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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을 간직한 그녀, 이자온.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

틈틈이 글을 쓰며 밤낮 가리지 않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왼쪽 가운뎃 손가락의 반짝이는 반지는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이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내는 광고계의 미다스, 최운.

'비 오는 날의 초대'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

불운한 천재 만화가였던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추억으로만 남았던 그 집에 자온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제안을 한다.

 

◆ 슈트핏마저 완벽한 잘나가는 전문 변호사, 지건영.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여자 친구의 절친이었고, 그 다음엔 동창의 애인이었고, 마지막엔 사랑하게 된 자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만 관계.

그는 지독한 인연이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뒷표지 발췌.


"나 한 시간만 잘 테니까 해장국 좀 끓여 주라."
"나한테 왜 이래요?"
"밥값 낼게. 잔다."
...
"이렇게 오는 거 다신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나는 무작정 너에게 들이닥쳐 해장국을 요구해도 되는 그런 사이야.

건영은 그렇게라도 자온의 식어버린 마음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다소 무례하지만 그만의 방식입니다.

 

치기어렸던 20대,

자온의 친구와 사귀고 그 연애의 기승전결을 자온에게 모두 보여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창까지 소개시켜준 건영.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제는 도무지 어떤 관계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와 자온의 관계..

건영은 어떤 형태로든 자온의 인생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온은 첫사랑이었던 그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한끼를 차려냅니다.

그러나 그뿐.

그가 식사를 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습니다. 

건영은 다만 식사를 차려내고 들어가버린 자온의 방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자신과 마주보며 식탁에 앉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였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니가 하고 싶은 연애는 어떤 건데?"

"......감정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는 사랑.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보고 베낀 것처럼 닮은 모녀의 첫사랑.

 

엄마는 첫사랑에 성공했지만 불행했고, 자온은 지리멸렬한 첫사랑에 끌려다닙니다.

자온이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자온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혼까지 갔던 남자와도 파혼하고 이후 만난 남자에게도 자신의 자식같은 시나리오를 빼앗겨 버리고..

그녀의 마음은 무심했던 건영에게 이미 짓밟히고 무시당한 지 오래인데..

남자에 치일대로 치인 자온에게 이제와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이 남자, 건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결혼 한 척 하려 왼손 중지에 끼운 반지로 자신을 방어하며 헌책방, 술집 알바를 전전하던 자온.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신기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 발 앞서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늘 뻔한 눈빛으로 빤한 말만 해대는 남자들과는 달랐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최운. 

헌책방 주인의 지인이었던 남자는 자온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몇번 보지 않았지만 자온에게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온이 싸온 음식의 레시피를 궁금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남자.

 

그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온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합니다.

 

"4주만, 한달도 아니고 딱 4주만. 저 옥탑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뭐랄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겐 너무 과분한 가사 같지만 부러웠어요."
"뭐가요? 모차르트? 왕자?"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 이 여자 뭐지? 
.
.
"제가 그쪽 이름을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두 글자 최 씨에, 완 아니면 운이었던 것 같은데."
"최운이에요."
"혹시 운이 좋으라고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어떤 완벽함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최고로 운 좋은 남자" 가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최운.

 

그의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여자가 있습니다. 

 

지인의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바지런한 품성으로 헌책방을 쓸고닦던 여자.

그녀의 점심으로 싸온 음식을 그에게도 선뜻 내어주는 여자.

 

그녀만의 삼단 주먹밥, 샌드위치.

그녀만의 커피 레시피.

그녀가 추천했던 스텐 진공컵.

 

함께 헌책방에서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은 점점 유부녀인 그녀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이렇게 절대로 이 여자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런 그녀가 제안한 4주간의 동거아닌 동거.

최운씨는 안무섭다고 말갛게 웃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녀가 이사가버리면 영영 인연은 끊기게 되는건데, 

운은 그것은 그것 대로 싫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그녀가 있는 생활.

그저 호감이었던 감정이 그녀와 함께 할수록 몸집을 불려만 갑니다.

그녀의 본 적 없는 남편을 질투하면서.. 

 

한 번도 여자를 소유의 상대로 여겨 본 기억이 없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한 적도 없다. 
정 붙이는 게 두려워 애완 동물조차 기르지 않는 그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2권 中

 

짧은 4주간의 동거가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로 더 짧아지는 순간, 

그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자온."

