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주 :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
이 세상에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원하는 걸 다 제 손안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국왕의 외조카이자 티세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로 대단한 야심가이다.
아름다운 외향에 독니를 감춘 비단뱀같이 화려한 남자.
- 여주 : 클로이 베르디에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에 한 발을 꽉 붙이고 사는 베르디에 자작가의 장녀.
가족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생각하고 늘 제 몫을 다하려 노력하는 외유내강의 귀족 아가씨이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온화한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이 떠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 발췌 : 리디북스
변방의 작은 영지의 안주인 역할을 해오던
베르디에 자작가의 첫째딸,
클로이 베르디에.
그녀의 인생은 체념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깊은 열병이 할퀴고 간 상흔인
불편해진 다리로 주변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고
제 한몫을 다하려 노력하면서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의 행복은
요원할 거라고만 생각합니다.
빚만 잔뜩있는 시골 영지의 장애를 가진 영애라니.
자신은 결혼시장에 나설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은 이 영지를 가꾸는 데 헌신할 거라 지레 체념해버립니다.
이러한 내면과는 달리 클로이를 둘러싼 온화한 사람들과 함께
클로이는 나름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그녀의 조국에 닥쳐온 전쟁의 소용돌이는
클로이의 작은 영지에도 몰아칩니다.
전쟁 영웅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가 이끄는 군대가
클로이가 있는 이 작은 영지에 잠시 머물게 된거죠.
잠시 머물다 가게 되는 바람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클로이.
클로이는 그들이 머물던 어느 저녁,
자신의 창가에서 사령관 데미안의 우렁찬 연설을 듣습니다.
"그 어떤 사령관도 나보다 뛰어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매 순간 증명해 왔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군대에게 승리를 가져다 바치기 위해서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이 티세의 자존심이며 품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들도
이제 내게 말했던 간절함을 증명할 차례다."
듣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그의 연설.
클로이는 자신의 가슴마저도 두근거리게 하는 그에게
큰 감명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직접 만나게 된 그는 달랐습니다.
이른 새벽, 다친 병사들을 위해 약초를 캐려고
절뚝이며 뒷산을 오른 클로이와 조우한 데미안은
클로이에게 신랄한 독설을 내뱉습니다.
자신이 부상병들을 돌본 것은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클로이와
이런 클로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클로이의 주변 사람들이 굳이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던
클로이의 결핍과 현실을 정면으로 그녀의 앞에 쏟아내는 데미안.
그런 날카로운 독설에,
클로이는 그에 대한 첫인상을 대폭 수정합니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독설가로.
그리고 얼마 안 가 그의 군대가 떠나게 되고,
그 길로 클로이는 데미안과의 악연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인연인지 악연인지,
자꾸만 운명은 클로이를 데미안의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그것도 클로이가 굽힐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말입니다.
데미안은 그럴 때마다 얄미울 정도로
아쉬울 것 없다는 느긋한 태도로 일관하며
클로이를 도와줍니다.
그러던 차,
데미안은 하나뿐인 그녀의 동생에게 청혼을 하고,
클로이의 동생은 이름모를 집시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합니다.
한낱 시골영지의 자작 영애와 왕족의 피를 이은 공작.
기울어도 한참 기운 결혼에 청혼한 신붓감은 도망간 상황.
결국 클로이는 데미안과의 결혼을 승낙,
아니 그와의 결혼을 청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공작 부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가 꿈꾼 결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것에 자신의 운명이라면
그 안에서 성심을 다하겠다 다짐하고,
반년여의 방치 끝에
데미안, 자신의 남편의 영지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결국 사랑하게 되고,
공작부인으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갑니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고
나날이 데미안에 대한 애정이 커져갈 때,
클로이는 알게 됩니다.
데미안이 벌인 모든 일들의 전말을.
그리고 결국 그녀는 그에게 최악의 선물을 하고맙니다.
드디어,
김빠님의 연재작
"품격을 배반하다"
가 완결을 맺었습니다.
애정하던 작품을 떠나보내면 항상 헛헛하게 마련입니다.
연재일자를 손꼽아 기다리고,
한화 한화를 곱씹으며 절묘하게 끊기는 마지막에 절망(!)하는..
연재작은 달리는 묘미가 있지요. ㅎㅎ
김빠님의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남주 데미안의 심리가 아주 강렬했는데요.
클로이를 만났을 때부터 거슬렸던 그 감정.
조금만 되돌아 곱씹어 보면 알 수 있었을 그 감정을
이 누구보다 오만하고 잘난 남자는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은 넘쳐나서,
사실 클로이를 원했지만 이를 올곧게 전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조건을 앞세워
클로이를 부차적인 조건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자신이 잠시 흥미를 가진 한 인간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거죠.
그것이 자신이 가진 품격을 배반하는 일. 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데미안은 그렇게 원했던 사냥감,
클로이를 손에 넣게 됩니다.
그녀를 곁에 두면 식을거라 생각했던 데미안의 감정은
하루가 다를 수록 그 크기를 불려가기만 합니다.
결국 데미안은 클로이에 대한 사랑 내지는 소유욕을 인정하고,
자신의 견고한 세상을 제손으로 부수게 됩니다.
자신이 우선하던 가치가 모두 전복되고
가장 가치있다 여긴 것이
사실은 그녀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데미안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도
전혀 비겁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하여 한눈을 팔지도 않았고
그녀를 향한 진득하고도 음습한 소유욕마저도
우아하게 내비칩니다.
이 작품의 데미안은 그야말로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범인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로이 또한 데미안의 짝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입니다!
육체의 약함은 있을지언정,
정신만은 고결하고 강합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포용하며,
또 누구에게나 애정을 주지만
책임질 수 없는 애정을 쏟지는 않습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자.
데미안은 아마도 이런 클로이의 면모를
그 베르디에 영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간파했을 것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지고 싶었을 겁니다.
물론 이 오만한 남자는 처음에는 이를
단순한 정복욕 내지는
사냥에 대한 욕구로 해석했지만요.
높은 이상을 가진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해 줄 수 있는 여자.
그러면서도 그와 대등하게 같은 곳을 볼 수 있는 여자.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게 된 여자.
데미안과 클로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이들이 다스리게 되는 평화로운 그 곳을
이제는 외전으로 만나고싶네요.
이왕이면 19금으로 말입니다......
격정적인 사랑을 했던 두 사람에게
15금의 굴레는 조금 아쉬웠단 말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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