 더욱 무게를 더하는 것들이었지만,

서하는 기꺼이 그녀 어깨의 짐을 감내하려 합니다. 

 

그러나, 겨우 스물일곱.

그저 가정을 꾸려 행복하고자 했던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 그. 권무진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혼시장에 나오게 된 무진.

 

무진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무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아버지는 절대적이었고,

무진은 어머니의 죄 아닌 죄를 대신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맞선도 지겨워 지던 차. 

사랑했던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았던 무진은,

다분히 충동적인 제안을 서하에게 건넵니다. 

 

결혼. 

 

그렇게 한 결혼에 성의가 있을리 없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도 살아있다는 자책감과

아버지의 폭언, 그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

무진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그의 아내 자리를 자신의 연인 대신 차지한 서하에게 애정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서하가 이 비지니스 결혼에 정성을 쏟는 것을 보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서하에게 제안합니다.

 

 

"기회를 주겠습니다. 혼인신고,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이 결혼,
무르고 싶으면 물러도 되는 기회 말입니다."

- 무진

 

무진은 자신과 결혼한 죄밖에 없는 서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자신의 고된 인생에서 서하를 빼내주고싶습니다.

그의 제안을 서하는 선뜻 수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상호 동의 하에 끝을 정한 결혼생활이 계속 될 수록

무진은 서하에 대한 감정을 동정이라 여기기 위해 애써보지만

자꾸만 이 여자가 눈에 밟힙니다.

그녀의 현명한 행동들이, 작은 배려가 자꾸만 맘에 걸립니다.

 


작가님의 후기에는 후회남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요의 후회남에 비하면 많이 순한맛의 남주였습니다.

 

오히려 상처남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로 

기구하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무진이었기에,

애정없는 결혼으로 서하를 외면했던 시간도 이해가 갔고,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나서 어떻게든 서하를 지키고자 했던 것 또한 

무진을 짠하게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이다(!)라 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이 

무진을 통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일까요?

 

부모의 정을 끊어내지 못해 결국 자멸을 계획할 정도로

착하고 여린 심성을 지닌 무진에 비해

서하는 신체가 불편할 뿐, 재벌가의 자제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아버지와 오빠를 대신해 회사의 수장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다 알고도 시댁의 악행을 눈감아 주는 아량까지..

연약할 지언 정말 똑부러진 여주였습니다. 

 

무진 또한 극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곧고 착한 그답게 자신과 부모의 업보까지 모두 청산하고 난 뒤,

빈손이 된 그가 택한 것은 서하였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무진이 한 선택도 이해가 갔습니다.

 

오히려 그가 서하의 곁에 남기로 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무능력(!)한 남주처럼 보이겠지만,

무진의 성격이라면 그가 애증으로 매여있던 아버지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아버지가 이룬 모든 것을 전부 흩어 버리고 

오롯이 자신 하나 만으로 서하에게 간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결심이 아니었을까요?

 

남편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혼자가 된 그를 가족으로 따스히 받아준 서하는 

그야말로 배포가 어마어마한 여장부임에 틀림없고 말이죠.

 

거기에 서하의 오빠인 준하가 점점 철이 들어가는 모습에,

후일담에 짤막한 준하의 연애담을 보면

어쩌면 무진보다도 더 잘 먹히는(!!!!)  재벌 남주가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신체는 조금 불편해졌지만,

교통 사고에서 살아남은 서하는

비슷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무진에게는 어쩌면

기적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살아 남아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조금 심심했지만,

올곧고 착해서 상처가 많았던 짠했던 남주 무진과

그 무진을 사랑으로 감싸 안은 서하의 이야기,

 

잔잔한 여운이 있던 그런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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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지수혁

 T그룹의 후계자. 그에게는 사랑스러운 연인이 따로 있고, 결혼은 일생일대의 비즈니스 일 뿐이라고 여긴다. 

사랑 따로, 결혼 따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잘난 남자. 

 

- 여주 : 김유민

W무역 회장의 금지옥엽. 젊은 화가로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고 있다. 

꽤나 사교적일 때도 있지만, 자세히 지켜보면  보통 사람과는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인다. 


