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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남주 : 리건 에스펜서 - 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한없이 방탕하게 살아오다 잉그리드를 만나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며,
그 와중에 상처도 주고 몇 배로 상처받는, 미워할 수없는 매력적인 남자. 매우 잘나고 매우 잘생기고 매우 잘한다.

- 여주 : 잉그리드 파르네세 - 명문가 파르네세의 딸로 태어나 사교계의 디어(Deer)로 칭송받았으나, 정작 약혼이 파기된 것만
여러번,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처음으로 반항하고, 자신의 남편으로 리건을 낙점한다.


Review

동양에는 욱제임금이 있다면 서양에는 리건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남주가 아내 잘만나 갱생되는 점에서,
그럼에도 그 그지같은 성격은 여전히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둘은 흡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 이 작품을 시작했을 때,
1권부터 위기가 왔습니다.
전권 다 구매했는데..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도 나의 불호 요소를 감안했어야하는데..하는 후회도 있었죠.
커뮤니티에 하소연 글까지 쓸 정도.ㅋㅋ

여주 잉그리드가 너무 별로라서였어요.
일면식도 없는 남주 리건에게 다짜고짜 청혼을 요청하는 그 뻔뻔함..
모든 이들에게 우러름을 받는 고상하고 우아하고 착한 캐릭터인가 싶었는데
또 이렇게 계략을 꾸며서 남주를 자기 목적을 위해 옭아매는 게 악녀캐릭터였나?
싶다가도 또 리건에게 상당히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살짝 얘 뭐지? 도른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혼란했죠.

리건이 쓰레기 중에 상 쓰레기라고는 해도
리건에게 있어서 잉그리드와의 결혼은 그냥 지나가다가 돌 맞은 격 아닙니까...
싫다 싫다 하는 사람이 여론과 사람들의 편견에 몰려서 결국 잉그리드와의 결혼을 받아들이는
그 상황이 좀 싫었던 것 같아요.

잠깐 쉬었다 읽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덮어두었던
사이사이에 자꾸 리건이랑 잉그리드가 생각 나더라구요.
이미 저도 불호다 싫다하면서도 감겼나봅니다.
그렇게 2권..3권.. 새벽 동틀때까지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ㅋㅋㅋ

보통 로설은은 여주에 이입해서 보는데요,
이 작품은 지문이 전지적 작가시점과
리건의 1인칭 시점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전개가 되는데
그래서인지 리건이 잉그리드에게 빠지는 것처럼
저도 점점 잉그리드에게 빠져들었어요 ㅋㅋ
마지막권 쯤 가서는 잉그리드가 너무나도 요망하고.. 요망하고.. 너무 예뻐보였습니다.
사슴이 아니라 여우였어요 여우!!

리건의 독백과도 같은 지문들은
자기가 쓰레기라는 자신의 처지를 신랄하고 찰진 욕과 함께 매우 잘 파악하고 있어서
더 욕할 필요도 없이 고개만 주억거리면서 읽게 만들더군요 ㅋㅋ
오히려 욕설이 난무하고
의식의 흐름과도같은 지문들은
약쟁이 리건의 혼란한 정신세계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아서
너무 절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어요.

이렇게 사는 내가 싫어서 바뀌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그게 되지 않아 너무 답답하기만 한 그 심정..
내 앞에 이 사람은 너무 아름답고 밝은데,
그 반동으로 내가 너무 비참해지는 심정.
차라리 삐뚤어져버리자, 망가져버리자.
나는 원래 이런 놈이니까.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너무 절절하고 안타까웠어요.
뭔가에 중독된 적은 없지만,
정말 중독된 사람들의 심경은 이렇지 않을까 대리체험하는 느낌이었어요.

불호요소였던 잉그리드도 나중에는 이해가 갔어요.  
똑똑하고 두번의 사랑에
세상 다 산것같았던 아가씨였지만
고작 18살이었고, 그 18년의 경험이 전부였던,
많이 사랑받고 인정받았던 만큼
자신감 넘쳤던 철부지 아가씨.

그런 아가씨가 감수할 수 있을거라 여긴 상황이
막상 닥쳐오자 그에 당황하기도 하고
상처 받으면서도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기도 하는,
그렇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저는 이 작품이 리건의 개과천선만은 아닌
잉그리드 역시 자기의 좁은 세상을 깨고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치고, 깨지고 그럼에도 서로를 끌어안는
불완전했던 두 사람에게 더 이입하고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밤사교회, 에스펜서가의 사람들,
파르네세들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더더욱 이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였던거같아요.
특히 파르네세들의 남매들이 참 부럽더라구요.
잘 자란 현실남매들 같았어요 ㅋㅋ
밤사교회의 회원들의 후일담 같은 얘기들도 재밌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종착역인 흰사슴 역을 지나
외딴역까지 왔습니다.

작가님의 찰진 지문들과 필력으로
저는 취향을 개조당한 느낌입니다.

문란남을 옹호하고 똑똑이 여주가 불호였다니..

심지어는 자꾸 생각나서
개인지 주문을 고민하고 있다면야 말 다했죠.ㅋㅋ

다시한번 처음의 불호요소를 이겨내고
완독한 나자신 잘했다 칭찬해주고싶어요.
다 읽은 지금은 완전 극호! 입니다. ㅎㅎ


한줄평

불완전한 사람들의 완전한 사랑 이야기.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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