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남궁현/종이책
◆ 비밀을 간직한 그녀, 이자온.
길가에 핀 작은 꽃처럼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
틈틈이 글을 쓰며 밤낮 가리지 않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왼쪽 가운뎃 손가락의 반짝이는 반지는 버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이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내는 광고계의 미다스, 최운.
'비 오는 날의 초대'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브랜드 네이미스트.
불운한 천재 만화가였던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엄마.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추억으로만 남았던 그 집에 자온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제안을 한다.
◆ 슈트핏마저 완벽한 잘나가는 전문 변호사, 지건영.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여자 친구의 절친이었고, 그 다음엔 동창의 애인이었고, 마지막엔 사랑하게 된 자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만 관계.
그는 지독한 인연이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뒷표지 발췌.
"나 한 시간만 잘 테니까 해장국 좀 끓여 주라."
"나한테 왜 이래요?"
"밥값 낼게. 잔다."
...
"이렇게 오는 거 다신 하지 마요. 진짜 하지 마."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나는 무작정 너에게 들이닥쳐 해장국을 요구해도 되는 그런 사이야.
건영은 그렇게라도 자온의 식어버린 마음을 파고들고 싶어합니다.
다소 무례하지만 그만의 방식입니다.
치기어렸던 20대,
자온의 친구와 사귀고 그 연애의 기승전결을 자온에게 모두 보여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창까지 소개시켜준 건영.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제는 도무지 어떤 관계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와 자온의 관계..
건영은 어떤 형태로든 자온의 인생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온은 첫사랑이었던 그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한끼를 차려냅니다.
그러나 그뿐.
그가 식사를 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습니다.
건영은 다만 식사를 차려내고 들어가버린 자온의 방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자신과 마주보며 식탁에 앉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였으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니가 하고 싶은 연애는 어떤 건데?"
"......감정을 아끼지 않고 다 퍼붓는 사랑.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보고 베낀 것처럼 닮은 모녀의 첫사랑.
엄마는 첫사랑에 성공했지만 불행했고, 자온은 지리멸렬한 첫사랑에 끌려다닙니다.
자온이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자온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혼까지 갔던 남자와도 파혼하고 이후 만난 남자에게도 자신의 자식같은 시나리오를 빼앗겨 버리고..
그녀의 마음은 무심했던 건영에게 이미 짓밟히고 무시당한 지 오래인데..
남자에 치일대로 치인 자온에게 이제와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이 남자, 건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결혼 한 척 하려 왼손 중지에 끼운 반지로 자신을 방어하며 헌책방, 술집 알바를 전전하던 자온.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가옵니다.
신기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 발 앞서 대화를 진행하곤 했다.
늘 뻔한 눈빛으로 빤한 말만 해대는 남자들과는 달랐다.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최운.
헌책방 주인의 지인이었던 남자는 자온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몇번 보지 않았지만 자온에게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온이 싸온 음식의 레시피를 궁금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남자.
그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온은 그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합니다.
"4주만, 한달도 아니고 딱 4주만. 저 옥탑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뭐랄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겐 너무 과분한 가사 같지만 부러웠어요."
"뭐가요? 모차르트? 왕자?"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 이 여자 뭐지?
.
.
"제가 그쪽 이름을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두 글자 최 씨에, 완 아니면 운이었던 것 같은데."
"최운이에요."
"혹시 운이 좋으라고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1권 中
어떤 완벽함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최고로 운 좋은 남자" 가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최운.
그의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여자가 있습니다.
지인의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바지런한 품성으로 헌책방을 쓸고닦던 여자.
그녀의 점심으로 싸온 음식을 그에게도 선뜻 내어주는 여자.
그녀만의 삼단 주먹밥, 샌드위치.
그녀만의 커피 레시피.
그녀가 추천했던 스텐 진공컵.
함께 헌책방에서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운은 점점 유부녀인 그녀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이렇게 절대로 이 여자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런 그녀가 제안한 4주간의 동거아닌 동거.
최운씨는 안무섭다고 말갛게 웃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녀가 이사가버리면 영영 인연은 끊기게 되는건데,
운은 그것은 그것 대로 싫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그녀가 있는 생활.
그저 호감이었던 감정이 그녀와 함께 할수록 몸집을 불려만 갑니다.
그녀의 본 적 없는 남편을 질투하면서..
한 번도 여자를 소유의 상대로 여겨 본 기억이 없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한 적도 없다.
정 붙이는 게 두려워 애완 동물조차 기르지 않는 그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2권 中
짧은 4주간의 동거가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로 더 짧아지는 순간,
그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자온."
"미쳤다고 해도 좋은데.......한 번만 안아 보자."
이 작품의 키워드는 "영화" 와 "음식"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행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배가 됩니다.
팟캐스트에서 운과 두겸이 나누던 영화이야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인생이 묻어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또 운과 자온이 함께한 음식에는 그들의 염려와 따뜻함,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운과 자온은 동거아닌 동거하는 내내 서로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와 그녀를 위한 음식을 해서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차려내는 밥상.
그 위로 오가는 큰 의미 없지만 온기어린 대화들.
그리고 배불리 먹고나서 편안한 자세로 보는 영화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온과 운은 운의 집에서 보내는 식사와 시간들로
마음과 육체에 살이 오르고 보기 좋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자온이 건영에게, 그리고 자온의 엄마가 자온의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서로가 자발적으로 해주는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의 표현으로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엄수하기 위해 서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시절 음식들을 먹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절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은
이미 그들의 미래에 서로를 넣어두고 있었음을 둘만 몰랐네요.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어른들의 연애는
이렇게 사소한 거짓말로도 오해가 쌓이고,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둘을 다시 만나게 했고,
결국은 그 둘이 바라 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자온이 바라던 모든 걸 다 퍼붓는 사랑.
운이 바라던 온전한 가족.
이들이 일구어낸 운명은
서로를 위해 차린 음식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을겁니다.
이 작품에는 죽일 듯이 미운 악역도 비련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어느 곳이든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있을 법한 사람들.
적당히 속물적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
가끔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찌어찌 사랑하는 이와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온이네 친가는 제외... 그렇지만 그들도 어딘가 존재할법한 시짜들이었죠. ^^)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능글맞아지고 좀더 유치해진 운과,
속마음 하나 드러내지 않던 무심했던 자온이 종알종알 자신에 대해 늘어놓는 것을 느끼며,
1권에서 무감했고 냉소적이었던 자온과 운이 다시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네요^^
종이책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깊이 음미하고 싶은 표현도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고,
팟캐스트 '비오는 날의 초대'에서 두겸이랑 운이 나누는 대화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외전은 이북으로만 있어서 외전만 이북으로 봤는데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잘 해먹고 사는 둘, 아니 셋이었습니다.
덧.
본편 최고의 사이다 장면하나 소개합니다.