※ 다수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미온의 연인>

- 수혁시점-

"솔직하게 말하지.
나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 있어.
당신과 결혼한다고 해도 정리할 생각 없고.
그럴 필요도 못 느껴.
똑똑한 여자라면 무슨 말이지 알겠지?
난 이 결혼에서
사업적인 의미 이상은 찾지 않을 거야."
.....
"그 말은 이 결혼에 '감정'이
없을 거라는 말인가요?"

- 수혁/유민

 

정략결혼임을 분명히 밝힌 첫만남.

그 여자의 첫인상은 세상 물정 모르는 화초류였다.

이 결혼에 애정따위는 한톨도 없을 거라는 나의 말에 

그 고고한 자존심을 상해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고조된 음성으로 물어왔다.

 

이 결혼에 감정이 없을 거라는 내 말에 

망설임없이 동의하는 여자. 

생각보다 결혼이라는 사업이 꽤 수월할 것 같다.

 

몇 번의 기묘한 느낌을 주는 그 여자와의 만남 후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고,

그 후에도 나는 변함없는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

여자는 동거인, 룸메이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고,

나의 연인은 조금 우울했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함께 하고 있다.

 

그 여자를 조금이나마 의식했던 건

.. 그래, 냉장고였다. 

그 빌어먹게 집요하리만치 정돈된 그 냉장고! 

 

여자는 냉장고에 관한 까칠함을 제외하면
그에게 아내가 있는 삶의 편리함을
완벽히 제공해 주었다.
집 안에서의 식사도 그랬지만, 
매일 그녀가 싸 주는 도시락 때문에
그는 이제 회사, 혹은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 미온의 연인 中

 

그리고... 음식!!

밥에다 뭐 탄거처럼 왜 이여자의 음식이 맛있는거지??

다른 음식은 입에도 못댈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묘한 이 여자와의 신경전은

항상 내가 여자의 음식에 굴복하는 식이었다.

 

나름의 안정적인 두집생활을 하던 어느날,

나의 결혼으로 인한 내 연인의 질투는 점점 심해졌고,

3년간의 내 사랑은 그녀의 이별통보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날, 나는 이별의 분노를 그 여자에게 쏟아냈다.

폭력적인 정사의 끝은 생각보다, 아니 정말이지 너무도 좋았다.

그 뒤,

이 여자와 있을 때 나는 

대화를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원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말해도,

애새끼처럼 유치하게 굴어도 상관없었다.

그 여자와의 시간은 허례허식이 없었다.

단순했고, 편리했다. 

 

그래..

나의 취미는 [김유민]이 되었다. 

 

그 여자로 인해 부서져버린 과거의 남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병명을 듣기 전까지는...

[안면 인식 불능증]

 

얼굴을 통한 타인의 감정을 읽어낼 수 없으며,

뛰어난 두뇌와 예민한 기질 탓에

타인의 감정에 공감조차 하기 힘든 여자. 

 

지금까지 나와 보낸 시간은.. 

그 시간 속에 너는... 

그동안 내가 느꼈던 이질감은 이것이었다.

 

나를 보고 있지만 때로는 보고 있지 않았던 너의 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전적인 의미만을 읊던 여자. 

 

텅빈 금고 같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나야말로 너의 구원이었다니..

 

이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빠진 게 아니야.


- 수혁

<얼굴 없는 연인>

- 유민시점-

'종잡을 수 없는 남자.'
쉽게 말해 그는 일종의 이상한 퍼즐 같았다.

유민은 매우 어려운 퍼즐 조각들을 끌어 모아
맞추는 데 능숙했지만,
그 남자처럼 끝을 알 수 없는 퍼즐은 처음이었다.

- 유민

분명 이 결혼에는 감정이 없다고 했던 남자였다.

그런데 그의 연인과의 이별을 기점으로 남자가 변했다.

 

나를 한시도 놓지 않으려하고,

자꾸만 나를 돌본다. 

 

어느 순간에는 격하다가도, 냉정하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남자는 나의 잔잔한 세계를 자꾸만 흐트린다.

그래, 

나의 신성한 냉장고한테 그런것 처럼..!!!

