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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 헬베르트 D. 헤레이스

사교계의 유일한 젊은 공작에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부호. 세계적인 기업 헤레네의 회장. 조각 같은 냉혈한 외모와 냉담한 태도로 무심하다는 평을 들으나 요한에게만은 오만함과 거만함을 비집고 나오는 낯선 감정을 막을 수 없다.

수 - 요한 루스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어린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둔 채 생업에 뛰어들었다. 공부를 잘했으나 대학에 갈 형편이 아니었고, 건강해 보여도 엄청나게 허약한 체질이다. 못 먹고 못 입고 눈치 보며 자란 탓에 궁상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

- 출처 : 리디북스


3년을 함께한 연인의 결혼식에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조차도 무감했던 남자 헬베르트.

젊음과 미모, 명성과 부를 가진 그에게는 부족함이란 없었기에,

이 세상을 발 아래 두고 아쉬울게 없었던 남자였습니다. 

 

그런 그의 유일한 혈육 대니얼은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깁니다.

형님의 인생을 그가 볼때는 정말이지 너무 심심했거든요!

 

그러던 차,

대니얼은 우연히 들른 호텔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던 요한이라는 청년을 보게 되고,

그 요한이라는 청년이 헬베르트의 오랜(무려 3년!)연인과

매우 닮음에 놀라워 하면서 말도 안되는 장난을 계획합니다.

 

헬베르트가 살고 있는 저택으로

요한을 보내 형님의 인생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던거죠.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인과 닮은 남자를

자신의 저택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그런 짖궂은 생각을 하며 대니얼은 요한에게 상당한 액수를 제시하며

헬베르트의 저택에서 일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편, 요한은 초면인 이 부유한 남자의 제안이 미심쩍었지만,

자신은 고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허드렛일 뿐이며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자 

먹여살려야 할 동생을 생각하며 대니얼의 제안에 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작된 헬베르트 저택에서의 생활.

 

작고 낡기는 해도 요한과 동생이 몸을 누일 수 있는 오두막이 제공되었고,

이런 돈을 받아도 되나 싶을만큼 일도 딱히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에 만족하며 이 저택의 주인인 헬베르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저택에서의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요한은 자신의 오두막 앞에서

자신의 저택에서 길을 잃은 저택의 주인,

헬베르트를 만나게 됩니다.

하,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구질구질하군.

- 헬베르트, 슈가레인 中

 

요한에 대한 헬베르트의 첫인상은 

구질구질.

자신의 옛연인과 닮은 외모로 

격 떨어지는 궁상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 헬베르트의 눈이 자꾸 요한을 찾고 있습니다.

요한을 상대로 한 꿈까지 꾸게되고,

현실에서도 구질구질한 그 면상이 자꾸 생각납니다.

 

요한이 일하고 있는 저택의 구석을 찾아

괜한 트집을 잡고,

부담스러운 선물을 안겨주면서도

요한에게 퉁명스러운 말을 걸어댑니다.

 

헬베르트가 주는 모든 것이 너무 비싸고 값져서

부담스럽기만 한 요한과,

퍼주는 것도 못받아서 어쩔줄 몰라 하는 

지지리 궁상이 한심하면서도 자꾸만 건드리게 되는 헬베르트.

 

대니얼의 장난으로 만나게 된 두사람은,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까요?


줄거리를 요약하다보니,

아니 대니얼이 죽일놈이 아니라 이거 중매쟁이네요??

대니얼한테 쌍욕했던 헤레이스는 대니얼한테 잘해라(ㅋㅋㅋㅋ)

 

돈도 지위도 다 가졌지만 사랑만은 몰랐던 무심한 냉혈한이,

그와 모든 면에서 정 반대인(성별빼고?)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는 

클리셰지만

그래서 또 각 작가님들의 스타일에 따른 변주가

돋보이는 플롯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역시

위의 클리셰에 충실했지만

또 작가님의 필력 덕분에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모두가 아는 그맛!!!

 

종종 요한을 서술 할 때

'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헬베르트가 얼마나 요한을 무시하고 있는지(....!!)

그렇게 무시하는 '놈'에게 어떻게 빠져들고 있는지가 보여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헤레이스의 불주둥이로 요한을 무시하는 말을 내뱉지만

요한도 유약한듯 만만치 않습니다.

