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유일한 재주는 여자. 

내가 가진 매력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인생은 나름 즐겁다고 생각했다."

 

삶의 의미, 보람, 열정, 꿈.

남주 전세계의 인생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이 23세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인생이 재미없는 남자에게

여자와의 연애는 생계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런 전세계가 제안받은 혹할만한 제안.

 

"계약일로부터 100일.

다만 갑이 계약 종료 이전 사망할 경우 계약은 

종료되며 계약금은 반환하지 않는다."

"계약과 동시에 계약금 3억을 지불하며,

10일 기준으로 300만원씩 추가지급."

 

신문에 "남자친구 구함" 공고를 낸 여주 은제이에게 

전달받은 구체적인 계약서의 내용은

연애를 비지니스로 삼아 살아가는 남주 전세계로 하여금

큰 고민 없이 서명을 하게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고.

 

"'갑'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계약은 종료된다."

 

그렇게 시작된 100일간의 계약연애.

전세계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호언장담하며

여느 때 처럼 이 비지니스에 최선을 다하리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죽는 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게 참 안타까워."

 

튼튼한 심장 빼고는 다 가진 여자 은제이.

그 하나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녀는,

죽기 전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할 남자친구를 구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 느끼고, 나누고자 필사적입니다.

 

큰 돈을 대가로 받게 된 전세계의 마음의 준비가 무색할 만큼,

 은제이의 버킷리스트는 매우 '작은 일' 입니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일. 

 

그 일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물에 빠진 각설탕이라고 생각해."

각설탕이라는 인생의 단맛이 녹아 없어지기 전에,

우리는 단물을 모아야한다고. 벌이나 나비처럼.

 

인생의 마지막에 선 그녀는

마지막까지 달콤함만을 남기고,

그 달콤한 기억만을 가져가고자

하루하루를 전세계와 알차게 채워나갑니다.

 

그런 그녀의 엉뚱하지만 따뜻한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해치워 나가면서

전세계는 점차 은제이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었던 죽음과,

그로인해 더욱 선명해지는 삶에 대한 애착.

 

전세계는 이제 은제이에게서 받았던 

계약금 3억원을 돌려주고만 싶어집니다.


제목부터 이미 가슴아픈 사랑이

예상되었던 책이었습니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신청한 서평이었는데요.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20대 초반의 두 젊은 주인공들은 

그때의 젊음 특유의 어리석음과, 유쾌함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대화해냅니다.

 

이미 끝이 정해진 인생,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여주는 

생각보다 담담했고,

그런 여주의 계약 남자친구 역할을 하는 남주는 

무심하리만큼

그녀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에 올리고, 놀립니다.

 

뾰루지가 난 얼굴때문에 난리 법석을 떠는 제이에게

세계는 곧 죽으면 썩어질 얼굴에 뭘 그렇게 유난을 떠냐는 식.

 

다가오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가볍게 입에 올리면서도

그 죽음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는 두사람의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고, 또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그 둘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고했던 제이가

훗날을 기대하며 약속하게 되고,

 

되는대로 살아왔던 세계가 

경솔하게 자신을 팔아왔던 과거를 반성하게 되는 것은,

 

 둘이 살았던, 서로 달랐던 세계가

점점 서로의 색으로 물드는 과정으로 보였고, 

 

그들의 투박하고 사차원적인 대화 사이에는

어느새 애정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기까지

죽음과 삶, 인생에 대한

전세계와 은제이의 대사들, 지문들이

가슴을 울리는 대목들이 많아서

읽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하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역시나 눈물도 살짝 났습니다.

 

시한부 여주와 그를 지켜보는 남주..

이미 끝이 정해져 있었던 것을 알지만,

안 울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두 사람이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이별을 맞이하다니.

 

그래도, 작가님이 마지막에 숨겨두신 

작은 반전(!)때문에 

후련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내 패딩 돌려주는 걸 제일 먼저 적어야겠다.
죽을 거면 돌려주고 죽어."

"미안하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아. 
 역시 겨울엔 추우니까 패딩을 수의로 입을래."

 "화장터에 들어가면 더워. 패딩 필요 없을걸."

"그건그래. 우히히히."

 

전세계, 은제이.

책 어느 내용을 펴봐도 사랑스러운 두 청춘들.

종종 그들을 만나러 이 책을 펴들 것같습니다.^^

 

※ 본 서평은 '팩토리나인'이
로사사에서 진행한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