 

나는 타인이 내게서 바라는 애정을 절대 채워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나를 사랑해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부서지는 것을 봐왔다.

 

부모님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 했던 남자.

 

그들이 원하는 공백을 채워줄 무엇도 내게는 있지 않다.

그리고 더이상

나도 내가 이해할수도 없는 감정에 대한

노력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보기에, 내가 하는 것은 [흉내]에 불과하니까...

 

"네가 왜 나를 보며 헷갈려 하는지 알아?
네가 단면만 보니까 그런거야.

...
넌 머리, 몸통, 사지를 나눠서 생각하지?
팔 한쪽 보고 이게 지수혁이구나, 했다가
다리 한쪽 보여 주니까 모양이 다르네, 하며
어리둥절해하는 꼴이라고."

- 수혁

 

극단적인 비유지만, 

솔직히 뜨끔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나는 

그런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보지 않으면 

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을 대할 자신이 없다.

 

남자는 이렇게 나에 대해서 

종종 꽤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곤 했다. 

 

곧 사그라들 열이라고 말하며

그 반대의 열기를 띠고 있던 남자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워진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 버렸으면 좋겠어.
1년이 1초처럼, 
10년이 하루처럼. 
내가 널 안고 있는 사이, 
세월이 다 흘러가 버리고,
눈 뜨고 보면 우리 둘 다 팍 늙어 버린 거야.
이제 남은 건 우리가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숨을 쉬고 있다가......
같은 관게 같이 묻히는 것뿐이지.

- 수혁

보통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남자는 이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그래도 종말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게 괴로운 남자. 

그러면서도 행복해하는 남자.

 

나는 이 남자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혹시 울고 있는 그의 앞에서 웃고 있지는 않겠지?

 

남자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이 남자를 데워줄 만한 열은 내게 없다. 

그럼에도.. 

이 남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미온의 연인.

두 남녀의 온도차를 극명히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둘 모두 "미온"으로 시작했지만,

남자는 펄펄 끓는 온도가 되었고,

여자는 그저 미온인 상태.

 

그 온도차에 절망하지만 여자를 놓을 수 없던 남자는

여자로 인해 행복하지만 또 불행합니다.

 

그러나 

저는 수혁이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하는 사랑이 완전히 외사랑인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단지 그들의 마음이 데워지는데 드는 시간이 다를 뿐.

 

수혁이 유민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부딪치고 두들긴 결과, 

유민이 굳건히 지켜내고 있던 

견고하고 안정적인 그녀의 세계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그녀가 으레 해왔던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라,

남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결심했으니

그의 노력은 영 허사는 아니었던 겁니다.

 

그렇게 수혁의 온도가 변하지 않는 한,

옆에 있는 유민의 내면의 온도 또한

조금씩 달라져 감에 따라,

이 둘의 세계는 더욱 견고해질 겁니다. 

 

유민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노력하는 수혁과,

수혁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준 유민. 

 

타인과의 [다름]을 가졌지만 

결국은 타인과 다르지 않는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연애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의 열기가 다른 한쪽으로 전이되는...

연애란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둘다 안쓰럽다는 느낌 없이 

외전까지 흐뭇하게 감상했습니다.


수혁의 빈정거림에도 세상진지한 유민의 답변이라던가..

핀트가 나간 유민의 직설화법에 당황하는 모먼트들.

 

요런

유민의 무심AI화법+수혁의 안달 포인트가

참 재미있었는데요,

 

요리를 화학식으로 풀어내는 유민의 독창적인 요리해석법에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의 여주,

자온이랑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요리 좀 한다는 여주 둘이 만나면 어떤 콜라보가 나올지...!!

 

어디 유명 한정식 정도는

씹어먹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수혁에게는 연정을 품다, 감히의 남주

선재를 소개시켜주고싶네요.

둘이 술이라도 한잔 하라고.

 

물론 그 오만한 남자들은 

티 하나 안내겠죠??

+

그리고, 

수혁의 비서에게서 왜 김루스의 향기가 나는거죠...?

 

무거운 주제였지만 결코 쳐지지 않았던,

그런 연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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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한세현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두 엄마들 덕분에 인생의 친구 유주를 얻었다.