하긴.. 내가 그렇긴 하지 

하면서 납득을 해버리는 요한도 멘탈만은 절대 약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거기에 나중에는 하도 헬베르트가 뭐라 하니까

조금씩 대드는(!) 모습까지!

사실 사람이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은연중에 요한도 헬베르트가 타인과는 다르게

자신을 대한다는 것을 알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목 '슈가레인' 답게

그들의 중요한 순간에는 비가 함께 했고,

그 순간의 비를 함께 맞았던 두 사람에게는

아마 그 비조차 달콤했을 겁니다.

(물론 헬베르트는 그랬답니다.. 첫날밤부터..)


읽는 내내 스트레스 1도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순진한 요한이 헬베르트 기준 궁상으로 

헬베르트 복장 터지게 하는 짓 좀 하는 외전 좀 더 보고싶다는 생각입니다.

내 돈 두고 뭐하는 거야!!

하면서 안달복달 텍마머니를 외치는 그런 외전 말이죠.ㅎㅎㅎ

 

덧.

찾아보니 웹툰도 있네요! 

캐디 완전 찰떡인듯합니다!!

요것도 달려봐야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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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주인공 : 양사언

몰락한 세도가의 장남, 아우만 줄줄이 여섯, 무심남, 차가운 시골 남자, 그러나 내 가족에게는 따뜻하겠지


* 여자 주인공 : 이화

고려판 백설 공주, 계모인 왕비의 마수를 피해 도망쳐 차가운 시골 남자에게 빌붙음,

현명하고 다정하나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 절찬리 구박 받는 중

- 리디북스 발췌...지만 왠지 성의없는 이 느낌은 뭐죠???


때는 11세기 초, 고려, 영종 24년.

아우 명이 태어나기 전까지 단 하나뿐인 금상의 금지옥엽이었던 이화는 궁성에서의 탈출을 결심합니다.

명을 낳은 계모 홍비가 자신의 음식에 독을 타 서서히 죽이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 그 이유.

 

이화는 왕인 아비에게도 읍소해보았지만 이미 성상의 눈이 가리워진 상황에 실망만 하게 됩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막막한 현실에 그저 살아남고자 스승으로 모셨던 예부시랑의 조언대로,

해주에 사는 양가 사언을 찾아 홀로 먼길을 떠납니다.

이화가 8일에 걸쳐서 걸어걸어 간 해주..

귀하게 궁 안에서 꽃처럼 자란 이화였기에, 짧은 거리였지만 여정은 고달팠습니다.

길을 잃고, 지녔던 패물은 도둑맞았으며, 제대로 잘 곳을 찾지 못해 쉬지 못한 채로 도달한 해주.

 

"드디어, 공자님을 찾게 되어, 긴장이......"
"정말, 정말 어렵게 온 것이거든요....... 제가 진짜, 여기까지, 막....."

 

그간의 서러움을 내비치며 예부시랑의 편지를 사언에게 내보이지만,

사언은 서찰을 읽지도 않고 이화를 거부합니다.

 

"공자. 저는 해주까지 여드레를 꼬박 걸어왔습니다."

"그것은 아까 이미 말씀하시었습니다."

"양사언이 여기제 있다는 것, 양사언에게 의탁할 수있다는 것, 

그것 두 가지를 믿고요."

"대화가 어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아니라 스승님의 약조임을 재차 알려 드리겠습니다."

 

의도 예도, 충도 어디 갖다 버렸는지 스승님의 장담하고는 퍽 달랐던 사언의 첫인상.

이화는 실망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당장 잘 곳도 없는 상황인 지금, 동앗줄은 사언밖에 없습니다. 

 

"양사언. 난 죽어도 못 가요."

 

아래로 여섯 아우를 건사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사언의 인생에 불현듯 끼어든 군식구 이화.

먼 길을 온 이화를 차마 내칠 수 없어 들였던 하루동안 이화의 뒤를 졸졸 따르게 된 동생들을 보며, 

언제 봤다고 사언의 동생들을 여상히 부르는 그 다디단 이화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언은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이래서는 화도 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이화와 양가 칠남매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벚꽃에 점점이 꽃망울이 매달린 그 봄날의 해주,

커다란 벛나무가 있는 소담한 기와집에서 말이죠.

