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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이언조

웨스턴 바 사장 / 소유욕이 강한 남자, 까칠한 매력이 돋보이는 남자, 상처 있는 남자, 바람둥이

- 여주: 윤서진

착한 여주인공, 일편단심녀, 당찬 여주인공


망나니, 개차반, 양아치 이언조.

있는 것은 돈과 시간. 그리고 여자를 홀리는 외모.

술마시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

명함이라도 하나 내세우자 싶어 만든 바에서 친구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연일 파티를 여는 나날..

언조는 주변에 항상 가득한 사람들로 부족함없이 지냅니다.

 

10년만의 동창회,

친구 승오가 고딩시절 자신의 순정을 뻥 차버린 여자애,

지영을 보겠다고 끌고 간 그곳에서

지영의 옆에 묻힌듯 서있는 여자. 서진을 만납니다.

그리고 남자들만의 치기어린 호승심.

"안녕."
"나, 기억나?""
-언조

 

정공법으로 지영에게 다가가는 승오와는 달리,

서진에게만 아는 척을 하는 이남자.

장수를 노리려면 그 말을 노리라 했던가요.

 

지영은 이런 언조를 알아채고는 못마땅해 뾰족한 가시를 세웠지만,

언조는 이제 승오가 아닌 지영과 서진을 놓고 게임을 시작하고 맙니다.

누가 봐도 자신을 좋아하는 티가 나는 이여자.

게임은 너무 쉽게만 흘러갑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언조는, 지금부터야."

-서진

 

단지 사람 마음을 놓고 벌였던 유치한 장난이었을 뿐인데..

그녀, 서진은 언조를 똑바로 바라보고 다가오는 여자였습니다.

 

진심으로 부딪쳐 오는 그녀를 피하고자 했지만.

그녀의 커피향기,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도 이제는 점점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그녀를 알아 갈수록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았던 마음이 생겨납니다.

이 생소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럽지만...

이 감정은 이언조, 이 남자를 점점 달라지게 합니다.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던 그녀. 윤서진.

10년만의 동창회.

그 시절의 첫사랑이었던 이언조와의 우연한 만남.

자신을 기억하냐는 말에 서진의 세상이 흔들립니다.

 

그에게 풋정을 품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

서진의 연애의 기준이 되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곁을 맴돌았던 그 남자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자신이기에 그 마음도 평범해질까

다른 여자애들처럼 언조를 좋아하는 티 한번 못냈던 자신인데.

그런 그가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걸다니..

그녀는 동창회 이후 울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서진에게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던, 감히 다가갈 수 없던 사람이

그녀의 곁을 맴돌다니..

그는 여전히 멋졌고, 10년 전의 감정이 소환되기라도 했는지

서진은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듭니다.

 

그러나... 

그녀도 알고 있습니다.

더 사랑하기에 보이는 그의 마음.

그는 서진의 마음보다 한참 더딥니다. 

이 둘의 어긋난 속도를 서진은 감내해내고자 했지만,

그 한계가 목끝까지 차오르면서

이미 끝이 뻔히 보이기만 합니다.

 

서진은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 이 사랑을 지켜낼지, 

아니면.

끝내 현실을 직시하고 이 사랑을 멈춰야할지.


라페스타, MP3, 배터리 교체형 핸드폰, 일산 호수공원, 홍대...

이 책의 초판 출간년도가  2011년임을 감안했을 때,

책을 읽어가며 그 시절을 소환해가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슴 한켠에 자신의 연애 기준으로 남아버린 첫사랑과 조우한 여주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읽는 내내 설렜고,

그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갖은 용기를 끌어내 다가가는 서진이 기특했습니다.

오랜만에 올곧고 지고지순한 여주를 만나니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애 초반의 설렘뿐만이 아니라, 

연애를 시작하면서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더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감정적 을이 되어가면서

그녀가 느껴가던 감정들도 생각보다 현실적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현실 연애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또한

숱한 연애를 거쳤지만 피상적인 연애에 그쳤던 남자가 단 한번,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 

그 감정을 부정하고, 다시 인정하기까지의 과정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후회남은 몸만 큰 금쪽이...여주는 남주한정 오은영쌤...)

 

남주인 언조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이 놀림감이 될까봐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을 인정해 버리면

지금껏 구축해왔던 그의 세상이 뒤집혀 버릴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감정을 대면하기 두려웠을 이 남자의 방어기제였겠죠.

 

얄미운 여자 조연 역시 불쑥불쑥 나타나서 

작품의 감칠맛(!)을 더했고, 

그들의 친구들 역시 그들의 연애사에 톡톡한 몫을 해냅니다.

 

게다가 이북 외전에서는 

그들 친구들의 으른 연애 스토리까지..!!

이북 외전 안읽었으면 이 책을 끝맺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콘판나."
"그거 드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
달콤한 크림 때문에 방심하고 있다가 아주 큰코 다치거든요.
그래도 드시겠어요?"

-서진/언조

 

달달한 크림 뒤에 숨어있는 쓴 에스프레소 같았던 둘의 사랑.

어쩌면 ,

그들은, 우리들은

그 달콤함을 맛본 기억으로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견뎌내는 사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조의 말처럼, 서진의 신념처럼

달콤한 크림 뒤에

어쩌면,

쓴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더욱 더 달콤한 에스프레소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저는....쓴 에스프레소 당.첨. 아..쓰다...ㅠㅠ)

 

어떻게 보면 지금의 후회남의 기준에서는 조금 못미치는,

그저 생소한 감정의 부정으로 사랑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던 남주었던 이언조.

그리고 그런 그를 품어주었던, 곧게 그를 바라보았던 서진.

 

크나큰 사건 없이 오롯이 둘의 감정에 집중된,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을 소환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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