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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임주헌

적호 기획 경영전략팀장. 3년 전 전처와 사별 후 현재의 아내 강은과 재혼했다.
근사한 외모에 냉랭한 성격.
하지만 강은에겐 다정하며 사려 깊은 남편일 뿐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여주 : 최강은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선 자리에서 만나 주헌과 결혼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맡은 바 소임을 꿋꿋이 해내는 노력파. 하지만 과거, 마취약에 의한 사고 이후 신경안정제 계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주헌을 사랑하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 리디북스 발췌


장마까지 D-29일.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름, 장마철은 참 신기한 계절입니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뜨겁다가도,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면
종전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추위가 엄습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두 전선의 맞부딪침으로서 발생하는 '호우'처럼,
그들의 충돌은 곧 그들의 사랑에
큰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뜨겁고 질척하게 얽히면서도
동시에 차갑게 식어가기도 합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여주 강은은
선으로 만난 적호 기획의 경영전략팀장 남주 주헌과
결혼 2년차입니다.

맞선 이전에 우연히 만났던 둘은
호감을 느꼈고,
그대로 일사천리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됩니다.

 

안정적인 직업과
부족할 것 없는 삶.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둘의 관계는 더없이 안정적이지만,
그 이면을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의 일에 터치하지 않고
굳이 밖에서 겪은 일들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사이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존재합니다.

주헌은 강은이 환자와
어떤 트러블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강은은 주헌이 왜 같이 있다가도
갑자기 뛰쳐나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임주헌. 그와 결혼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그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실내,
그의 입맛에 맞춘 음식."


강은은 항상 일이 우선인 주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맞춰가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 역시 온전하지는 않습니다.
꼭 주헌에게 밉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들었던 강은의 사랑.


"어째서 나는,
사후피임약을 스스로 처방해
비치해 놓은 걸까.


왜."

강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질문만 되뇌이며
주헌에게 어떤 곤란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욕심 부리지 않는 착한 아내로 남고자합니다.

"보채지 않는 여자.
캐묻지 않는 여자.
한걸음 물러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여자가 바로 최강은이었다."


주헌역시 강은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호의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그저 그녀의 성격인양 오해하고 맙니다.

사랑앞에서 건조하고
욕심안나는 사람이 어딨다고..

사랑하는 강은과의 미래를 위해,
주헌은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자 움직입니다.
강은은 모르게.

그러던 차
강은은 병원에서의 환자와의 트러블이 발단이 되어
제주도의 병원으로 좌천되어 파견근무를 가게 됩니다.

주헌은 처음으로
강은의 파견근무에 반대의견을 내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냉전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주헌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강은은
파견근무를 간 제주도에서
자신이 도망쳐온,
같은 과인 과거의 연인을 만나게 되고
묘하게 눈이 가는 시한부 말기 암환자를 맡아
통증치료를 하게 됩니다.

싸우고 떨어져 지내게 된
강은이 신경쓰인 주헌 역시
제주도에 자신의 과거가 있음을 알게 되고,
주헌은 긴 휴가를 냅니다.

그렇게 강은과의 현재를 위해,
그 현재를 안온하게 지키기 위해
과거를 정리하려고
제주도로 향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았던..

각자의 과거를 조우하게 됩니다.


그렇게나  감추고 싶었던 과거였지만
서로에게 진심으로 부딪칠수록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어버리는 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혼란스러움.
분노. 화.
서운함.

결국 주헌이 선택한 것은
그 모든 질척이는 감정들을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 가두어버리는 것.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강은이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어 버리고
강은과의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안돼... 나는 되고 너는 왜 안 되냐고 욕해도
난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강은은 아니었습니다.

주헌의 과거사에 대한 변명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헌 씨도 나를 버렸어요.
죽어가는 나를 두 번 죽였어."

절실히 필요했던 과거의 순간에
연인에게 외면받았던 강은의 상처를
주헌이 한번 더 반복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

강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절실한 마음으로
주헌에게 고백합니다.

"잊을 수 없다면, 덮는 수밖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그것을 덮어 두껍게 감추는 수밖에."

그녀가 부딪쳐온 진심에 덮어버림을 선택한 주헌.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강은을 감싸고자 하지만,
강은은 강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저는 주헌의 행동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필생의 용기를 다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을 강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선택한 행동이 고작 회피라니..

두려워하던 사람이 애써 용기를 냈지만
그 용기에 대한 화답이 없을 때는
오히려 더 두꺼운 벽을 세우고 말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강은은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둘만의 세계에 안주하고자 했던
주헌의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주헌을 더이상 받아들일 용기를 낼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주헌은
자신의 과거와 강은의 과거라는 시련에
오답을 내놓습니다.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듬고 극복해야하는 것임을
주헌은 몰랐던 것이죠.

그 오답의 대가처럼 주헌과 강은은
긴 시간을 떨어져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한차례의 호우가 지나고


돌고돌아 다시 호우의 계절에 만난 두 사람은
또다시 비에 젖어버린 서로를 조우합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두사람은 서로를 올곧게 바라보게 됩니다.

"나를 봐줘요. 주헌 씨가 봐줘요. 하나도 빼지 말고 모든 걸 봐줘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한번 호우가 쏟아진다 해도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서로가 젖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흠뻑 젖더라도 서로가 옆에 있을테니까요.

사랑은 역시 감추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작품이 말하는 큰 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단권소설이었지만 제게는 꽤나 여운이 있었던...

장마철이 지난
청명한 가을하늘을 보면서 읽어 다행이다 싶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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