 


이 이야기에서 양가의 7남매는 톡톡히 그 역할을 다합니다.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적인 남매들! 

작가님의 후기에서 모티브를 백설공주에서 가져오셨다고 했는데 그에 딱 맞는 사랑스러운 양가 남매들이었습니다.

<양가의 7남매>

1. 장남 - 양사언 : 20세
2. 차남 - 양낙언 : 16세
3. 삼남 - 양재언 : 14세 (쌍둥이)
4. 사녀 - 양재령 : 14세 (쌍둥이)
5. 오남 - 양승언 : 12세
6. 육녀 - 양화령 : 9세
7. 칠남 - 양오언 : 6세

이화 - 18세

- 첫 만남 기준. 

위의 표만 봐도 사언이 왜 이화의 더부살이를 거부했는지 납득이 갑니다. ^^

줄줄이 딸린 여섯 동생들.. ㅠㅠ 

 

개경에서의 이부시랑의 자제로서의 번듯했던 삶도 한순간,

추문에 휩쓸려 죽임을 당한 아비와 뒤따르듯 따라간 어미를 대신해

사언과 낙언의 수입만으로 꾸려오던 7남매의 빈한한 삶은 사언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아비의 잘못으로 인해 장원급제하고도 출사길이 막혀버려 주저앉게 된 현실.

 

불현듯 찾아온 이화에게 낯선 감정이 들 때마다 

사언은 자신과 이화의 신분을 생각하게 되고, 

펴보지도 못한 자신의 성취가, 과거의 영화가 아쉬워져만 갑니다. 

 

그가 개경의 번듯한 가문의 자제로서 이화를 만났다면,

이화를 원하게 된 그의 욕심이 그리도 비참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도도한 왕녀로서 살아왔지만,

군식구에 더부살이로서의 처지를 잘 알아 처신하고

사언의 채 펴지 못한 문재를 알아주고 제 일처럼 안타까워 하는 이화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그와 대등히 시문을 이어짓고, 여염집 여인과는 다르게 함께 경전을 논하고 

그에 그녀만의 사견을 덧붙일 수 있는 명석함을 가진 그녀가 사언은 진정으로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욕심은 현실에서의 비참함을 일깨울 뿐. 

곧 자신을 떠날 이화에 대한 마음을 사언은 내리 누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사언을 이끌었던 것은 이화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끌려가는 삶을 살던 이화는 사언을 만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고,

양가의 남매들을 마음에 담았고, 사언을 마음에 담게 됩니다. 

그런 이화는 그녀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은 채 사언에게 직진합니다!

 

그런 사랑스러운 그녀 앞에서 그가 세운 철벽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린 것은 당연지사,

그 뒤로는 이화의 모든 것을 욕심내고 동생에게조차도 질투를 하고마는 욕심 많은 남자가 됩니다. 

 

멀끔한 낯으로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으며 질투를 해대는 사언이 어찌나 뻔뻔하던지..

언제 이화를 밀어냈냐는 듯 스승님과 외숙에게 이화에 대한 처우에 대해 타박을 해대며 

이화를 싸고도는 태세전환 빠른 남주..!!

금지옥엽 애지중지 기른 딸을 낼름 한입에 털어먹었다고 왕에게 얻어터져도

이화만 가질 수 있다면 그저 실실 웃는 남주. 

 

이런 남주 정말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줄줄이 딸린 여섯 동생..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이런 남주라면 한번쯤 살아 보고 싶은, 그런 고려 최고 뇌섹남 양사언!

 

남자라면 응당 사지가 뒤틀려도 오입질은 하지 않냐며 

당찬 도발을 할 줄 아는 파워 직진녀 이화!!!

 

앵화(=벚꽃)가 피는 지금 같은 봄날에 어울리는,

간질간질한,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덧. 

서브남으로 등장한 이화의 오래된 정혼자, 이헌은 집착, 후회남이었는데요. 

이쪽의 서사도 조금은 응원하게 되었던..