그러나 유주는 친구인 줄 알지만 세현에게 유주는 더이상 친구가 아니다. 

서로의 집을, 서로를 위해 마음을 접으려는 그 순간, 아이가 찾아왔다.

- 여주 : 임유주

세현을 소꿉친구이자 가족으로 생각한다.

그런 세현과 하룻밤의 사고로 아이가 생겼다. 

지울 수 없어서 소꿉친구와 시작한 결혼생활. 그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 애 가졌어."
"어떤 새끼야. 번호 대."
"너야. 네가 아빠야, 세현아."

- 유주/세현

 

단 한 번의 사고로 웬수 같은 절친에서 

부부가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옆자리, 남매처럼 자랐는데 사랑이 웬말.

여전히 틈만 나면 싸우고 몸으로 화해를 시도하는 사이.

 

찬란하고 애틋하지만 접어야만 했던 첫사랑.

유주.

곁에 있고만 싶어 닿지도 못한 채 

마음을 숨기던 소년은 

그녀의 손을 이유 없이 잡아도 되는 남자가 되었다.

 

가장 편한 친구이자 무조건 내 편인 남편, 세현.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는데 새삼 마음이 떨린다.

연애하고 싶어.

같이 있는데, 더 붙어 있고 싶어.

 

 

"세현아,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이미 사랑, 하는 것 아니었어?

- 유주/세현

 

서로의 인생에서 어느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는,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존재.

나는 네게 열광해.

너를 사랑해

 

- 발췌 : 러브어페어 표지


오, 담에 핀 꽃과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입니다.

오담꽃의 담이가 인턴을 했고,

그로 인해 탑모델 오윤이 모델을 했던 신생브랜드에서

러브 어페어의 여주인공,

유주가 수석 디자이너로 열일했네요 ㅎㅎ

 

▼▼▼▼오담꽃 리뷰▼▼▼▼

https://lunasea-daily.tistory.com/m/93

 

[로맨스] 오,담에 핀 꽃/박영/종이책

- 남주 : 오윤. 21세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모델로 데뷔, 한국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모델이자 유명 브랜드들의 뮤즈로 칭송받는 남자. 만인의 연인. 자신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해 한

lunasea-daily.tistory.com

 

요렇게 세계관을 공유하는것, 정말 너무 좋네요!!

숨만 쉬어도 되는 오모델♥

 

안절부절 귀여운 인턴 담이♥

잠깐이지만,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에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ㅎㅎ

오담꽃도 다시한번 생각났고요.


23세, 꽃다운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된 두 사람.

뜻하지 않게 소꿉친구에서 부부가 된 둘은 

둘 사이에 생긴 아이,

서윤을 지극한 애정으로 키웁니다.

 

그렇게 6년, 

한때 각자의 자리에서 빛났던 두 사람이었기에,

주변은 이들이 예쁘게 사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꺾여버린 날개를 아쉬워합니다.

 

법대생이었던 세현이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이 된 것을

유주의 탓이라 여긴 세현의 엄마 경숙은 

그녀를 구박했고,

 

이제는 엄마로서, 아내가 되어

자신을 꾸미지 못하는 유주를

잘나가는 연예인이 된 동창은

그 처지를 동정하고 비웃습니다.

 

예전부터 유주를 사랑해왔던 세현은

이제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유주를 여

전히 사랑했지만,

그 역시 육아와 현실에 지쳐서 

자신의 아내 유주가

얼마나 빛났던 사람인지 잠시 잊게 됩니다.

 

 다시한번 사회에 나아가고자 하는 유주의 바램을 듣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 세현.

 

결국 유주의 꺾였던 꿈 대신 꾸게 된

또 다른 꿈을 응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유주가 겪고 있었던 많은 부조리함을 맞닥뜨리게 되고,

세현은 유주의 든든한 지지자가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닥치는 크고 작은 시련들..

