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주 : 장운.
사화로 인해 누명을 쓰고 노비가 된 남자.
도망쳐서 다시 비상하고 싶지만, 여은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갈등한다.
입은 험하지만 사실은 다정남. 여은을 놀리고, 그녀가 펄펄 뛰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 여주 : 여은
가족을 잃고 하루아침에 과부가 됐다.
어린 여종인 깨금이와 노비 장운에게 의지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집안의 유일한 사내인 장운이가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지가 되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하다.
-리디북스 발췌
엎친데 덮친격.
이럭저럭 잘 살고 있던 여은에게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송사에 휘말린 서방님이
매를 맞아 죽은 것을 시작으로 가세가 기울어
있는 재산들을 팔아 연명하기를 여러해.
시부모마저도 객사하여 시체도 찾지 못하고
여은은 그대로 과부에 홀몸이 되고맙니다.
여인네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가진 전답과 가노들을 팔아 연명하는 와중에
도망 노비로 매를 맞아 다 죽어가던
장운만이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여은의 곁에 남아있게 됩니다.
"같이 있으면 무섭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도망갈까 무섭고."
눈이 먼 어린 여종 깨금이와 여은을 제외하고는
이 집안의 유일한 쓸모있는 일손.
장운은 노비지만 이 집에서 가장 대우받는 존재가 됩니다.
여은은 몸을 추스르고 건장해진 장운이
못내 무섭지만, 또 한편으로는
도망이라도 갈까 무섭습니다.
장운이 도망가면 전답은 누가 일구나!
마님, 여은은 그저 도망가지 말라고
장운에게 백숙도 해주고
반상의 법도도 없이 대거리하는 장운을
어찌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살아갑니다.
"원하는 게 백숙이 아니고, 떡도 아니었다.
좋은 옷과 따스한 잠자리도 아니었다.
그저 여은, 그녀 하나만 품을 수 있다면."
여은의 속내와는 다르게,
마님을 가슴 속에 품은 장운은
백숙이나 해주고 떡이나 주는 마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사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사내 마음도 몰라주나.
"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이놈의 마님을 대체 어찌할꼬."
애초에 노비 출신이 아니라
사화에 휘말려 관노가 되어버린 장운이었기에,
이대로 노비로 삶을 끝내기에는 억울하기만 합니다.
야밤을 틈타 대문을 나서기만 하면 될일,
그 쉬운 일을 장운이는 마님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근데 이 마님은
나를 무슨 일이나 죽어라 하는
말이나 소쯤으로 여기니,
장운의 시름은 오늘도 깊어만 갑니다.
"내, 내가 어찌해야 하니?
밥에다 산삼이라도 갈아 넣을까?"
"어이구, 이 답답한 양반아. 사내가 어찌 밥만으로 사오.
주둥이에 밥 말고 다른 것도 넣어 줘야 할 거 아니오."
산삼보다 좋은 그 무엇.
결국 장운의 주둥이에 들어간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마님은 장운이에게 왜 백숙을 해주었나?"
류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내용 전개도 어렵지 않고
큰 갈등이 있지도 않은,
장운과 여은의 귀여운 티키타카가
예전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동백꽃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순수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밀어붙인 장운으로 인해
둘의 관계가 변하고
정분이 쌓여가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지켜보다 보면
조금씩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곳곳에 널려있던 위화감어린 단서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순간이 오면서,
아,
장운이 정말 여은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인생에 꽃길은 여은이 걷고,
저는 그 앞에서 꽃을 뿌리면 가리라."
모든 것을 감수해내는 장운의 사랑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여운이 조금 길게 남았습니다.
외전의 후일담까지도 행복하지만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이었네요.
여은은 장운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장운이 바라는 단 한가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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