서브남으로 치부하기엔 다크한 매력이 있었던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ㅎㅎ 

피폐물 주인공재질 충만한 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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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아가씨와, 그를 지키는 기사의 이야기.

“헤이든, 나는 이번에야말로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헤이든의 주군, 레오닐라 후작가의 아네스는
오로지 황후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몇 년 전, 황태자와의 약혼이 무산된 이후 그의 우울은 깊어졌다.
이어지는 네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실패.
모두가 아가씨의 곁을 떠나고
오직 아가씨의 호위기사인 헤이든만이 곁을 지키고 있다.

‘헤이든, 그거 알아? 흔히 자살을 시도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은 생의 소중함을 알고 힘차게 살아간다고들 하지.’

‘…네, 다들 으레 그런 말을 하곤 하죠.’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야.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말이야,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죽음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아, 오늘도 나의 주인께서는 죽음을 갈망하신다.

- 리디북스 발췌


남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후작가 영애 아네스의 평민출신 호위기사로서,

자신의 연심을 감추고 그저 아네스의 곁을 지키는 헤이든.

 

자신의 목숨보다도 귀한 아가씨의 호위기사로서,

그가 지켜내야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아가씨 자신으로부터 아가씨를 지켜내야 합니다.

 

태중에서부터 정해진 황태자와의 혼약을 위해

살아왔던 아가씨의 인생은,

단 한 발자국을 남긴 채 스러지고

그 때 부터 아가씨의 자살 시도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황태자가 발표한 평민 출신 여인과의 러브 스토리에

온 국민들은 열광하고, 

그 자리의 원주인이었던 아네스, 아가씨는 

귀족출신의 악역 영애로 전락해버립니다.

 

평생의 목표를 잃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던 아네스는 황태자와의 혼약이 깨어지던 날,

결혼식 때 입으려고 준비해둔 새하얀 드레스를 찢어 목을 멥니다.

그것이 첫 번째 자살시도.

헤이든은 그렇게 죽음을 갈망하는 아가씨를

애타는 마음으로 붙잡고 싶지만.

 

그저...안타까워할 뿐.

자신의 위치와 신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헤이든은,

결국 생의 의지를 잃고 죽음만을 바라는 아가씨를

그저 바라보며 지켜냅니다.

 

그저 살아 있으시라 기도할 뿐.

그녀에게 그의 기도는 닿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로맨스 소설이니까.

두 주인공의 사랑으로 어떻게든 이 지독한 우울과 절망을

어떻게든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습니다. 

 

"나는 아가씨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아가씨를 구원하는 것만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네스에게 절망을 안겨준 황태자와의 파혼은 

그녀의 고고함, 자존감 나아가 존재 이유에 대한 말살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은 그녀는 멈출 수 밖에 없었던 것.

또한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헤이든이기에,

그녀의 숱한 자살시도를 막아서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의 연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녀에게 자신이 감히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우직하게, 고집스럽게 아가씨의 곁만을 지키는 호위기사와,

죽음을 갈망함에 있어 막아서는 이 없는 아가씨.

 

이 둘의 출구 없는 감정들은 작품의 피폐함을 더해갑니다. 


삶의 의지가 꺾인 채,

절망이라는 병에 잠식되어가는 아가씨에게 

헤이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면,

천한 출신의 호위기사와 귀족영애의 추문일지언정

아가씨는 좀더 살 의지를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알고 있는 이에게는

그조차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던 일이겠죠.

 

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헤이든은

자신의 내면에 아가씨에 대한 열망을

단 한점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꼭 잠근 채

그저 우직하게 아가씨를 지킬 뿐입니다. 

 

아네스와 헤이든에게 선고된

죽음과 삶.

 

죽음을 원할 정도의 지독한 절망을

시련으로 던져준 신에 대한 원망,

이 세상에 대한 불공평함에 희망이 꺾인 이의

결론이 그의 죽음일 지언정,

 

남겨진 이들 또한 겪어내야 하는 상실의 고통으로

삶을 놓아버리고 싶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이어가야만 하는 삶에 대해 이 작품은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기에.

 

사랑하는 이의 흔적이 남겨진 이 세상에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는,

그 슬프고도 잔인한 의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상이 사라져도 사랑은 지속되니까.