"미쳤다고 해도 좋은데.......한 번만 안아 보자."


이 작품의 키워드는 "영화" 와 "음식"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행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배가 됩니다.

 

팟캐스트에서 운과 두겸이 나누던 영화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 묻어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또 운과 자온이 함께한 음식에는 그들의 염려와 따뜻함,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운과 자온은 동거아닌 동거하는 내내 서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와 그녀를 위한 음식을 해서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차려내는 밥상.

그 위로 오가는 큰 의미 없지만 온기어린 대화들.

그리고 배불리 먹고나서 편안한 자세로 보는 영화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온과 운은 운의 집에서 보내는 식사와 시간들로

마음과 육체에 살이 오르고 보기 좋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자온이 건영에게, 그리고 자온의 엄마가 자온의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서로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의 표현으로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엄수하기 위해 서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시절 음식들을 먹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절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은

이미 그들의 미래에 서로를 넣어두고 있었음을 둘만 몰랐네요.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어른들의 연애는

이렇게 사소한 거짓말로도 오해가 쌓이고,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둘을 다시 만나게 했고, 

결국은 그 둘이 바라 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자온이 바라던 모든 걸 다 퍼붓는 사랑. 

운이 바라던 온전한 가족.

 

이들이 일구어낸 운명은

서로를 위해 차린 음식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을겁니다. 

 

이 작품에는 죽일 듯이 미운 악역도 비련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어느 곳이든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있을 법한 사람들.

적당히 속물적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

가끔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찌어찌 사랑하는 이와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온이네 친가는 제외... 그렇지만 그들도 어딘가 존재할법한 시짜들이었죠. ^^)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능글맞아지고 좀더 유치해진 운과, 

속마음 하나 드러내지 않던 무심했던 자온이 종알종알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것을 느끼며,

1권에서 무감했고 냉소적이었던 자온과 운이 다시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네요^^

 

종이책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깊이 음미하고 싶은 표현도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고,

팟캐스트 '비오는 날의 초대'에서 두겸이랑 운이 나누는 대화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외전은 이북으로만 있어서 외전만 이북으로 봤는데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잘 해먹고 사는 둘, 아니 셋이었습니다.

 

덧.

본편 최고의 사이다 장면하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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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 박태수 

세계적인 기업 SJD 총수. 뒤틀린 애정관을 가진 상처입은 영혼의 냉정한 카리스마남

여자주인공: 정세린

일성그룹 직원. 갸날프면서도 글레머러스한 외모에 강단있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탁월한 업무능력까지 갖춘 당당한 매력녀.

-발췌 : 리디북스


언니 수민을 찾으러 간 룸살롱.

여기서 일하는 언니를 세린은 믿을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돈이 궁해도 이건 아니지, 언니!

고위급 인사들이 드나드는 고급 룸살롱에서

소란을 피우던 세린을 눈여겨보던 남자.

박태수.

 

그는 며칠 뒤 그녀를 불러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dominant, submissive, 구속, 결박…….

미쳤어!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의 제안이었습니다.

세린에게는 룸살롱에 나가는 언니도,

암 투병중인 엄마도 모두 제 어깨에 얹혀있으니까요.

 

그렇게 세린은 3달간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그가 살고 있는 저택으로 향합니다.

 

거기서 그녀는 그의 비밀스러운 취향을 

파트너로서 충실히 이행하게 되고,

그것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그에게 익숙해집니다.

그러던 중 그의 치부를 알게되는 사건이 생기고

더 그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계약을 종료하고 그녀를 내보냅니다.

 

세달의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한 관계..

세린은 그와의 강렬했던 기억을 잊고자 하지만

종종 떠오르는 기억에 혼란스럽습니다.

 

그가 강압적이었던 건 맞는데..

마지막에 아파했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니까...

 

태수 역시 혼란스럽습니다.

여자와 플레이를 할 뿐 몸은 섞지 않았지만

바닐라처럼 몸을 섞어버린 여자는 세린이 처음입니다.

왜 그 여자에게만 그런 것들이 
가능했던 거지?


- 도미넌트, 이서한


계약이 깔끔히 종료되었음에도, 

태수는 자꾸만 세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자신이 이상합니다.

결국 그는 그녀를 다시 찾게 되고,

세린은 그런 그에게 기존과는 다른 계약을 제안합니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내가 흔들거야.