 

그 시련들을 함께 이겨내며

그렇게 그들은 부모로서 단단해지고,

책임감 내지만 동지의식만 존재한다 믿었던 그들의 관계가

사실은 자신을 지극히 사랑했던 세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제, 결혼한 지 6년만에,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혼자서 오랜시간 사랑했던 남자는

소꿉친구로서 지켜야 했던 선과 사랑 사이에서

애가 끓을 수 밖에 없었고,

 

이제서야 그와 같은 마음이 된 여자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그 마음이 얼마나 귀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서로 합의 하에 결혼하게 된 두 남녀가,

심지어는 남자의 짝사랑으로 이어져온 결혼 관계임에도

약자이고 을일 수 밖에 없게 되는 여자의 모습이

현실과 많이 닮아서 씁쓸했던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유주역시 아이로 인해 꿈을 꺾었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고,

세현의 꿈이 꺾인 것만 안타까워해 하던 세현의 엄마..

 

반대로, 

사위와 딸을 동일하게 대해주는 유주의 엄마.

 

아이가 아프고 사고를 당했음에도

출근을 한 유주에게 쏟아지던 차가운 시선..

그리고 독하다는 평가들.

 

유주를 사랑하는 세현은 이상함을 느낍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닥치는 현실에 

답답해 하고 미안해 하는 것을 보면서,

그럼에도 유주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그역시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하나하나 부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현이라는 남주는

로맨스소설 남주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유니콘 같은 남주였습니다.

 

1가정 1세현 보급이 시급하다 여겨집니다. 

 

이런 남편만 있다면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해결은 거뜬했을텐데...!!!

 

자꾸만 친구들이 세현이 동생없냐고, 

세현이 사촌이라도 혹시 있으면

내놓으라고 하는거 완전 공감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런 사람 진짜 현실에 있을 수 있는걸까요??


유주와 세현의 아이인 서윤의

귀여움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였고요,

아휴, 이쁘고 맹랑하고 사랑스러운 서윤이♥

결국 가가동생 나나는

다다, 라라를 얻었네요 ㅋㅋㅋㅋㅋ

(나무 동생들은 하하까지 있다는 거...ㅋㅋㅋㅋ)

 

서윤의 사고 또한

가슴아프고 눈물 줄줄 흘려가며 읽었습니다.

유주와 세현의 노력과 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 끝에

서윤은 다시 웃게 되었고, 

아이는 그렇게 또 한뼘 자랄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들 가족이 예뻐보일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한치 앞도 모르는 결혼생활을 보면서

내 결혼생활의 장르는 지금 무엇일지..

그리고 나의 결혼과 사랑은 지금 어떤지...

한번쯤 되돌아 보게끔 했던, 

너무도 예쁘게 사랑하고 있는 유주와 세현에게

많은 것을 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기혼 여성에게 불친절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유주와 세현.

그리고 우리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마음들로 각자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세상을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유주가 하는 밥은 당연하고,
내가 하는 밥은 대단한 거지. 

유주가 어쩌다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술은
철없는 짓이고,
내가 마시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사회생활인 거야.
이해해줘야 하는 거야.
남자니까.

유주가 빨래하고 청소하는 건 칭찬받을 일이 아니고,
내가 하면 칭찬받을 일이지.
......
왜,왜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편해.
유주는 자기 인생 사는데 왜 눈치를 살펴야 해??
난 잘 모르겠어.

-세현

 

세현의 의문이 반드시 없어지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박영님의 특유의 따뜻한 위트와 위로섞인 문체로 말하는

우리의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여기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남편에게도,

미래의 아이들에게도

읽혀주고 싶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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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조강우

조폭 출신 사업가. 한양일보 이사.

불법과 합법 경계에서 거칠게 살아옴. 그에게 흉터는 훈장.

회장의 권유로 그의 딸과 맞선 후 결혼. 소유욕과 집념이 강한 불독형.

* 여주 : 박선민

70년대 여배우와 재벌회장 사이의 혼외자. 재민의 이복누나.

금전적 지원으로 부족함 없이 뉴욕 유학해 미술전공.

