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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태선우(33)

혁신전략실 팀장. 수려한 외모와 특출난 능력을 겸비한 남자. 하지만 정중한 낯 이면에 도사린 건 어둡게 뒤틀린 본성이다. 차예서의 서툰 도발에 장난처럼 응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녀와의 유희에 깊이 몰두한다.

*여주 : 차예서(28)

혁신전략실 대리. 겉보기엔 무심한 미인이나, 평생을 피학적인 욕망에 시달린 여자. 태선우의 뒤틀린 본성을 인지한 후 그를 욕망하고, 도발한다. 태선우를 통해 파괴적인 해방감을 맛본 이후론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든다.

- 출처 : 리디북스


나쁘지 않은 머리와 외모, 원만한 사회성.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법한 평범한 사람. 

그런 차예서의 평범한 가면의 이면에는,

왜곡된 욕망이 존재합니다. 

 

"타인에게 짓밟히고 싶은 자기 파괴적인 욕망"

 

이 욕망을 받아들였지만 해소할 곳을 찾지 못하던 차예서는

지루하고도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 좋습니다."

 

새로 부임한 팀장과의 회식에서, 

차예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특이한 이상형을 말하는 남자,

태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차예서는 태선우가 자신과 비슷하게 뒤틀려 있음을 감지했고,

태선우를 도발하기에 이릅니다.

 

"실은 궁금하시잖아요. 저를 괴롭히면 어떤 얼굴을 할지."

"난 차예서 씨 순진한 상상보다 더럽고 난잡할 텐데, 

감당할 수나 있겠습니까?"

 

사적인 영역을 배제한 채,

오로지 둘만의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던 플레이.

 

그 짜릿한 일탈에,

더는 숨기지 않아도 되는 가학과 피학성 사이에서

둘은 충족감과 안온함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사감이 섞여들어가고,

서로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욕이 피어나는 순간, 

안온했던 둘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사적인 영역을 배제하고 SM 플레이만을 추구하던 둘은

점점 서로의 플레이 외적인 영역까지도 침범하게 되었고,

차예서는 이 매력적인 남자에게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맙니다.

태선우도 곧 차예서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게 됩니다. 

 

감정없이 즐기고자 했던 관계에 끼어든 사랑이라는 감정은, 

곧 둘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두사람의 사랑의 방식은 서로의 성향만큼이나 달랐습니다.

통제로서 사랑을 확신하는 태선우와,

종속되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최우선이 되고싶어하는 독점욕을 보이는 차예서.

 

비틀린 두사람의 연애는

곧 그 끝이 이별일지, 또 다른 시작일지 모를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소프트한 BDSM과, 섹텐, 그리고 미묘하고 치밀한 감정선까지 꽉 차있다보니

단권임에도 페이지를 넘기는 게 좀 오래 걸렸던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꽤나 현학적인 표현들도 많았구요. 

쉽게 읽히는 문체는 아니었습니다. 

 

태선우와 차예서. 

상반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성향을 알아봐주고, 기꺼이 수용해주는 서로를 만나서

항상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그들의 욕망에 충실하는 모습들은

사실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연애라는 것은 한겹 벗겨낸 민낯의 자신을 

상대방에게 허용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피학적 성향의 차예서와

가학적 성향의 태선우라는 꼭 들어맞는 관계.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그들에게 꼭 맞는

찰떡궁합인 서로를 만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가 끝난 후의 태선우처럼

애프터 케어가 저렇게 녹을 듯이 다정하다면, 

태선우와 가학적인 플레이를 하는

차예서의 마음도 이해가 갈 정도였습니다. 

 

가학적인 행위와 다정한 뒤처리.

이 간극에서 오는 감정의 파고는

꽤나 자극적일 것 같으니까요. 

 

둘의 플레이가 계속 될수록

둘은 서로의 사생활에까지 서로를 들이게 되면서

감정까지도 피어오르게 되는데요.

 

이 젊은 남녀들 정말..

일터도 같고

플레이도 함께 하고,

비밀도 공유하고.

이런 상태에서 정분이 안나기란 쉽지 않은데

뭘 믿고 단순히 플레이 관계일 뿐이라고 했는지 원...

 

이 책의 결말을 보자면 

아름다운 장면과 분위기로 포장되었지만

어쩌면 제 삼자의 눈으로 보자면

이기심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얽어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결말이었는데요. 

 

둘이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를 향하게 된 이상,

이 둘이 구축한 세계는 더욱 견고해졌을 뿐이고,

그로 인해 포기한 외적인 것들은 타인의 눈에나 아쉬운 것이지

그들에게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둘은 다른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BDSM이라는 특별한 성향을 가진, 

그렇지만 보통의 열렬히 사랑하는 그런 연인들이었습니다.

 

거기에 외전에서 남주 시점까지 완벽!

 

흥미로운 소재에 감정선까지 촘촘했던, 

특이한 성향을 가진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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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 : 아슈르 

아르지헤움에 새로 온 사제. 타고난 신성력이 강해서 기도 효험도 어마어마하고, 끝내주게 잘생겼다.