- 도미넌트, 이서한

 

그에게 휘둘렸던 이전의 계약이 아닌,

자신이 주도하는 계약으로.

 

태수는 이 계약을 받아들이고,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갈까요?


소유욕의 연작이고, 여주는 수민의 동생 세린입니다.

https://lunasea-daily.tistory.com/86

 

[로맨스소설] 소유욕/이서한/리디북스

* 남자주인공: 차강혁 지하조직 비강의 실세. 소유욕 쩌는 마초남 * 여자주인공: 정수민 룸싸롱 [나인]의 여종업원.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순진녀 - 발췌 : 리디북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를 둔,

lunasea-daily.tistory.com

 

언니는 룸살롱에 나가는 건 안되고,

자신은 3개월간 성적 플레이 파트너는 되고...

 

아마도 눈물겨운 자매애의 발현이지 싶지만,

제가 그녀들의 엄마였다면 일단 등짝부터 때렸을거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엄마는 병원에서 와병중이신지라...

아무도 그녀의 등짝을 때려주지 않았네요. 

 

일단 제목이 매우 자극적이고..

이런 플레이 류도 여러가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그레이씨를 통해

접한 뒤 꽤 흥미로워하는 소재라 종이책을 들였습니다.

 

역시나, 

꾸금은 종이책으로 보는게 조금 더... 야한거같습니다. 

ㅋㅋㅋㅋ

저만 그런가요??

매우 후방주의하면서 읽고..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숨어가며 읽게 되며..

옆에 글자읽는 누군가가 있을 땐 배덕감까지...

북커버 없었으면 큰일날뻔 했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각설하고, 

BDSM 플레이는 초반에 조금 나오고(아쉽..)

그 이후로는 분위기가 반전되어

오히려 여주 세린이 주도하는 관계가 되어버립니다.

 

요런 당찬 여주 넘 맘에 들었고요,

시원시원한 여주라 좋았습니다!

 

플레이만 해오던, 동정남이었던 태수...

제대로 임자 만났네요 ㅎㅎㅎ

 

사회적으로 성공은 했지만

어린날의 상처로 인해 인간과의 교감은 전무했던 태수와

그의 상처를 포기하지 않고 감싸주던 세린!

 

저에게는 소유욕보다는 도미넌트가 더 재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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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유지홍

파트너 변호사, 냉정하고 칼 같은 성격의 카리스마 있는 남자.

- 여주: 석동필

변호사, 엉뚱하고 순수한 햇병아리 변호사.

- 출처 : 리디북스


 

다섯자매중에 넷째.

내리 딸만 셋 낳으신 부모님이 넷째는 꼭 아들일거라 믿고

크게될 이름이라면 미리 지어두신 내이름

석. 동. 필

나는 불행히(?)도 여자로 태어났고,

이 이름을 써야 아래로 아들을 본다며 내이름은 석동필로 확정..

 

처음 본 사람들은 한번씩 되묻는다.

정말 이름이 석동필이냐고..

그리고 친한 사람들(심지어는 전남친까지도!)은 부른다.

동팔아!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온 로펌 2년차,

같은 로펌 8년차 선배이자 파트너 변호사, 우리 팀의 팀장인

유지홍 변호사님도 나를 석동팔이라고 부른다!!

멍때리면 멍동팔

'아이씨' 한번에 욕동팔

정수기 물통한번 들었다고 힘동팔

ㅠㅠ

 

원래 선머슴같고 여성스럽지도 않은건 사실인데 뭐,

이름갖고 놀리는거? 이골이 났는데 뭐.

다 괜찮았다, 

같은 학회 선배였던, 나를 여자로 대해줬던 

박인성 변호사님이 우리 로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석동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이 뭐라고?"

"석!동!필! 입니다."

"석동필, 여자였어?"

조그만 체구, 귀밑에 간신히 닿을 듯한 짧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안녕하셔! 석동필입니다!

동팔이라고 불러 줍셔!"

 

회식때도 당당했던 씩씩한 동팔이.

내가 아무리 굴려도 꿋꿋하게 버티던 기특한 녀석.

내가 아무리 짖궂게 놀려도 태연히 되받아치는 녀석.

누르면 튀어나오는 스프링 인형처럼

반응하는 그녀석, 동팔이 덕분에 내 일상이 즐거워졌다.