연애는 했으나 맞선남이자 남편인 강우가 실제 첫경험. 자기주장과 의지가 있는 당당한 여성

 

■ 연작(사랑에 관하여 3부작)

「사랑, 그 고통에 관하여」: (BL) 무뚝뚝하지만 내 남자에겐 다정한 '정훈'과 한성일보 회장의 후계자이나 자신감 없는 소심한 재벌남 '재민'의 진한 로맨스.
「사랑, 그 특별함에 관하여」: '정훈'의 절친한 고향 선배이자 한양일보 이사인 '강우'와 '재민'의 이복누나 '선민'의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

「사랑, 그 축복에 관하여」: (BL) 집안 사정으로 헤어진 '정훈'과 '재민'이 많은 방황과 고뇌 끝에 시련을 이겨내는 재회 로맨스.

+ 외전격으로 [사랑에 관하여:남은 이야기]가 있음.

- 출처 : 리디북스


대한민구의 4대 일간지중 하나인 한양일보의 회장, 박용성의 딸 선민

뉴욕에서의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입시 미술학원 선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사람 하나 봐뒀다. 괜찮은 녀석이니까 결혼해라."

 

한양일보 회장의 사생아로서 그간 먹여주고 키워준 값을 하라는 뜻.

아버지의 통보같은 말에 선민은 이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으나 곧 마음을 바꿉니다. 

이 결혼을 하면 30년째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던 엄마의 푸념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자신의 외모-가느다란 눈에 광대뼈가 튀어나온 각진 얼굴-에

어떤 "한국"남자도 자신에게 호감을 갖기 힘들테니 쇼윈도 부부로 살면서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면 된다! 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선자리에서 만나게 된 남자, 조강우.

부러졌던 흔적이 역력한 코, 온 몸을 덮고 있는 숱한 흉터들.

거친 남자의 외양에 그의 이력에 대한 궁금증과 호감이 일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선민은 강우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합니다.

 

"결혼한 다음에,

웬만하면 서로 밖에다 애인을 만드는 걸로 하자구요.

그게 좋지 않겠어요?"

 

결혼식에 대한 준비는 착착 진행이 되어가면서

선민은 자신의 제안에 강우가 암묵적 동의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이 끝난 후 호텔에서 강우는 말합니다.

 

"따로 애인 만들자는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특히 다른 놈 씨앗이 내 자식인 줄 알고 키우는 바보짓은 절대 사절이야."

 

선민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느낍니다.

자신이 가진 은밀한 취향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말이죠.

 

그러던 중, 뉴욕에서 유학생활 중 그녀의 전 애인이 

결혼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날아오게 되고, 

강우와의 삼자대면을 요구합니다.

선민의 남편을 자신이 만나 봐야 납득을 할 수 있다는 것. 

 

고민하던 선민은 결국 강우에게 자신의 은밀한 취향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녀의 전 애인을 만나기 전에 꼭 강우가 알아야 했으니까요.

강우의 머릿속에 수십 가지 생각이 스치고 사라졌다. 
지배와 복종, 구속과 흥분. 말하자면 그러니까...
...
"저기, 나 처음부터 강우 씨가 좋은 마스터가 될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그녀의 말에 흥분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녀의 손을 쥔 손바닥에 땀이 뱄다. 그럼 이제부터....

"그런데 강우씨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자크는 내 서브였어요."

"내가 마스터라구요. 미스트리스."


- 사랑, 그 특별함에 대하여 中

강우와 선민의 결혼 생활은 이제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과연 그들은 바닐라로 남게 될까요?

아니면, 강우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선민의 새로운 서브가 될 수 있을까요?


 

여자 돔이라니..!! 미스트리스라니!!

이런 설정 너무 신선했고 재밌었습니다.!

여자가 서브라는 설정보다 더욱 끌리는 설정이었어요.

 

우락부락한 상남자 강우를 선민이 침대에서 길들이는게,

꼭 맹수 하나를 길들이는 느낌이라, 흥미 진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맹수가 조련사를 보면서 

어디 니맘대로 해봐 하면서 느른하게 눈감아주는 그런 느낌..!!

 

그렇다고 아주 불편한 BDSM으로 일관되지는 않으니,

맛난 양념하나 추가되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시겠습니다.

저는 참 맛깔났거든요 ㅋㅋㅋㅋ

 

이 작품에서의 두 남녀 주인공들의 인물 묘사는 매우 박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외모만큼, 두 사람의 인생에도 약간씩의 결핍이 있죠.