모종의 이유로 순결 맹세를 했다.

 

- 여주 :  헤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 재봉사 아가씨. 재능은 있지만 번번히 다른 사람에 의해서 좌절되는 꿈 때문에 괴롭다.

그럼에도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당차게 미래를 꿈꾸는 야무진 성격이다.


"흐으윽, 추워, 도와줘, 추워......"

"코가 너무 차가워, 나 좀 도와줘."

 

이 이야기의 시작은 위의 불쌍한 말에 귀를 기울인

여주 헤더의 동정심으로 시작됩니다.

아니,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만든

출품 드레스를 갈기갈기 찢겨버린 날,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게 한

그녀의 불행이 그 시작이었을까요.

갑자기 나타난 손바닥만한 핑크 코끼리의 등장에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말이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코 가리개는 처음이야."



코 쓱-

오늘 하루는 엿같았지만 그래도 좋은 일 하나는 하는구나.

나름의 위안을 가지고 돌아서는 헤더에게 

난데 없는 축복이 떨어집니다.



"보답으로 대륙 최고의 미남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해 줄게."


응??

이런 축복,

원하지도 빌지도 않았는데...??

나는 사랑의 신이니까!

신의 축복은 이렇게나 뜬금없이 헤더에게 내려집니다!


신이 지목한 대륙 최고의 미남은 

아슈르라는 젊은 사제였습니다.

그것도 순결맹세를 한.



요 이기적인 신은 자신의 축복성공률을 위해

신의 힘을 사용하여

상황을 조작해(!) 헤더를 아슈르에게 갖다 붙입니다.

둘이 뜨거운 사랑을 나눌때까지!



아슈르 역시 뜬금없이 나타난 헤더의

물리적, 정신적 육탄공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던 부동심이

자꾸만 헤더앞에서는 흐늘흐늘해지고 맙니다.

자신이 구축해놓은 견고한 세상이 

그녀를 만난 뒤로 성욕으로 점철되어 엉망진창이 되어갑니다.


결국 헤더는 반복되는 핑크코끼리, 포링의 농간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더이상의 파렴치한이 되기 전에

아슈르의 침실로 숨어듭니다.

 

"저한테 딱 열 번만 박았다가 빼요. 

그러면 다음 부터는 사제님 절대로 안 건들게요."

"저를 더럽힌 오늘을 기억하고, 하아...... 평생 자책하세요."

 

헤더와 아슈르, 

포링이 원하는 대로 하룻밤을 보냈으니,

사랑의 신인 포링의 저주같은 축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제와 재봉사.

어울릴 수 없는 조합에

금욕과 성욕.

철저히 대비되는 욕구가 맞붙는 이 작품은

전혀 그 두 주인공의 번뇌에는 아랑곳않고

둘의 번뇌의 원흉인 포링처럼

분위기가 시종일관 밝게 진행됩니다.

 

동정 연하남,

그것도 순결맹세를 한 사제가 

본능에 무력하게 굴복하며 

배덕감에 눈물을 흘리는 씬에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뻔뻔한 포링의 등장과,

헤더의 인류애적인(아직까지는!) 희생

등등을 생각하며 보자니 

이토록 웃길 수 있구나...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안돼돼돼.. 하면서 우는 동정 연하남이라니.

내맘 속의 S를 건드리... 흠흠...)

 

"좋아......

나는 털이 없고 색이 예쁜 드래곤과 혈투를 벌이러가는 거야.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한 번 승리한 전적이 있으니 겁낼 것은 없어."

 

그런 작품의 분위기에는 여주 헤더가

큰 역할을 합니다!

 

어쩌다 걸린 저주같은 축복에도 

큰 삽질없이 깔끔하게 수용할 건 수용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사이다 같은 여주였기에,

게다가 용어 사용(!)부터, 침대에서의 당당한 행동이

동정남 아슈르를 축복의 길로 잘..

인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ㅋㅋㅋ

 

핑크코끼리와 헤더의 티키타카,

헤더와 아슈르의 티키타카도 너무 좋습니다!

 

그래도 나름 대들다가도 꿈틀하면

나름 신이라고 해코지 할까봐 탈룰라급 태세전환도,

축복의 해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헤더와 아슈르의 서로의 취향에 대한

솔직한 대화도 

이 작품의 재미에 한몫합니다.

 

아쉬운 건...

헤더와 아슈르의 뒷얘기를 더 보고 싶은거랄까요??

이대로 끝난 결말도 

충분히 미래를 예상할 수 있지만,

좀 더 그들의 후일담을 엿보고 싶네요.

포링과의 악연은 정말 끝인지..(!)

헤더와 아슈르는 포링의 축복대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

 

이상, 

선의는 아무에게나 베푸는 게 아니다(!)

 그래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까칠한 동정연하남은 옳다(??)

의 교훈을 얻었던 "덮치고 싶지 않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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