 

법서 사이에 꽂힌 소설책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쓸데없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는,

기분 전환용으로 딱인. 딱 그뿐인.

 

근데 동팔이가 안하던 짓을 하네?

새로 온 박변호사 환영회식날 안입던 원피스를 다입고,

저게 다..새로 온 그 제비같은 자식한테 잘 보이려고??

다들 이쁘다고 하는데 

좋은말이 안나온다.

"머리에 꽃까지 달고. 딱 미친 여자 같네.

광동팔이다 광동팔."

야, 정신차려 석동팔!

그 곱상한새끼가 뭐가 좋다고!

 

하.. 근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한나절 만에 빠져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게다가, 저도 남자같은 이름때문에

숱한 오해를 받은터라, 

동필이한테 더더욱 이입했습니다. ㅋㅋㅋ

 

챕터는 각각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같은 사건, 각자의 시점을  보여줍니다.

 

워낙 주인공들의 티키타카가 좋고

석동필이라는 여주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저 막말 대마왕 재수탱이 남주 유변호사가

우리 동팔이한테 절절매기까지의 과정을

여주편이 되어 신나게 즐겨주었습니다.

말이 너의 업보다 유변호사!!

 

사내 연애에 남주가 상사인 만큼,

유변호사가 동필이와의 사이에 따라

팀원들한테 히스테리를 부렸다, 보살이 되었다 하는 에피소드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로설이니까 재밌지.. 

연애전선에 따라서 팀장님 심기가 시시각각 변하다니..ㄷㄷㄷ

현실로 그런 팀장님 만나면 정말 사표각...ㅠㅠ

 

동필이한테서 뺏어온 꽃화분을

분갈이 세번 할때까지 고이 기르고,

동팔이가 뽀대난다던 스포츠카 브로슈어를 모으고,

양복은 넥타이가 포인트라는 동필이의 한마디에

넥타이만 한가득 사대면서도

자기 마음을 몰라서 놓쳐버린 동필이를 보면서

후회하던 유변호사가

동필이의 이별 소식을 듣고 

구차한거 찌질한거 신경 안쓰고 동필이한테 

무조건 직진! 하는 것을 보면서 참 짜릿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답게(!)

말빨하나는 죽여주는 유변호사님.

동필이 말할 틈을 안줌 ㅋㅋㅋㅋ

 

사내정숙 권시진대표만큼은 아니지만,

유변호사도 저 잘난 맛에 살고,

말도 아주 청산유수에 막말 작렬인데

내여자 한정 쩔쩔맵니다.

이뻐 죽죠.

어우 이런 남주 넘 좋아요♡

 

아니 근데 동필이가 너무 착해요..

나라면 그간 했던 막말때문에라도 좀더 맘고생시켰을거같은데.

그래도 조금씩 언급할 때마다

자기반성하면서 동필이한테 절절매는 유변호사태도에 

제 맘이 좀 풀렸네요. 흥.

 

거기에, 아쉬운건 

나중에 유변호사가 너무 꼰대스런 말을 많이 했다는거..

사시 패스하고 변호사 된지 2년차 된 동필이한테

일하지말고 집에서 내가 버는 돈이나 쓰라니...

이건 좀 충격이었어요.

거기에,

30대 초반의 여조가 노처녀라고 결혼에 목메고

퇴물취급받는것도 조금 충격.

아니, 이 책이 2011년 출간이긴 한데, 

10년 전에는 이정도로 가부장적인 남자가 로설 주인공이 될수 있나??

싶어서 좀 놀랐는데,

생각해보니 그때는 지금보다 더하긴 했구나..

결혼 안한 30대 여자에 대한 편견도 이정도 였구나..

새삼 세월을 실감했습니다. 

 

개그코드도 넘 취저라

중간중간에 현웃 터지기도 하고

광대 승천는 기본이었고..

서브 커플이 살짝 별로긴 했지만.

(우리 동필이가 어때서! 상처나 주고!)

그래도 둘을 이어주는데 나름 공헌했으니..

서브 커플 이야기도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가 저의 가슴을 때립니다.

"이번에도 아들이면 난 집 나갈 거에요."

"같이 나가자"

"애 셋 잘 부탁해요. 당신은 나 없어도 잘 키울거야."

 

※ 이북으로는 외전이 좀더 추가되었나보네요!

유지홍시점의 결혼식 버전인가봐요.