두 사람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결핍을 채우고자 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고 보살피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에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지는 위치에 서는 것을 택했던 선민.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이들에게 조강우라는 사람이 있었음을,

그를 놓친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던 강우.

 

둘이서 결혼이라는 한 배를 탄 뒤,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누구도 쉽게 들여놓지 않았던 각자의 세계를 서로에게 열게 됩니다.

기꺼이 서로를 들인 그 세계는 점차 단단한 신뢰로 구성되어

거기에 속하게 된 그들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없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게 됩니다.

 

이 과정들이 고구마는 1도 없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구요,

정말 작가님의 후기에 쓰신대로 이 둘은 그냥 놔둬도 잘 살 것 같은..

그런 단단한 심지를 가진 사람들이라

책장을 덮으면서도 찝찝함 1도 없이, 매우 깔끔하게 덮을 수 있었습니다.

 

연작인 다른 작품에서 불안정한 연애를 이어가는 선민의 배다른 동생, 재민과 

강우의 후배이자 부하직원인 정훈의 이야기, 

이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매우 궁금해집니다.

바로 읽으러 가려구요 ㅎㅎㅎ

 

어쩌면 이 작품은 그 두 작품 사이의 인터미션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상 심각한 두 남자들의 사랑이야기의 진행 중간에 나타난, 

남일에 신경써줄 정도로

여유넘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커플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던거 같네요.

 

어디하나 맘둘 곳 없이 부유했던 그들에게

서로는 단단히 딛을 수 있는 땅이 되어 주었고,  

급기야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뻔하지만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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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

이 세상에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원하는 걸 다 제 손안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국왕의 외조카이자 티세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로 대단한 야심가이다.

아름다운 외향에 독니를 감춘 비단뱀같이 화려한 남자.

 

- 여주 : 클로이 베르디에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에 한 발을 꽉 붙이고 사는 베르디에 자작가의 장녀.

가족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생각하고 늘 제 몫을 다하려 노력하는 외유내강의 귀족 아가씨이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온화한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이 떠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 발췌 : 리디북스

 


 

변방의 작은 영지의 안주인 역할을 해오던

베르디에 자작가의 첫째딸,

 

클로이 베르디에.

 

그녀의 인생은 체념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깊은 열병이 할퀴고 간 상흔인

불편해진 다리로 주변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고

제 한몫을 다하려 노력하면서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의 행복은

요원할 거라고만 생각합니다.

 

빚만 잔뜩있는 시골 영지의 장애를 가진 영애라니.

 

자신은 결혼시장에 나설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은 이 영지를 가꾸는 데 헌신할 거라 지레 체념해버립니다.

이러한 내면과는 달리 클로이를 둘러싼 온화한 사람들과 함께

클로이는 나름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그녀의 조국에 닥쳐온 전쟁의 소용돌이는

클로이의 작은 영지에도 몰아칩니다.

전쟁 영웅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가 이끄는 군대가

클로이가 있는 이 작은 영지에 잠시 머물게 된거죠.

 

잠시 머물다 가게 되는 바람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클로이.

 

클로이는 그들이 머물던 어느 저녁,

자신의 창가에서 사령관 데미안의 우렁찬 연설을 듣습니다.

 

"그 어떤 사령관도 나보다 뛰어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매 순간 증명해 왔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군대에게 승리를 가져다 바치기 위해서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이 티세의 자존심이며 품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들도

이제 내게 말했던 간절함을 증명할 차례다."

 

듣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그의 연설.

클로이는 자신의 가슴마저도 두근거리게 하는 그에게

큰 감명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직접 만나게 된 그는 달랐습니다.

 

이른 새벽, 다친 병사들을 위해 약초를 캐려고

절뚝이며 뒷산을 오른 클로이와 조우한 데미안은

클로이에게 신랄한 독설을 내뱉습니다.

 

자신이 부상병들을 돌본 것은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클로이와

이런 클로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클로이의 주변 사람들이 굳이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던

클로이의 결핍과 현실을 정면으로 그녀의 앞에 쏟아내는 데미안.