이것 또한 로맨스라 할 수 있겠네요.

아주 슬픈. 


책장을 덮고나니 먹먹해졌습니다.

누구라도 필연히 겪을 수 밖에 없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영영(永永)한 부재.

그 때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한번쯤은 생각할 가치가 있는,

저에게는 짧지만 제법 무거운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지난 뒤 다시한번, 좀 여러번..

헤이든과 아네스의 감정선을 따라 정독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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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장운.

사화로 인해 누명을 쓰고 노비가 된 남자.

도망쳐서 다시 비상하고 싶지만, 여은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갈등한다.

입은 험하지만 사실은 다정남. 여은을 놀리고, 그녀가 펄펄 뛰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 여주 : 여은

가족을 잃고 하루아침에 과부가 됐다.

어린 여종인 깨금이와 노비 장운에게 의지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집안의 유일한 사내인 장운이가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지가 되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하다.

-리디북스 발췌


엎친데 덮친격.

이럭저럭 잘 살고 있던 여은에게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송사에 휘말린 서방님이

매를 맞아 죽은 것을 시작으로 가세가 기울어

있는 재산들을 팔아 연명하기를 여러해.

시부모마저도 객사하여 시체도 찾지 못하고

여은은 그대로 과부에 홀몸이 되고맙니다.

 

여인네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가진 전답과 가노들을 팔아 연명하는 와중에

도망 노비로 매를 맞아 다 죽어가던

장운만이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여은의 곁에 남아있게 됩니다.

 

"같이 있으면 무섭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도망갈까 무섭고."

 

눈이 먼 어린 여종 깨금이와 여은을 제외하고는 

이 집안의 유일한 쓸모있는 일손.

장운은 노비지만 이 집에서 가장 대우받는 존재가 됩니다.

여은은 몸을 추스르고 건장해진 장운이

못내 무섭지만, 또 한편으로는 

도망이라도 갈까 무섭습니다.

장운이 도망가면 전답은 누가 일구나!

 

마님, 여은은 그저 도망가지 말라고 

장운에게 백숙도 해주고

반상의 법도도 없이 대거리하는 장운을 

어찌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살아갑니다.


"원하는 게 백숙이 아니고, 떡도 아니었다.

좋은 옷과 따스한 잠자리도 아니었다.

그저 여은, 그녀 하나만 품을 수 있다면."

 

여은의 속내와는 다르게,

마님을 가슴 속에 품은 장운은

백숙이나 해주고 떡이나 주는 마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사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사내 마음도 몰라주나.

 

"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이놈의 마님을 대체 어찌할꼬."

 

애초에 노비 출신이 아니라

사화에 휘말려 관노가 되어버린 장운이었기에,

이대로 노비로 삶을 끝내기에는 억울하기만 합니다.

야밤을 틈타 대문을 나서기만 하면 될일,

그 쉬운 일을 장운이는 마님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근데 이 마님은 

나를 무슨 일이나 죽어라 하는

말이나 소쯤으로 여기니,

 

장운의 시름은 오늘도 깊어만 갑니다.


"내, 내가 어찌해야 하니?

밥에다 산삼이라도 갈아 넣을까?"

 

"어이구, 이 답답한 양반아. 사내가 어찌 밥만으로 사오. 

주둥이에 밥 말고 다른 것도 넣어 줘야 할 거 아니오."

 

산삼보다 좋은 그 무엇.

결국 장운의 주둥이에 들어간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마님은 장운이에게 왜 백숙을 해주었나?"

류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내용 전개도 어렵지 않고

큰 갈등이 있지도 않은,

장운과 여은의 귀여운 티키타카가 

예전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동백꽃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순수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밀어붙인 장운으로 인해

둘의 관계가 변하고

정분이 쌓여가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지켜보다 보면

조금씩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곳곳에 널려있던 위화감어린 단서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순간이 오면서,

아,

장운이 정말 여은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인생에 꽃길은 여은이 걷고,

저는 그 앞에서 꽃을 뿌리면 가리라."

 

모든 것을 감수해내는 장운의 사랑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여운이 조금 길게 남았습니다.

 

외전의 후일담까지도 행복하지만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이었네요.

 

여은은 장운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장운이 바라는 단 한가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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