아,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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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여름. 일형.

재수 없는 부모 사이에서 살아남은 운 좋은 아이.

그게 나였다.

 

다 늙어서도 어린 손자새끼를 위해

물질을 놓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랑에 기대어 무럭무럭 자랐다.

 

 머리는 좀 나빴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태권도 도대표로 시합도 나갔고

상도 제법 탔다.

적당히 무료했지만 평온한 일상이었다.

 

체육관 근처 정육점집을 하던

서영오네 아버지가 찾아와 행패를 부렸을 때, 

나는 왜 나를 싫어하던 그녀를 막아섰을까.

그녀, 서영오가 내게 입술을 붙여온 순간 알았다.

그녀는 나를 싫어했던게 아니구나.

 

"나 너 안 좋아해." 

"...알아."

"나도 너 안 좋아해."

 

남자 보는 눈 하고는.

 

세상은 고아새끼한테 더 냉정했고,

나는 그런 세상에서 온전히 버텨내지 못했다.

그렇게,

내 유년시절의 짠기 가득한 해동과 너는 

이제 더이상 만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고작 나 좋다는 계집애 하나 떼어 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

 

26살 가을. 영오.

네가 사라진 세상을 하나 변한게 없다.

너를 범죄자라 매도했던 사람들은 승승장구했고,

너만이 사라졌어.

 

나는 아직도 후회해.

너를 지켜보지만 말 것을.

옆에서 함께 악다구니라도 쓸것을.

 

그랬다면 너는 손에 흉터 하나 없이 

예의 그 티없는 웃음을 짓고 있겠지.

 

힘든 고학생이었던 내게 

자꾸만 작위적인 행운이 다가 오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만큼 힘들었던 내 젊은 날,

거짓말 처럼 너를 다시 만났다.

 

포기와 체념은 내 전문분야였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노력해도 놓을 수 없는 게 있었다.


해동. 겨울.

"오랜만이야. 누나."

 

나를 말랑하게, 자꾸만 잘 살게 만드는 따뜻함이 싫다.

자꾸만 나 스스로를 쪽팔리게 만드는 서영오.

그런데 뒈지기 직전엔 왜 자꾸 네가 보고 싶은건지.

 

13년 전이나 7년 전이나,

바보 같은 서영오가 내게서 떨어지길 바라서 

그 지랄을 떨었었다.

지금이라도 바라는 대로 됐으니 잘된 일인데,

왜 이렇게 기분은 엿같은 건지.


 

영오와 일형.

오랜시간 돌고돌았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그 순간들이 

그 때 그들의 시점으로 그려져서 

더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어린 고아에게 

과분한 사랑을 나눠주던 해동 사람들에게,

바보같이 자신을 사랑한 영오에게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도망쳐버린 일형..

 

팍팍하고 빈곤한 현실에도  

그렇게 놓쳐버린 첫사랑을 잊지 못해

그를 찾아 헤맸던 영오...

 

한결같았던 영오의 사랑은 

어김없이 겨울을 함락시키는 봄이 되어 

일형의 차가운 세상을 녹입니다.

 

일형은 그의 인생의

단 하나, 봄과 같았던 존재였던 영오를

나같은 쓰레기와 엮이지 말라고 밀어냈지만,

일형을 몰랐나봅니다.

 

영오에게도 일형은 봄이었던 것을.

 

작가님의 후기에 씌여진

"네가 봄이라는 걸

너만 모른다"

는 일형이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형아, 너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걱정없이 해동에서 영오랑 행복해.

라고 말해주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백만수르 백만수관장님,

영오 정육점 공해숙 여사님,

영오 동생 지오.

그리고 

신빨 떨어진 이보살님.

(화합부적 나이스!)

막무가내로 행선지 변경해버리는

수다쟁이 황택시기사님.

그리고...해동의 여러 이웃들.

 

이들이 있기에

일형은 해동에서 영오랑 더욱 행복하게 살겠죠.

외로웠던 지난날 다 잊고 

일형이가 행복하길 그저 바랍니다.

 

일형이의 여자친구였던 말자씨의 명언 하나 남깁니다.

 

"좆같은 일이 있으면, 꿈 같은 일도 있는거제. 

그러니까 다들 뒈지지 않고 악착같이 사는 거 아니겄어."

"그놈 한테는 네가 꿈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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