 

그런 날카로운 독설에,

클로이는 그에 대한 첫인상을 대폭 수정합니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독설가로.

 

그리고 얼마 안 가 그의 군대가 떠나게 되고,

그 길로 클로이는 데미안과의 악연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인연인지 악연인지,

자꾸만 운명은 클로이를 데미안의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그것도 클로이가 굽힐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말입니다.

 

데미안은 그럴 때마다 얄미울 정도로

아쉬울 것 없다는 느긋한 태도로 일관하며

클로이를 도와줍니다.

 

그러던 차,

데미안은 하나뿐인 그녀의 동생에게 청혼을 하고,

클로이의 동생은 이름모를 집시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합니다.

 

한낱 시골영지의 자작 영애와 왕족의 피를 이은 공작.

 

기울어도 한참 기운 결혼에 청혼한 신붓감은 도망간 상황.

 

결국 클로이는 데미안과의 결혼을 승낙,

아니 그와의 결혼을 청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공작 부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가 꿈꾼 결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것에 자신의 운명이라면

그 안에서 성심을 다하겠다 다짐하고,

반년여의 방치 끝에

데미안, 자신의 남편의 영지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결국 사랑하게 되고,

공작부인으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갑니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고

나날이 데미안에 대한 애정이 커져갈 때,

클로이는 알게 됩니다.

 

데미안이 벌인 모든 일들의 전말을.

그리고 결국 그녀는 그에게 최악의 선물을 하고맙니다.


드디어,

김빠님의 연재작

 

"품격을 배반하다"

 

가 완결을 맺었습니다.

애정하던 작품을 떠나보내면 항상 헛헛하게 마련입니다.

 

연재일자를 손꼽아 기다리고,

한화 한화를 곱씹으며 절묘하게 끊기는 마지막에 절망(!)하는..

연재작은 달리는 묘미가 있지요. ㅎㅎ

 

김빠님의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남주 데미안의 심리가 아주 강렬했는데요.

 

클로이를 만났을 때부터 거슬렸던 그 감정.

 

조금만 되돌아 곱씹어 보면 알 수 있었을 그 감정을

이 누구보다 오만하고 잘난 남자는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은 넘쳐나서,

사실 클로이를 원했지만 이를 올곧게 전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조건을 앞세워

클로이를 부차적인 조건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자신이 잠시 흥미를 가진 한 인간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거죠.

그것이 자신이 가진 품격을 배반하는 일. 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데미안은 그렇게 원했던 사냥감,

클로이를 손에 넣게 됩니다.

 

그녀를 곁에 두면 식을거라 생각했던 데미안의 감정은

하루가 다를 수록 그 크기를 불려가기만 합니다.

 

결국 데미안은 클로이에 대한 사랑 내지는 소유욕을 인정하고,

자신의 견고한 세상을 제손으로 부수게 됩니다.

 

자신이 우선하던 가치가 모두 전복되고

가장 가치있다 여긴 것이

사실은 그녀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데미안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도

전혀 비겁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하여 한눈을 팔지도 않았고

그녀를 향한 진득하고도 음습한 소유욕마저도 

우아하게 내비칩니다.

 

이 작품의 데미안은 그야말로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범인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로이 또한 데미안의 짝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입니다!

 

육체의 약함은 있을지언정,

정신만은 고결하고 강합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포용하며,

또 누구에게나 애정을 주지만

책임질 수 없는 애정을 쏟지는 않습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자.

 

데미안은 아마도 이런 클로이의 면모를

그 베르디에 영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간파했을 것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지고 싶었을 겁니다.

 

물론 이 오만한 남자는 처음에는 이를

단순한 정복욕 내지는

사냥에 대한 욕구로 해석했지만요.

 

높은 이상을 가진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해 줄 수 있는 여자.

그러면서도 그와 대등하게 같은 곳을 볼 수 있는 여자.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게 된 여자.

 

데미안과 클로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이들이 다스리게 되는 평화로운 그 곳을

이제는 외전으로 만나고싶네요.

 

이왕이면 19금으로 말입니다......

 

격정적인 사랑을 했던 두 사람에게

15금의 굴레는 조금 아쉬웠단 말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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